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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된 정의

거래된 정의

: 양승태 사법부가 바꾼 인생들

셜록-02이동
리뷰 총점8.0 리뷰 5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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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4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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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496g | 140*210*30mm
ISBN13 9788964373392
ISBN10 8964373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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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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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가족들을 보며 명절 무렵 모인 대가족을 연상했다. 이창복 선생의 아내 박인순 선생의 잔칫상을 보자 명절 느낌이 더 났다. 하루 전, 서울에 있는 전통 시장까지 가서 식재료를 사와 진수성찬을 마련했다. 얼마나 반찬이 많았는지, 손님들은 긴 나무 밥상에 둘러앉아 밥상 밖으로 밀려 나려는 접시를 사수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웃기면서도 슬픈 농담을 건넸다. “우리는 박정희가 맺어 준 가족입니다.”
--- p. 19, 「프롤로그」중에서

오재선은 젓가락에 집은 소면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동생의 말을 들었다.
“나는 괜찮으니까, 건강부터 챙겨라. 내가 변호사님께 너 증인으로 부르지 말라고 말해 볼게. 걱정 말고 편히 쉬어라.”
전화 통화를 하는 동안 그의 젓가락에 들린 소면이 퉁퉁 불었다. 오재선은 울먹이며 “나 때문에 고문을 당한 동생은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는 붉어진 눈을 훔치며 불어 터진 하얀 소면을 천천히 씹었다. 그마저도 넘기는 게 쉽지 않은지 밥을 많이 남겼다.
--- p.35, 「강요된 허위 자백과 의도된 오판」중에서

우리 사회는 ‘정권의 몽둥이’로 일한 말단의 고문 수사관에겐 크게 분노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때려잡는 판결로 정권에 협조한 고위직 법관에겐 관대하다. 그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은 적이 없다. 아직도 이 일로 종종 밤잠을 설친다는 강희철에게 물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양승태 판사, 용서가 됩니까?”
“가해자가 잘못했다고 말을 해야 용서를 하든가 말든가 하죠. 저한테 그런 말 하지도 마세요!”
--- p.58, 「법관이 누군가와 한 편일 때」중에서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피해자들은 원상회복을 구할 것이다.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기에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 전보는 부득이 금전 배상일 수밖에 없다. 저울의 한쪽 접시에는 국가 범죄행위를, 다른 한쪽에는 돈을 올려놓고 손해의 무게를 단다. 그러다 어느 순간 국가 범죄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단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문제로 둔갑한다. 인권을 유린한 국가의 조직적 범죄행위는 뿌옇게 추상화되고, 손에 잡히는 돈만 센다. 돈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세상이라 저울에 조금만 올려놓아도 금세 균형이 맞는다고 한다.
--- p.79, 「‘국가 범죄’와 법의 책무」중에서

이창복은 항소와 상고까지 했지만, 법원은 세 번 모두 국정원의 손을 들어 줬다. 연간 20퍼센트의 연체이자율이 4억 9000만 원 정도였던 반환 금액을 10억이 넘는 돈으로 불려 놓았다. 말년을 보낼 양평의 집마저 국정원에 뺏길 처지가 된 것이다. 2019년 11월, 이창복은 부동산 강제 경매 집행에 대한 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기각결정을 내렸다. 채권자 대한민국과의 조정도 무산됐다. 이창복은 항소를 할 예정이다. 싸움은 현재진행 중이다.
“정권에 따라 법의 잣대가 바뀌나요? 5년마다 저희에 대한 입장은 왜 매번 달라져야 하나요?”
--- p.113, 「국정원에 13억 원을 빚진 노인」중에서

국정원의 이율보다 은행의 이율이 쌌다. 어떤 은행도 연 20퍼센트의 이자율을 적용하지 않는다. 20퍼센트 연이율이 부담스러웠던 전재연은 급한 대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돈을 갚았다. 전재연의 언니 전경애, 전경란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의 통장에서 국정원의 반환금을 갚느라 빚진 대출 이자가 빠져나간다. 국정원의 고리대금업 수준의 이자가 감당이 안 돼 눈물을 머금고 한 선택이었다.
--- p.118, 「국정원에 13억 원을 빚진 노인」중에서

그 집은 가족이 평생 처음 마련한 집이었다. 아버지가 투옥된 사이 형제들이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며 모은 돈으로 산 집이자, 친척들과 인혁당 재건위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힘써 준 신부님들이 모아 준 돈으로 마련한 집이었다. 2019년 11월 기준, 각 형제들의 채무액은 7억 4000여만 원이다. 집이 경매로 팔리면서 채무액은 이보다 줄었지만, 빚더미 위에 앉아 있는 상황은 여전하다. 아버지를 간첩으로 조작한 당사자에게, 십 수 년의 설움과 노력이 담긴 공간을 넘겨 준 현실이 나은주는 원통했다.
--- p.127, 「가해자가 채권자가 되는 아이러니」중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2월 20일, 국가가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인혁당 피해자들이 부당이득 반환 문제로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조속히 해소하고, 국민 보호 책임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도록 완전하고 효과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견을 냈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와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 p.128, 「가해자가 채권자가 되는 아이러니」중에서

1심 소송 당시까지는 형사보상 결정일로부터 3년 안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됐지만, 2심이 진행되는 사이 3년이란 기간이 6개월로 바뀌는 판례가 생겼다며, 26억 원의 배상금 지급을 취소한 것이다. 즉 ‘미래에 바뀔 판례’를 대비해 일찍 소송하지 않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로 26억 원을 앗아 간 셈이다.
--- p.163, 「7번 방의 기적……은 없다」중에서

헌재가 민주화보상법에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오종상은 법원에서 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헌법소원이 오종상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방법이었다. 헌재의 판단으로 오종상은 재심의 길이 열렸지만, 현재 사건은 진행이 멈춰 있다. 재심 신청은 이뤄졌지만, 대법원이 계속 미루는 중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의미가 크다. 오종상과 비슷한 사정의 여러 사건이 현재 재판 중이거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종상과 비슷한 이유로 재판에서 진 사례는 총 18건이다. 다만,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받았더라도 2018년 8월에 나온 헌재의 결정 전에 패소가 확정됐다면 구제받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 p.209, 「‘광정’이라는 말의 쓰임」중에서

이춘식은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싸우는 강제징용 피해자로,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신일본제철 강제동원 소송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다. 처음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는 모두 4명이었지만, 여운택, 신천수, 김규수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춘식만 대법원 선고까지 남았다.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이춘식의 손을 들 때까지 외롭게 자리를 지켰다. 당시 선고 시간은 불과 10분 남짓이었다. 13년 8개월, 길게는 18년을 끌어 온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그날에야 종지부를 찍었다.
“나까지 네 사람인데 혼자 재판받은 게 많이 아프고 눈물도 나고 기분이 안 좋습니다.”
--- p.214, 「한 명」중에서

신일본제철이 다시 파기환송심의 판결에 불복하며 대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그 후 법원은 꿈쩍도 안 하기 시작했다. 100세를 앞둔 원고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동안에도 대법원은 기일을 잡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이 있고 5년이 지나도록, 대법원은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관하여 통일적이고 모순 없이 처리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기다려 달라고만 했다. 시기는 묘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대법원이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서만 입장을 보류했다. 대외적으로 신중을 기하기 때문에 기다려 달라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사실상 일부러 사건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보통 늦어도 1년 정도면 판결이 나오는데, 5년이라는 세월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실체가 드러난 것은 2018년 5월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 조사단(특조단)이 공개한 문건을 통해서였다.
--- p.224, 「한 명」중에서

궁금한 마음에 허락을 받고 김 씨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문자메시지 창은 온통 알 수 없는 복잡한 표로 도배돼 있었다. 김 씨가 일했던 화장품 배송 업체가 보내는 일정표였다. 단체 창을 통해 공유되는 업무 지시가 김 씨 휴대전화에 계속 도착했다. 신 씨는 남편의 마지막 문자도 보여 줬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말은 ‘고맙다’와 ‘미안하다’였다. 어머니와 누나에게는 ‘못난 자식/못난 동생 만나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했고,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항상 신경 써줘서 고마웠다, 신세만 지고 간다’라고 했다. 순간 눈시울을 붉히게 한 건 김 씨의 최근 통화 내역이었다. 070으로 시작하는 대출 권유 전화가 통화 내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세상을 떠난 김주중을 계속 찾는 것은 대부업체들이었다.
--- p.245, 「김주중의 마지막 인터뷰」중에서

청년 김형근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발목이 묶인 시절, 잠시 책방을 차렸을 만큼 책을 사랑했다. 대학 졸업 뒤 전북 익산에서 인문·사회과학 책들을 구해 와 ‘황토서점’이라는 서점을 열었지만, 노태우 정권이 금지 서적이라며 책 3000여 권을 압수해 돌려주지 않았다. 결국 서점은 망했고, 김형근은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김형근의 책들이 그의 시간과 공간을 지키고 있는 듯했다. 대부분 절판된 책들이었다. 온통 민주주의와 통일, 교육에 대한 책뿐이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종이는 누렇게 됐지만,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책에 남아 있었다. 거칠게 그어져 있는 밑줄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지난날이 전해졌다.
--- p.273, 「유죄도 무죄도 의미 없다」중에서

박근혜 정부 때 전교조의 법적 지위는 7번이나 바뀌었다. 고용노동부와 전교조의 전교조 법적 지위 싸움이 계속된 결과였다. 법원이 전교조 손을 들어 주면 고용노동부가 항고 혹은 항소를 하고, 반대로 법원이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 주면 전교조가 같은 대응을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 상황은 전교조가 대법원에 본안에 대한 상고를 하고 4차 효력 정지 신청을 한 2016년 2월 1일까지 계속됐다. 그사이 삭발, 삼보일배, 단식 같은 몸을 던진 싸움이 이어졌다. 김기춘 실장의 법외 노조화 작전은 물밑에서 계속됐다. 1심 판결을 두고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성과”라는 표현을 쓰면서 “강력한 의지로 법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전교조 법외 노조화가 박근혜 정부의 장기적인 기획과 노력 끝에 얻어낸 성과라면서, 전교조 사무실을 비우게 하거나 6억 원의 지원금 뺏는 일을 뒤에서 몰래 꾸몄다.
--- p.285, 「전교조 죽이기」중에서

해산 결정은 박 대통령 당선 2주년 당일에 나왔다. 2014년 12월 19일, 헌재는 통진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 전원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박 대통령 당선 2주년 당일에 결정 나서 ‘혹시 선물이냐’라는 이야기가 우스갯소리처럼 나왔다. 헌재가 일부러 서둘러 선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제기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가 13개월 반도 안 돼 결정 났기 때문이다. 모든 게 이후 고 김영한 전 수석의 업무 일지에 나온 청와대 지시대로 착착 진행됐다. 헌재의 결정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학계에서 여러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 p.309, 「만들어 낸 폭동」중에서

언뜻 보면 모든 게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김승하에게는 큰 숙제 하나가 남아 있다. 세상을 등진 친구를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내려 한다. 친구는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코레일의 손을 들어 주자, 이를 비관해 죽었다. 세 살배기 딸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료를 잃은 슬픔은 좀체 치유되지 않는 상처다.
“이번 싸움에서 완전히 이겨서 그 친구 딸에게 ‘엄마는 불의에 저항하다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힘을 모아서 모든 것을 밝혀내고 정의를 되돌려 놓는 것이 친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 p.325,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중에서

“존경하는 판사님…….”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판사에게 말할 때 늘 이런 수식어를 빠트리지 않는 이유는, 법대에 앉은 그들이야말로 저 높은 천상의 신보다 먼저 무섭고 끔찍한 벌을 내릴 수 있고, 더 없이 온화한 은총을 베풀 수도 있는 현실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끄트머리로 밀리고 밀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언덕은 사법부고, 그들이 최후까지 믿는 사람은 판사다. 군사정권 시절, 고문을 당한 많은 사람은 경찰과 검찰에서 허위 자백을 했을지라도, 판사에게는 진실을 말했다. ‘인권의 최후 보루는 사법부’라는 교과서적인 말은, 누군가에겐 더 없이 현실적인 일이다.
--- p.391, 「에필로그」중에서

판사가 호구 조사를 하면서 재판했을 리 없는데도, 내가 만난 재판 거래 피해자들은 모두 과일 가게와 먼 곳에 산다. 빵빵한 부모님은커녕 든든한 배경이 없어, 이 땅에 믿을 사람이라곤 저 높은 법대 위의 판사들밖에 없어, 순정한 믿음을 바치고 또 바쳤던 사람들. 양승태 사법부는 이런 사람들만 족집게로 골라낸 것처럼 거래했다. 양승태 이전, 모든 시절에 걸친 한국의 사법부 또한 마찬가지다. 수사기관에서처럼 법정에서도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라는 솔직한 질문이라도 받고 거래됐다면 덜 서러웠을까. 우리들의 가난한 믿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그 순진한 마음은, 언제쯤 배신당하지 않을까.
--- p.392, 「에필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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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님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머니. 하늘나라에 가서 이한열 열사를 다시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세요?”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 참 더럽더라......” 그날 이후 이 말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이 세상의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적당히 만족하고, 잊고 산다.

『거래된 정의』 같은 책이 있어 흐릿하게 보이던 세상이 다시 한번 명백해진다. ‘양승태 사법부’라는 비밀스러운 장막을 들추자 더러운 세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더러움 너머, 전에는 볼 수 없던 많은 사람이 보인다. 아주 초라한, 등이 굽은, 귀가 먼, 빚에 쫓기는, 한 많은, 불행한, 병이 든, 인간성을 훼손당한, 혼자 누워 있는...... 그러나 그들이 체념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랑하고 살 기회를 잃었음을 슬퍼했다는 것이, 잘못된 삶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게 내게 용기를 준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은 이렇게도 부서지기 쉽지만, 절박하게 정의와 이해를 원하고 끝까지 불행에 맞서고 싶어 한다.

책에 나오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의 말. “대법원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국정원이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괴롭히는지, 그걸 아는 게 소원이에요. 그것만 안다면......” 나도 알고 싶다. 왜? 무엇을 위해? 그렇게까지 더러워지는가? 그러나 그 답을 알 수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우리는 이 더러움을 끝까지 경멸해야 한다. 그리고 이 더러움 속에서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낸 사람을 끝까지 존중해야 한다. 특별히 필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제 많은 언론인들이 현장을 찾지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길어 올린 말들은 이렇게나 생생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데, 더는 속거나 바보가 되지 않는 데 본질적으로 중요한 진실을 들려준다.
- 정혜윤 (CBS 라디오 피디, 『그의 슬픔과 기쁨』 저자)
읽으면서 화가 나고 힘들었다. 이보다 더 생생한 기록이 있을까. 『거래된 정의』는 정의를 향한, 소박하지만 간절한 믿음을 배반당한 사람들에 관한 뜨거운 기록이다. 그리고 제 허울을 차리기 위해 스스럼없이 권력과 정의를 바꿔치기 했던 일부 법관들에 관한 질긴 기록이다. 40여 년 전, 20대의 젊은 판사 양승태가 영욕의 공직 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오재선은 생계를 위해 일본 뒷골목에서 빈대떡을 팔았다. 그로부터 11년 뒤, 판사 양승태는 별안간 끌려와 45일간 고문당하며 허위 자백을 강요받은 오재선에게 간첩의 누명을 씌운다. 2019년 초,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 대법원장 양승태가 구속돼 감옥에 들어갔을 때 오재선은 제주의 양로원에 들어가 있었고, 같은 해 여름 양승태가 보석으로 석방됐을 때, 받은 보상금 때문에 양로원에서 나와야 했던 오재선은 방 한 칸짜리 집에서 홀로 지내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책에는 그뿐 아니라, 타국의 제철소에서 두들겨 맞으며 일했던 17세 소년, 남편을 잃고 모진 삶을 살아 낸 91세 어머니, 고아로 자라 철학자의 꿈을 키우던 대학 강사, 의대생, 재일 교포, 전직 기자, 교사, 해고 노동자...... 그리고 이들과 함께 수십 년 이상 고통 받은 가족들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왜 자꾸 ‘법원 개혁’ ‘검찰 개혁’을 외치는지 아리송한 이들에게 책을 권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별로 궁금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권한다. 모두 읽길 빈다. 지금 여기의 사법 정의를 바로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 누구를 믿으며,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애초에 왜 사법기관을 만들었는지, 판검사들의 마땅한 책무가 무엇인지, 책을 통해 그 해답을 얻길 바란다.
- 이탄희 (변호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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