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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클락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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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556g | 140*210*23mm
ISBN13 9791185851044
ISBN10 118585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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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뭔가가 그녀의 오른쪽 옆구리를 세게 쿡 찔러서 윌라는 옆으로 비켜났다. 그러나 옆구리를 찌르는 물체도 같이 따라왔다. 윌라는 옆자리 남자를 돌아보았다. “똑바로 앞만 봐.” 남자가 중얼거렸다. 남자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고 입술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해도 옆구리를 찌르는 물체는 계속 그 자리에 박혀 있었다.
윌라는 눈을 깜빡거리며 앞좌석 등받이만 쳐다보았다.
“이건 총이야.”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총알이 들어있어. 움직이면 쏠 거야.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마. 옆에 있는 남자도 마찬가지야.”
윌라는 자기 목소리 같지 않게 약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물었다. “왜 일어나면 안 되는지 어떻게 설명해요?”
“뭐라고?” 데릭이 물으며 윌라를 돌아보았다.
총구가 더 세게 옆구리를 찔렀다. 윌라가 황급히 둘러댔다. “아니, 아무 말 안 했어.” 데릭은 다시 잡지로 시선을 돌렸다.
--- p. 58

그리고 지금처럼 드물게 서로 얼굴을 마주할 때도 일레인은 마치 어떤 자연재해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처럼 강박적으로 어린 시절 얘기를 반복했다. “나는 그때 우리 책상 앞에 서 있었어.” 한번은 그녀가 말했다. “아주 이른 아침이었고 난 발까지 막혀있는 잠옷을 입고 있었어. 그때 난 세 살이었고 그전까지 한 번도 나 혼자 옷을 갈아입어 본 적이 없었어. 하지만 그날은 혼자 힘으로 옷을 갈아입고 엄마랑 아빠를 놀라게 해 줄 생각이었어. 그래서 속옷 서랍을 열고 엉덩이 쪽에 주름장식이 달린 속바지를 찾고 있었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였거든. 그때 엄마가 방에 들어왔다가 ‘내가 신경 써서 잘 개어놓은 것들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구나’라고 말했어. 그래서 내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는데 엄마가 내 뒤로 다가와서는 힐긋 보더니 ‘다 어질러놨잖아!’라고 말했어. ‘네가 다 어질러 놨잖아!’ 엄마는 머리를 빗고 있었는지 손에 브러시를 들고 있었는데 그걸로 내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어. 브러시로 머리 한쪽을 후려치고 다른 쪽도 때려서 난 손으로 머리를 가리면서 피했는데…”
“그래, 나도 알아.” 윌라가 말했다. “사실 엄마가 갑자기 그렇게 돌변할 때도…”
“괴팍한 엄마 밑에서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제일 슬픈 게 뭔지 않아?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은 또 엄마에게 두 팔 벌리고 다가가 위안을 얻어야 한다는 거야. 정말 불쌍하지 않아?”
“일레인, 이제 그만하고 잊어버려.” 윌라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윌라는 그렇게 매몰차게 말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윌라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늘 일레인에게 어떤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윌라가 달리 뭘 할 수 있었을까? 윌라 역시 엄마 때문에 그렇게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던가?
--- pp. 100~101

윌라는 데릭의 꿈을 꾸었다. 그렇게 바라고 기다렸어도 지금껏 꿈에 나온 적은 없었는데. 꿈속에서 데릭은 멀쩡하게 살아 있었고, 모든 게 오해였다. 초인종이 울려서 나가보니 그가 서 있었다. 주근깨투성이 다정한 얼굴과 햇볕에 그을린 눈가의 자국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좀 짜증 난 표정이었다. 윌라도 잘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데릭이 말했다. “장난하는 거야, 여보? 내 옷을 다 내다 버렸어?”
“어머나, 여보!” 윌라가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난…….”
“잠시 등을 돌렸을 뿐인데 그 새 내 물건을 다 버렸단 말이야?”
꿈을 꾸는 동안 계속해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 윌라는 문을 닫고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소파에 앉았다가 다시 몸을 쭉 펴고 누워서 눈을 감고 꿈을 다시 불러내려고, 다시 앞으로 되돌리려고 애썼다. 윌라는 데릭이 누르던 초인종 소리를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문을 열어주려고 걸어갔다. 그러나 그녀의 정신은 커피 한 주전자를 몽땅 마신 것처럼 말짱하게 깨어있었다.
그래도 윌라는 어떻게든 꿈을 되살리려고 계속 애썼다. 복도를 지나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 앞에 데릭이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빌어먹을, 여보.” 데릭이 말했다. “당신이군요.” 윌라가 말하며 한발 앞으로 다가가 두 팔로 그를 감싸 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 pp. 121~122

아빠가 불던 기상 휘파람 얘기를 꺼낸 탓인지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아빠 생각이 났다. 귓가에 휫-휘익! 다시 그 소리가 들렸고, 아빠가 거기 있었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얼굴과 다정한 미소도 여전했고, 좀 이상하게 생긴 긴 다리 바닷새처럼 무릎을 살짝 구부리고 머리를 갸우뚱하게 기울인 모습으로 서 있었다. 늘 방문 앞에 서 있던 모습 그대로.
어린 시절 내내 윌라는 행여나 아빠가 갑자기 죽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정말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는 선뜻 와 닿지 않았다. 아빠는 외출에서 돌아와 차를 세우고 내리다가 쓰러져서 그대로 돌아가셨다. 그나마 지하실에서 쓰러진 게 아니라 천만다행이었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아빠의 죽음이 데릭의 죽음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한때는 온 세상이 온전히 아빠의 어깨 위에 존재했었다. 아빠는 언제나 한결같고, 든든한 사람이었고 엄마가 발작적으로 흥분한 상태일 때도 윌라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은 엄마를 떠올릴 때도 어떤 상실의 느낌이 몰려왔다. 뭔가에 대해 용서를 구할 때 눈썹 밑으로 슬며시 부끄러운 눈빛을 보내던 엄마, 명랑하고 소녀 같은 웃음소리와 “내게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내주오……”라고 노래하던 낭랑한 소프라노 목소리가 자주 그리웠다.
--- pp. 191~192

식당을 향해 걸어가던 윌라는 묘한 경험을 했다. 저만치 맞은편 앞에서 밝은색 머리에 반소매 셔츠와 카키 바지를 입은 한 남자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가 다가오는 것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남자의 걸음걸이에서 느껴지는 경쾌함이 그녀를 끌어당겨 윌라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션이었다. 사랑하는 아들, 익숙한 모습의 션. 어느새 서른여덟 살이 되었고 낯선 도시에서 살고 있는 아들 옆에는 물방울무늬의 여름용 원피스를 입은 가녀린 금발머리 아가씨가 있었다. 션은 윌라를 보고 씩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윌라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서지는 않았다. 션이 윌라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안녕, 엄마”라고 인사하며 몸을 숙여 윌라의 뺨에 키스했다. “이쪽은 엘리사예요.” 션이 옆에 서 있는 여자를 향해 고갯짓하며 말했다.
엘리사가 윌라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브랜던 부인”
“그냥 윌라라고 불러요.” 윌라가 말했다. 엘리사의 손가락은 길고 가늘고 차가웠다. 션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고 20대 후반정도인 것 같았다.
--- pp. 256~257

이제 보니 벤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검정색 스니커 운동화를 신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신을 법한 신발이었다. 그 신발을 보니 자신이 그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윌라가 그에게 포옹을 하려고 한발 앞으로 다가갔지만 그가 먼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잘 가요, 윌라.”
윌라도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고 벤은 그녀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언젠가 말하려고 했는데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빛이 참 마음에 들어요.”
“내가 사람들을 보는……?”
“예를 들면 수다를 떠는 셰릴의 얼굴을 바라볼 때 말예요. 그거 알아요? 마치 미소를 참는 것처럼 한쪽 입가가 씰룩거린다는 거요. 그리고 드니즈가 뭔가 터무니없는 얘기를 할 때 당신은 눈을 크게 뜨고 순진한 얼굴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죠. 또 자기가 멋있게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서 조를 볼 때 장난스럽게 비웃는 것 같은 눈길도 그렇고요.”
그 말에 윌라는 살짝 실망감을 느꼈다. 그 순간에 분명 벤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할지 모른다고 기대했는데.
“어쨌든.” 벤이 말했다. “그랬어요.” 그러고는 마치 던지기라도 하듯 갑작스럽게 그녀의 손을 놓고는 윌라를 그 자리에 남겨둔 채 휙 몸을 돌려 자기 차로 향했다.
윌라 역시 그가 사람들을 보는 눈빛을 좋아한다고 말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pp. 34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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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타일러의 소설을 읽으면 사랑에 빠지는 것 같다.
- 피플
만약 미국인의 일상을 알고 싶다면, 앤 타일러의 소설을 읽을 것.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 중 이보다 나은 선택은 없다. 삶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준다. 속편이 나오길...
- 타임스
앤 타일러는 지금까지 미국이 배출한 가족의 삶을 기록하는 작가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 워싱턴 포스트
‘클락댄스’는 당신을 끌어당겨 계속 나아가게 만들 것이다. 타일러의 소설은 혼돈된 세상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만 같았던 의미 있는 “관계 맺음”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그 가능성을 믿게 만든다.
- 뉴스데이
앤 타일러는 우리나라의 가장 훌륭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탁월한 문체의 우아함과 슬픔, 솔직한 웃음, 그리고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여성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잃지 않았다. 아름답고 절제되어있으며 인간적이다.
- USA 투데이
앤 타일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믿음직스럽게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 월 스트리트 저널
그녀의 소설은 보통 사람의 일상을 너무나 매혹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현실의 소소한 일들마저 생명력을 가지며 하나하나 펼쳐지는 이야기는 매번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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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타일러는 미국의 현존하는 최고의 소설가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의 하나이다. 아름다운 문체로 통찰력 있게, 때때로 큰 소리 내어 웃게 만드는 그녀의 “가족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모든 연령에서 사랑받는다. 그녀는 당신 자신의 비밀스러운 생각, 아무도 알지 못하는 부분들에 빛을 비추어 들여다보게 한다.
- 더 타임스 매거진
놀라운 통찰력으로 심리학적으로 예리하게 분석한 호기심 많고 지적인 여성에 대한 탐구... 대단한 성공.
- 보스턴 글로브
타일러는 그녀의 모든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엄청나게 따뜻함을 불러 넣는다.
- 볼티모어 선
타인을 위한 삶과 의미 있는 인생의 본질에 대한 현명하고 감동적인 탐구.
- 데일리메일
‘클락댄스’는 타일러의 수많은 팬들과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생동감 있게 펄떡이고 문장들은 해학적인 맛과 약간은 냉소적인 통찰력 사이에서 나부낀다. 대사들은 확신을 갖고 제소리를 낸다. 따뜻하게 마음을 끄는 소설.
- 선데이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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