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극적 집단자살을 겪은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주변에 사회전염이 만연하다는 것을 안다. 주식 시장 분위기를 보면 탐욕에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고, 교내 총기 사건을 통해 폭력이 전파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의 욕구와 행복은 물론이고 아량, 용기, 직업윤리 같은 본유 감각조차 감기처럼 타인에게 전염될 수 있다. 예일대학과 국방부 연구자들은 이 학문을 이해하고 알리기 위해 수백만의 피실험자를 조사한 바 있다. 사회전염은 기억에서 분위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요소에 은밀하게 영향을 주지만 우리는 종종 인식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p.12 「작가노트」 중에서
이 태풍의 눈 속에 건고등학교가 있다. 상대적으로 범죄와 폭력에서 자유로운 자급자족 시스템이며 전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족들이 학교 인근 지역에 산다. 학부모들은 그 부근 휴렛팩커드, 나사의 에임스연구센터, 페이스북, 테슬라모터스, 구글, 스탠퍼드대학에서 일을 하며 이들 가족 중 3분의 1 이상이 적어도 한 명은 고액 연봉을 받고 있다. 이토록 화려한 배경을 가졌지만 그 누구도 참사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거나 예방책을 내놓지 못했다.
--- p.33 「대혼란」 중에서
무의식적 반영은 직관과 본능, 심지어 공감보다 의미가 크며 (우리가 생각하기에) 타인이 경험하는 상황에 기초한다. 그와 달리 사회전염은 타인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이다. 이는 친구의 즐거운 감정에 공감하는지 아니면 흥분, 심장박동 증가, 엔도르핀 방출 등 상대의 감각을 우리가 실제로 똑같이 경험하는지의 차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흥미로우면서도 당혹스러운 점은 우리가 타인의 경험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도, 그 경험이 마치 컴퓨터 운영 시스템처럼 이면에서 우리 삶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도 모른다는 것이다.
--- p.41 「전염에 대한 어떤 편견」 중에서
당시에는 그녀 자신도 몰랐으나 치유 모임 회원들은 성격이 다른 사회전염을 통해 폭식증을 유발하는 사회전염과 싸우고 있었다. 팰로앨토에서도 효과가 있을까? 실제로 어떤 사회전염들이 혼재해 있는지 구분할 수만 있다면 유익한 전염을 이용해 자살 충동의 전염에 맞설 수 있을 것이다.
--- pp.63-64 「우연한 기회」 중에서
히스테리는 점점 거칠어졌고 널리 퍼졌다. 거기에는 이미 죽은 학생들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 기차에 치이기 전에 가까스로 끌어낸 적 있다는 사실도 한몫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팰로앨토에 사는 어린 학생들의 3퍼센트가 목숨을 내던지려고 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학생의 수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치료학자들은 자살 충동이 있는 학생 50명을 치료했다. 지극히 안정적인 사람들조차 공포에 몰아넣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 p.81 「전략 수정, 히스테리를 추적하다」 중에서
히스테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최악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라 해도 우리는 불가항력의 힘을 맹신하고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나거나 이미 일어났으며,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 p.82 「전략 수정, 히스테리를 추적하다」 중에서
두려움은 강력한 사회전염이며 면역력은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의 관찰자로서 우리의 심안, 촉각, 통찰력은 주변 사람들이 일상을 대하는 방식을 나름대로 기록한다. 두려움의 거래 방식은 독특할 수밖에 없다. 두려움은 일종의 미신적·신비적 사고방식으로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상황을 통제한다는 기분을 제공한다. 어깨너머로 소금을 던지거나 인형을 불태우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 p.85 「전략 수정, 히스테리를 추적하다」 중에서
이를테면 내가 모를 뿐이지 내 목표 자체가 실제로 친구나 주변 사람의 목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 아침 던킨도너츠가 아니라 스타벅스에서 라테를 주문했다. 어쩌면 길을 걷다가 쓰레기통에서 언뜻 커피잔 상표를 보았거나 아니면 조간신문을 살 때 어느 여성의 옷에서 스타벅스 커피 냄새를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신호들이 커피 한 잔이 필요하다거나 뭐든 마셔야겠다는 내 생각을 촉발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즉흥적인 신호가 보다 본질적인 결정으로 이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식의 중요한 결정 말이다.
--- p.131 「점화단서의 문제」 중에서
사비도는 연속극 배경을 교실로 설정함으로써 멕시코의 대규모 문맹 노동시장을 자극했다. 향후의 연구를 보면 1975년과 1976년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에 무려 100만 명에 가까운 문맹자들이 멕시코 성인 글쓰기 수업에 등록했는데, 그 전해와 비교해서도 무려 아홉 배나 되었다. 게다가 드라마가 끝난 그다음 해 등록자는 오히려 두 배로 늘었다.
--- p.189 「목마치료법」 중에서
어느 순간 우리는 공동체의 조직원이 된다. 그리고 단순히 그곳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전염과 행동전염에 이바지한다. 원칙의 보균자가 되어 병을 옮기고 다닌다. 문화를 맹신하고 생각과 행동의 샘물이 마르지 않게 하려고 애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때쯤 우리 가족은 이미 4년 이상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었다. 나는 대형 출판 계약을 쫓아다녔다. 혁신을 추구하고 사람들을 깨우치는 데 헌신한 위인이나 난해한 문제를 근본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사상가들을 찾아다녔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대표인 아내는 주로 아이비리그 출신 졸업생들을 고용했다. 이 지역에는 원래 고학력자와 실력자가 넘치기는 하지만 아내의 인적 자원 업무도 분명 그 현상을 부추긴 격이다. 우리는 실리콘밸리의 신화를 믿었으며 높고 높은 기준을 공고히 하는 데 한몫했다. 우리 역시 꿈은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는 부류에 속했다.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고 또 누구나 이루어야 한다.”
--- pp.203-204 「아이비리그에 전염되기」 중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긍정적 문화가 파장처럼 번져나가 센터 환자들한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직원들의 우애 점수가 높을수록 그 병동의 우애 전염도도 높았다. 이들 병동은 다시 삶의 태도가 좋아졌고 마음가짐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며 환자들의 불필요한 응급실 이동도 훨씬 적었다. 우애 점수가 높은 관리팀이 환자들을 돌볼 경우,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관리자들의 정서 상태를 닮는 것으로 보였다.
--- p.217 「바르세이드의 우애에서 희망 찾기」 중에서
정서전염에 절대 휘둘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도 부정적인 트윗보다 긍정적인 트윗에 두 배 정도 영향을 받는다. 개인적 차이는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더욱더 고무적인 사실은 행복의 사회전염이 우울증의 전파를 막아줄 뿐 아니라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 p.232 「스트레스가 문제다」 중에서
최선의 방법은 이상한 전염병도 여타의 질병 대하듯 대하는 것이다. 유해한 사회전염도 유용한 사회전염도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피하려 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유해한 전염은 억제하고 유용한 전염을 장려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이상한 전염을 종식할 한 방을 찾는 문제라면, 실상은 잠재적 사회전염 요소들은 물론 지역적 취약 성과에도 우선 맞서야 한다. 유해한 질병이 창궐할 때와 마찬가지로 증세를 다루고 자극을 피하고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통받는 사이 서로를 챙기다 보면 유익한 결과도 낳을 수 있다.
--- p.272 「옐로잭」 중에서
언젠가, 이상한 전염 사건을 두 차례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그때 개인이 서로를 돌보고 지켜보아야 할 필요성을 포괄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영향을 주고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라는 자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길 어딘가에서, 나는 공동체가 어떻게 전염병에 대처하는 것이 최선인지 이해하기 위해 애를 썼다. 사회전염은 허리케인처럼 불가피하고 종잡을 수도 없다. 그래도 공동체는 그 속에서 의연히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한다.
--- p.274 「옐로잭」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