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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사생활

도시의 사생활

: 사유하는 에디터 김지수의 도시 힐링 에세이

리뷰 총점8.3 리뷰 30건 | 판매지수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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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34g | 142*220*20mm
ISBN13 9788993195873
ISBN10 8993195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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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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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흐름과 격리된 후로 우리는 모든 것을 숫자로만 기억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종종 “몇 살이죠?”, “며칠이죠?”, “몇 시예요?”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는 곧 백치처럼 잊어버린다. 순간 측정에 광분하는 디지털시계는 만성적 찰나주의로 ‘지금’이라는 생명의 고유한 박동을 마비시킨다. 아무도 더 이상 “그대는 참 좋겠네. 마흔 둘인 그대와 함께 있으니”라고 내 나이를 축복해주지 않는다. ---「하루쯤 시계 없이 지내는 거, 어때?」중에서

분노하기 위해 상황을 내 식대로 짜 맞추기도 쉽지만, 용서하기 위해 상황을 상대의 편의에 맞춰 해석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세상에 진리는 없다. 개개인마다 일리가 있을 뿐이다. 다만 더 옳은 것을 선택하기보다 덜 해로운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가슴 아프지만 삶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용서, 심리적 화상의 온전한 처방」중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희생양 삼아 공분을 토할 절대악이 필요하다. 우리가 그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직장 상사는 독립 전까지 내가 먼저 살갑게 공존을 모색해야 할 의붓아버지 같은 존재다. 어쨌든 그는 나보다 힘이 세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존재지만 내가 극도의 인내심을 키운다면 나보다 먼저 회사를 떠날 사회적 부모인 것이다. ---「완벽한 상사, 완벽한 부모, 완벽한 드레스는 없어!」중에서

사람들은 커피를 사서 들고 다니며 마시고 피자나 아메리칸 풍의 달짝지근한 음식을 사다 먹으면서 늦도록 야근을 한다. 커리어 우먼들에게 여가란 책상에 앉은 채 커피를 홀짝거리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행동은 대단히 야만적인 행동이며 무언가를 먹으면서 일한다는 것은 ‘가장된 노동’일 뿐이다. ---「불쌍한 일개미의 최후를 예감한다면」중에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아무개인데요, 전 크리스찬입니다.”
“전 강남의 32평 아파트에 살고 차는 뉴비틀을 탑니다.”
“전 홍대 클럽에 자주 가고 퀸의 노래를 즐겨 듣죠.”
이런 소개 방식은 소설 또는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 아파트 부녀회나 학부형 모임이 아닌 다음에야 직업과 직함이 없으면 우린 서로를 인식하고 대화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일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되는 것이다. ---「일한다, 고로 존재한다」중에서

돈에 있어서만큼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누구나 핏대를 올리며 산다. 사랑해서 아이 낳고 가족을 이뤄 십수 년을 함께 살다 헤어져도 결국 법원에서 판정한 위자료와 양육비로 서로 간 추억의 질량과 인격의 함량이 결정된다. 친한 친구끼리 돈 거래는 절대 금물이라는 교훈이 있듯, 우정은 돈 문제 앞에서는 더욱 속수무책이다. 우리 시대에 친구란 ‘오래 사귄 벗’이 아니라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대체된 지 오래. 10대 청소년이든 70대 노인이든 쇼핑과 여행과 외식을 빼놓은 교제 관계가 존재하던가. ---「돈에 핏대 세우지 않고 살기」중에서

이웃이 두려워진 건 그들이 담장 옆의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차 문을 열다가 흉터처럼 길게 나 있는 못 자국을 목격했을 때, 옆집 소유가 아닌 공터에 차를 세웠는데 빼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타이어를 펑크 내겠다는 이웃집 청년의 협박을 받았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들이닥친 위층 여자의 핸드백에 내 원피스 올이 뜯겨져 나갔을 때, 앞집 강아지의 ‘컹컹!’ 소리 때문에 새벽에 강아지 주의시키라는 경고 방송을 듣고 이불 속에서 우리 집 개의 입을 막으며 가슴을 졸일 때 이웃에 대한 두려움은 한밤중에 수도꼭지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내 다친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완벽한 이웃을 만나려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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