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1부 못 찾겠다 꼬리 들꽃 호박꽃 별들이 전학 갔다 소나기 피하는 순서 바보 내 바지에 붙은 도깨비바늘에게 형이 된다는 것 콩밭학교 옥수수학교 냉장고 쳇바퀴 못 찾겠다 꼬리 풋사랑 말 발자국 식탁 의자 안경 김밥 포인터 꽁치 통조림 아름다운 탈출 재개발지구 푸른 꿈 2부 나비가 밥이 되는 순간 시계바늘 기러기 비둘기 관찰 일기 꿀벌네 집 연필심 파일 눈사람 나비가 밥이 되는 순간 함박눈 꽃샘바람 소금쟁이 꽃 두더지 변신 1 소라게 그 사람 비밀 바이러스 지하철 골목길 지킴이 텔레비전이 어른 별과 달 물수제비 3부 인공지능 로봇 쓰레기꽃 고마운 도둑 두더지 잡기 봄비 게 콩 타작 잘못된 만남 달걀 야옹이 생각 아까시나무 호수 꽃병 가방 벚꽃방송국 인공지능 로봇 쓰레기 외출하는 우산에게 선풍기 느림보 택배 졸음 거미네 집들이 네잎클로버 발자국 분수 호미 슬기로운 쌀 4부 지렁이 장례식 구멍 벚꽃 쇠똥구리 셰프 난초꽃 고드름 미세먼지 비상시 행동 요령 택배 징검돌 겨울나무 치매 나무의 일기장은 동그랗다 안전제일 책 철학이 말했다 도토리나무 생각 동시에게 물었다 군밤 불면증 콩나물학교 교훈 지렁이 장례식 |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서 행복을 만나다
나무동네 비상벨-(박승우 지음/브로콜리숲/2019)
2020년 4월 6일 화요일 현재. 세계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로 공포에 떨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모클레스의 칼’은 머리 위 천장에 가느다란 한 가닥 말총에 매달려 있다. 만약 그 가닥에 조그만 균열이라도 생기면 칼은 언제든 우리들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라는 재앙 속에 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사소한 일에 기쁨을 발견하고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불행이라고 느끼는 시간들을 재창조하여 희망을 꿈꾼다.
박승우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 『나무동네 비상벨』은 짧고 간략한 ‘소품’ 동시지만 언어의 온도로 따스함을 준다. 시인은 200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푸른 문학상, 오늘의 동시 문학상, 김장생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백 점 맞은 연못』, 『생각하는 감자』, 『말 숙제 글 숙제』, 와 공저 『구름버스 타기』를 펴낸 중견 시인이다.
우리는 문학 작품을 읽기 전에 제갈량이 적벽대전을 앞에 두고 동남풍이 불기를 기원하는 심정으로 첫 장을 펼친다. 하지만 박승우 시인의 『나무동네 비상벨』의 첫 장을 열 때는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의 약력이 작품의 수준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보편타당하고 일상적인 것을 형상화하면서 삶에 대한 철학적인 울림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고정화 된 준거의 틀 밖에서 생소하게 남겨지지 않도록 한다. 짧게는 2연, 길게는 6연의 소품 동시로 우리의 준거 틀 안으로 이끌어 준다. 즉 눈이 아닌 마음으로 동시를 읽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김밥
소풍 가고 싶거든
옆구리 조심해라
터지면 못 간다
이 시를 읽는 순간 웃음이 빵 터졌다. 탐험적이고 전문적 지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시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우울한 현실을 잠시라도 잊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되뇔수록 미소가 번진다. 우리의 삶이 고정불변이 아니고 언제든지 새롭게 정의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삶이라는 희망을 준다.
물수제비
퐁, 빠질 텐데
그래도 물 위를 뛰어갈 거니
아니, 빠지지 않고
저 강을 건너볼 테야
통, 통, 통, 통…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 펜데믹 상황에서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특히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더 극한 상황이다. 그들은 감염의 위험에 힘들고 두렵지만 “ 저 강을 건너볼 테야”처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들을 보면서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시는 그들의 옆에서 함께 환난을 극복하자며 “통, 통, 통, 통…” 응원이라는 해답을 준다.
들꽃
꺾으면
꺾은 사람 손잡고 있지만
그냥 두면
지구와 손잡고 있다
환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 되고 있다. 일상이 무너지고 삶이 균열하는 현실과 대면하고 있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폭풍에 하루하루가 만만하지 않다. 어쩌면 폭풍이 더 거세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곧 승전가를 부를 것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고 ‘마음의 거리는 0m’인 ‘우리’라는 존재와 손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지구와 손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박승우 시인의 『나무동네 비상벨』은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 서 있는 독자들에게 화수분 같은 행복을 만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