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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라질 때

모두가 사라질 때

: 지구 종말 앤솔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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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65g | 128*188*21mm
ISBN13 9791189099312
ISBN10 1189099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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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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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서늘한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아버지는 거실 소파에 앉은 채 죽어 있었다.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는데 입에서는 피와 거품이 흘러내려서 아끼는 푸른색 셔츠를 더럽혔다. 소파 옆에 있던 화분들은 넘어지거나 깨져서 담겨 있던 꽃과 흙 들이 바닥을 어지럽혔다. 어머니는 안방 침대에 옆으로 누워 있었다. 소처럼 잔다고 놀리던 그 자세였는데 반대쪽으로 돌아가자 역시 입에서 쏟아낸 피와 구토물이 침대 시트에 묻어 있었다. 침대 맞은편 벽에 있는 화장대의 거울에는 립스틱으로 적은 글씨가 보였다.
--- 「모두가 사라질 때」중에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새하얀 눈이 쌓여가는 집 앞 풍경을 바라보자면 종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남의 일 같았다. 종말은 오지 않는다. 올 리가 없다. 동구는 어떨까. 결국 내가 사귀자는 말을 오케이한다면, 그렇게 우리가 사귀게 되었다가 이 종말 문자의 경고가 끝나는 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그때도 우리는 사귀고 있을까. 시선을 베란다에 고정한 채 전화를 들었다. 동구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 될 때 신당동에서 만나 떡볶이를 먹자고 청했다.
--- 「멸망하는 세계, 망설이는 여자」중에서

초감각 센서에서 보내온 전기신호와는 다른 종류의 감각이었다. 뇌간 임플란트에서 생성된 경보가 아니다. 이 순간 미리나리니가 느낀 감정은 공포였다. 그녀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DNA에 각인된 보다 원초적인 감각이었다. 덕분에 수십 년간 잊고 있던 생존 본능이 다시금 꿈틀대기 시작했다. 미리나리니는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아므르가 그녀보다 빨랐다. 강철의 살인 병기가 그녀를 향해 팔을 뻗었다.
--- 「방주의 아이들」중에서

“종말이… 종말이 오고 있소! 우주에서 날아오는 공포의 대왕이 차원의 경계를 부수고 우리를 멸망의 길로 이끌 것이오! 당신… 당신이 우리 차원을 멸망으로 이끌 첫 번째 타락한 자요! 당신과 마찬가지로 이 땅의 부정한 자들이 이 세계를 종말의 늪에 빠뜨릴 것이오!”
“개소리하고 있네! 어디 미친 사이비 새끼가 설교질이야!”
--- 「푸른 밤」중에서

“인류가 막을 수 없는 종말이 온다면 절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아! 그게 진짜 무서운 거라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것, 그게 진짜 종말이야! 영원히 살 것처럼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은 대비도 못 한 채 끝을 맞이하겠지. 평범하게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내일 하는 TV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술을 마시고, 연인에게 매달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든지, 매너리즘에 빠져서 어제와 같은 나날을 보내든지, 매일의 일상을 살다가 전혀 예상도 못 하고 맞이하는 게 진짜 현실감 있는 종말이라고! 당신들 글은 가짜야!”
--- 「에필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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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지구 종말을 앤솔러지로 만들어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다양한 작가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본 종말을 그려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에 맞는 작가들을 섭외했고, 기대했던 만큼의 단편들이 나왔다. 그것은 종말이 주는 무거움을 작가들이 잘 버텨냈으며, 새로운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 정명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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