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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도시, 서울

착취도시, 서울

: 당신이 모르는 도시의 미궁에 대한 탐색

리뷰 총점9.3 리뷰 18건 | 판매지수 588
베스트
사회 정치 top100 1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98g | 135*200*20mm
ISBN13 9788967357436
ISBN10 8967357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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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가며

1부 지옥고 아래 쪽방

1. ‘현대판 쪽방’ 고시원 사람들
2018년 11월 9일 국일고시원 화재 | 327호, 이명도, 64세 | 326호, 홍아무개, 59세

2. ‘비정한 도시’의 최저 주거 전선
단돈 만 원에 당신의 비참한 삶을 삽니다 | 살아서 들어가는 관棺, 쪽방 | 박씨의 쪽방

3. 쪽방촌의 빈곤 비즈니스
강씨 일가 | 벗어날 수 없는 쪽방의 굴레 | 쪽방에 산다는 것 | 누가 쪽방으로 돈을 버는가 | 쪽방촌 생태계의 축, 중간 관리인 | ‘지옥고 아래 쪽방’을 보도하다

4. ‘지옥고 아래 쪽방’ 그 후
쪽방촌에 배달된 신문 | 다시 만난 박씨

2부 대학가 신쪽방촌

1. 자전적 ‘주거 난민’ 이야기
20대의 나는 ‘주거 난민’이었다 | 역행하는 청년 주거빈곤

2. 대학가가 쪽방촌이 되고 있다
우체통과 계량기가 집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 당신의 원룸은 ‘신쪽방’입니까 | 도심 속 섬, 사근동의 비밀 | 그들이 기숙사를 반대한 까닭 | 신쪽방 잠입 취재

3. 서울, 뜨내기들의 욕망 도시
사근동에서 온 답장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 청춘에게 더욱 비정한 도시 | ‘프로듀스 101’의 축소판, 서울

나오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저럴 거면 우리한테 돈이나 주지그래.”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생존자 이명도씨가 못마땅하다는 듯 툴툴거렸다. 적대감이 교묘하게 섞인 빈정거림이었다. 327호에 살던 그는 창문이 있는 방에 살아서 화를 면했다. 301호에서 난 화염이 복도를 모두 막아버리자, 그는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3층 높이의 고시원 창문에서 뛰어내려 탈출했다. 숯덩이로 변한 현장에서 그나마 건질 물건이 있을까를 기다리며, 주민들에게 현장이 개방되는 그 찰나를 위해 초겨울 추위를 견디면서 고시원 앞을 어슬렁거렸다. 고시원 바로 옆 지하에 있는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하면서도 “다른 기자들은 밥 한 끼 사주면서 이야기를 들었다”며 대신 잿밥이라도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내색을 보였다. 이씨는 잇속에 밝은 이였다.
--- p.13

강병선, 강병식, 강병철, 강병윤, 강병연, 강병은. 1996년에 건축 승인을 받은 역세권 소재 지하 1층, 지상 5층의 건물. 우애 좋은 가족이 쪽방 주민의 고혈을 빨아 쌓아 올린 빌딩의 건축물대장과 등기부 등본에는 남매 6명이 ‘소유주 칸’에 이름을 한꺼번에 올리고 있었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정보지만, 눈앞에 펼쳐진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주거 취약계층이 지옥고로 내몰린다는 건 익히 알려진 현상이지만,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전선에서 ‘가족 비즈니스’ 형태로 월세 장사가 이어지고 있다니. 그야말로 고장나고 병든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는 기분이었다. 아직까지 쪽방으로 사용되고 있는 다섯 채의 건물에서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어림값으로만 추정해도 매달 1400만 원의 현금 소득을 챙긴다고 볼 수 있었다.
--- p.54

“여우 같은 게 사람들 살랑살랑 꼬셔서 기사를 써? ‘꽃뱀’이 다른 게 있는 게 아니라 당신 같은 사람이 ‘꽃뱀’이야!” 첫 번째 기사가 나간 5월 7일 오후. 박선기씨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 S 슈퍼의 주인 최미자씨였다. 생각했던 반응이었지만 언어는 더욱 거칠고 날카로웠다. 듣도 보도 못한 비속어가 쏟아졌다. ‘중간 관리인’으로 지목해, 비록 기사에서 악인화했지만 최씨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내가 이 동네 사람들 다 신경 쓰고 명절에 밥이라도 해 먹인다”는 그의 말은 진심으로 다가왔다. “네가 이 동네에 대해서 뭘 안다고 꼬리 살랑살랑 치면서 이야기 듣고 이렇게 기사를 써? 이 동네 사람들은 다 너를 믿었다고! 이 꽃뱀 같은 년이.”
--- p.10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빈자들은 빈자끼리 서로 빈정거리고 멸시도 한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2018년 11월 9일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생존자다. 327호, 64세, 이명도씨는 화재 당시 창문으로 뛰어내려 살아남았다. 한겨울에 슬리퍼만 신고 어슬렁거리던 그는 묘한 적대감, 빈정댐, 툴툴거림으로 기자와 대면했다. 비록 고시원이지만 월세를 조금 더 내고 창문 달린 방에 살았던 그는, 7명의 사망자와 달리 그 3층 창문을 통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고시원 옆 건물 지하 다방에서 커피를 주문한 그는 “다른 기자들은 밥 한 끼 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달라 한다”며 잿밥을 바라는 기색으로 저자를 쳐다봤다. 잇속에 밝은 이씨는 눈치 빠르게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내놓는 가운데, 자신에 대해서는 희생자들과 다르다고 구분 지으며 ‘귀한 출신’임을 설파하려 했다.

“이래 봬도 젊었을 때 잘살았다고요. 종로 토박인데, 가세가 찌그러져서 고시원에 왔어요. 예전에는 테니스도 세 군데나 다니고 바다낚시도 가고. 올해는 여태껏 살아 있는 꽃게 한번을 못 먹었네.” 입맛을 쩝 다시다 말고, 그는 커피를 호로록 마셨다. 혈통 자랑이라도 하듯, 과시하면서 내뱉는 화려한 단어들은, 손톱 사이에 낀 검정 때와 대비되면서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가난한 이들이라고 해서 한가지 색깔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엄연히 출신이 다르고 계급이 다름을 드러내며 자기보다 더 가난한 이를 멸시한다. 이 책에 나오는 고시원, 쪽방촌 거주자들은 열심히 일할수록 더 가난해져 절망에 허덕이는 이들이 대다수다. 궁핍이 같은 처지의 어려움을 돌보게도 하지만, 없이 사는 이들의 마음을 더 척박하게 만들어 기회주의적 생존 전략을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 쪽방촌 여성 주거자들은 같은 계층의 남성들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긴다. 폭염이 닥치는 여름에도 방문을 꼭꼭 잠근 채 열어두지 못하는 이유다.

돈 있는 자들은 중간 착취계층을 통한다

이 책을 집필하는 데 결정적인 중간 역할을 해준 사람이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S 슈퍼의 예순두 살 된 최미자씨. 그는 핵심 취재원이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비타민 음료 비싸게 살 테니까 주민 한 분만 소개해주시면 안 될까요?” 쪽방촌 거주자를 만나고 싶었던 저자는 슈퍼 주인에게 부탁했다. 구석 마루에서 손녀들과 저녁밥을 먹던 최씨가 급하게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있지. 이거 오천 원인데…….” 안면에 웃음을 가득 띤 채 열 개들이 비타민 음료 상자를 저자 품에 안겼다. 잘 보이려는 마음에 음료 값으로 1만 원을 냈다. 횡재한 표정의 최씨는 주저 않고 맞은편 허름한 2층 건물로 가 예순두 살의 박선기씨를 소개해줬다. “안녕하세요. 몇 가지만 여쭐게요. 며칠 전 청계천 옆에 있는 고시원에서 불난 거 아시죠? 그런 사고 접하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아휴, 마음이 안 좋지. 안 그래도 뉴스 보면서 속상했어요. 여기도 불나면 다 죽을 거 아니에요. 20년 넘게 이 동네에 살면서 불난 적 수두룩한데, 기사 한번 난 적이 없어요. 솔직히 고시원은 우리보다 사정이 훨씬 나아요. 돈 떨어지면 노숙밖에 길이 없는데 나이 드는 게 무섭고 막막하지.”

취재를 마무리하며 저자는 문득 세입자들의 월세를 걷고 있는 ‘이 슈퍼 주인도 작은 착취의 수레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시스템의 공모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깊이 파고들어가자 슈퍼 최씨는 최대 수백만 원의 관리비를 중간에서 관리비 명목으로 취할 뿐 실소유주는 따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 박씨 등의 이야기를 엮어 쪽방촌 기사가 보도된 날, ‘중간 관리인’으로 지목된 최씨가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여우 같은 게 사람들 살랑살랑 꼬셔서 기사를 써? ‘꽃뱀’이 다른 게 아니라 당신 같은 사람이 ‘꽃뱀’이야!”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최씨가 뱉는 언어는 거칠고 날카로웠다. 듣도 보도 못한 비속어도 쏟아졌다. “네가 이 동네에 대해서 뭘 안다고 꼬리 살랑살랑 치면서 이렇게 기사를 써? 이 동네 사람들은 다 너를 믿었다고! 이 꽃뱀 같은 년이.” 아마도 동네 관리인들끼리 기사를 돌려보고 집주인으로부터도 한마디 들은 듯했다.

그 순간 증언을 해준 박선기씨가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됐다. 박씨는 저자를 여러 번 만나 자신의 생애사와 쪽방촌 착취의 생태계를 들려줬다. 최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돈 있는 게 죄야? 있는 사람들이 이걸 좀 빌려주겠다는데, 쪽방 없어지면 이 사람들 다 없어지는데. 네가 월세라도 대줄 거냐고.” 본인도 세입자면서 최씨는 철저히 건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었다.

부자들은 얼굴이 없다

중간 관리인 말고 쪽방촌 건물들의 실소유주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 이 과정은 이후 수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이어진다. 박선기씨가 사는 집의 실소유주는 ‘정선심’. 60대 여성으로 옆 동네에 살고 있었다. 종로46가길(창신동)을 따라 박씨 쪽방 인근 건물들의 주소를 하나씩 정리했다. 그렇게 인근 15곳 건물의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며, 등본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유권과 채무관계에 대한 정보를 채워나갔다. 건물 주소, 현재 소유주의 이름, 주소, 등기 연도와 원인 등.

밤샘 작업이 지난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데이터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요주의 인물 ‘정선심’은 단 두 곳의 등본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정선심은 박씨의 쪽방 바로 옆집을 ‘강병선’이라는 인물과 함께 소유하고 있었다. S 슈퍼 건물의 등본을 다시 검토했다. 소유주는 1960년대 후반생인 강병철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 강병선과 겹쳐졌다. 정선심과 함께 옆집 쪽방을 절반씩 소유한 사람의 이름이 ‘강병선’ 아니었던가. 이상하게도 이 골목에는 유독 ‘강’씨가 많았다. 만약 이 구역 건물을 몽땅 가지고 있었던 한 사람이 있었고, 이를 어느 순간 자녀들이나 배우자에게 물려줬다면……? 강씨에다가 이름 항렬이 ‘병’인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형제나 남매라는 심증이 커졌다.

박씨네 쪽방 건물주 정선심.
박씨네 쪽방 기준 오른쪽 이웃집의 건물주 정선심과 강병선.
박씨네 쪽방을 관리하는 S 슈퍼 건물주 강병철.
박씨네 쪽방 맞은편 건물주 강병식.

게다가 과거에 쪽방으로 이용하다가 최근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한 건물 소유주 강병은. 드러난 것만 해도 강씨 4명에 정선심까지 다섯 명이 가족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좀더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팩트가 필요했다. 우선 강씨 4명과 정선심이 등장하는 주소를 모두 수집해 정리했다. 의문이 드는 지점마다 정리하고 공통점을 비교하고, 건축물대장이나 등본을 또 떼어보고 정리하고 다시 살펴보는 길디긴 작업이 이어졌다.

서울시 종로구 △△동 **-**. 집요한 추적 덕일까. 여러 차례의 검색, 분류, 필터링 끝에 나온 이 주소가 무언가를 말해주리란 것을 직감했다. 우선 강씨 일가가 창신동 쪽방촌 옆 동네인 이곳에 주소지를 올려두고 있었다. 또, 박씨가 사는 쪽방 왼쪽 이웃집 소유주 ‘최정자’ 역시 주소지가 같았다. 최정자도 강씨 일가의 일원일 가능성이 커졌다. 강병선, 강병식, 강병철, 강병윤, 강병연, 강병은. 1996년에 건축 승인을 받은 역세권 소재 지하 1층, 지상 5층의 건물. 우애 좋은 가족이 쪽방 주민의 고혈을 빨아 쌓아 올린 빌딩의 건축물대장과 등기부 등본에는 남매 6명이 ‘소유주 칸’에 이름을 한꺼번에 올리고 있었음이 마침내 밝혀졌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정보지만, 눈앞에 펼쳐진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노숙과 주거의 경계에 놓인 쪽방이라는 최저 주거 전선에서 ‘가족 비즈니스’ 형태로 월세 장사가 이어지고 있다니. 그야말로 고장나고 병든 자본주의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었다.

나는 저 가난한 부류와는 다른 사람이다

“저는 제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분도 나쁘고요. 왜냐하면 빈곤하다는 것에 엮여 있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내 마음은 안 가난하고, 나는 가능성이 있다고 정당화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지금은 내가 사는 곳이니까, 이 집에서 나는 나아지고 있다며 ‘정신승리’를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못 살아요.” 이 책의 2부는 청년 주거빈곤층에게로 초점을 옮겨간다. 대표적인 취재지는 한양대 근처 사근동으로, 초미니 원룸텔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이곳 원룸텔 주거자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가난합니까? 당신은 주거빈곤층입니까?’

지금 막 죽은 고등어 눈알처럼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질문에 놀랍게도 젊은이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강한 부정을 했다. “왜 자신이 처한 상황이 주거빈곤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한양대 졸업생 전동수씨는 대답했다. “제 원룸 건축물은 불법시설이지만, 제가 부산에서 살았던 아파트는 그런 곳이 아니에요. 제 부모님도 주거빈곤층이 아니고. 난 한 번도 주거빈곤층이었던 적이 없고. 그래서 옛날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여기는 ‘서울 집’일 뿐이지, ‘내 집’은 아닌. 그래서 그 개념을 잘 못 받아들이겠어요.”

가난을 숨기는 게 미덕이 된 사회에서,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질문은 불편하다. 이처럼 내밀한 고민과 스스로 마주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은 ‘나는 지금 가난하지 않으며, 당장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버티는 중이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내면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능성을 전제하며 잔인한 착취 구조의 작동을 간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도 솔직히 그려낸다. 가난을 숨기는 청년들과 달리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가난과 사회에 대해 좀더 명징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과거 가난했던 자신을 드러내면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때로 가난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면도 있다고. 물론 이것은 결코 가난과 착취를 정당화하는 말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게으르든 성실하든 우리 사회는 빈자의 품성을 논하는 데 익숙하다. 부자의 품성론은 ‘자본’ '구조’ ‘시스템’ 같은 개념어로 대체된다. 이 책은 이 추상적 외피를 걷어내고 쪽방촌과 대학가 원룸을 빈곤 비즈니스의 프런티어로 만든 인간 포식자의 실체를 쫓는다. 주검에 가까운 생명을 쪼아대면서도 자신의 행위를 “노후 대비”라 당당히 변호하는 포식자들이 오늘도 대한민국 부동산 잔혹사를 고쳐 쓰고 있다.
-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쪽방촌은 미궁迷宮이다. 골목과 건물 내부와 사람들의 속과 겉뿐 아니라, 그곳에 빨대를 꽂아 돈을 빨아내는 주거 빈곤 비즈니스 또한 신자유주의 속 미궁이다. 필자는 자신의 빈곤 경험과 느낌을 눈과 글의 태도로 붙들고 미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세세하고 충실한 탐문과 지난한 자료 수집과 검토 과정에 필자의 글을 따라 동행하기를 권한다. 빈곤은 발화發火를 품은 힘이다.
-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회원리뷰 (18건) 리뷰 총점9.3

혜택 및 유의사항?
고층 빌딩 바로 뒤에 존재하는 착취당하는 빈민들의 이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J**e | 2021.03.0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혜미 기자의 기획기사 "지옥고 아래 쪽방" ‘누가 쪽방으로 돈을 버는가’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빈곤 비지니스"로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 이 기사의 후속 기사나 취재이다. 이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가장 영향력있게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EBS Documentary를 통해 기자 인터뷰를 보았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n;
리뷰제목

 이혜미 기자의 기획기사 "지옥고 아래 쪽방" ‘누가 쪽방으로 돈을 버는가’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빈곤 비지니스"로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 이 기사의 후속 기사나 취재이다. 이 단어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가장 영향력있게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EBS Documentary를 통해 기자 인터뷰를 보았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좀 아쉽다. 취재한 빈곤 비지니스의 심화된 버전이 아니라, 취재 뒷이야기에 가깝다. 물론 취재 뒷이야기가 의미 없는 아니지만, 좀더 사회학과 경제학으로 신문이 가지는 지면의 한계를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기사보다 그림과 자료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 크게 느낀 것은 도시 빈민은 스피커를 전혀 가지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시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정말 동자동 주택에 대한 일부이고, 서울 대부분의 쪽방촌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계기로 빈민연합이 결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사가 나오는 계기가 바로 종로 국일동 고시원 화재 사건이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새벽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상자들이 50대 이상의 중년 남성 근로자들이고, 대피로가 매우 취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의 제목처럼 고시원보다 못한 곳이 쪽방이다. 

 

 취재는 주로 동대문역 창신동 근처의 쪽방촌 위주로 소개된다. 문제를 몇가지로 요약하면 세입자가 돈을 지불하지만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권리 행사를 거의 하지 못한다. 쪽방촌 자체가 최소한의 주거 환경을 제공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그리고 월세 등의 주거비는 현금으로 거래되며, 중간 관리자를 통해 지주에게 건네진다. 월세가 기초생활수급비의 증가에 따라 같이 증가되고 있으며, 일반 월세에 비해 면적당 단가가 더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복지로 지급되는 세금이 건물주인 부자들에게 그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건물주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런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선 활동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앞으로 복지를 위한 주거개선 사업이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는 아직 나는 감이 서지 않는다. 

 

 두번째의 사례는 대학 주변의 새로운 쪽방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 리모델링 되는 쪽방은 실제 건축 규제를 어기고 있다. 일반 1가구를 십 수개의 방으로 분리하고 있다. 이것은 주로 대학생이나 초급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곧 떠날 세대이고 애착이 없기 때문에 쉽게 이용당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들은 기숙사의 증축을 집요하게 막고 그들 만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모두 건축법 위반에 해당되지만 벌금보다는 월세가 크기 때문에 계속 유지되고 있다. 

 

 기자는 자기의 집을 찾는 경험을 통해 집 없는 빈곤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고 취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나도 처음 서울로 상경했을 때 거의 같은 그런 처지였구나 다시 돌이켜보았다. 대학가 근처의 가장 싼 공간을 찾아다녔던 경험이 떠올랐다. 한편으로 그래도 주거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전에도 안 좋은 집이 더 많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주거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탈세나 건축법 위반에 대해서는 법의 칼을 들이대어 처벌해야 한다. 기사 이후에 크게 개선된 점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민달팽이 유니언 등의 시민 단체에서 주거환경에 대한 개선도 소리내야 할 것이다. 

 

 10년전에 읽었던 빈곤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번 적어본다. 

 빈곤에 이르게 한 원인인 다섯가지의 배제 

 교육의 배제 

 기업복지의 배제 (비정규직) 

 가족의 배제 

 공적배제 (국가의 방임) 

 자기자신의 배제 (가장 중요. 빈곤은 사회적인 이슈이고, 개인이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다. 희망을 버리고 포기하지 말고, 주위에 도움을 얻고 회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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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메가폴리스 서울의 민낯...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j****3 | 2020.10.20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가진자는 그 탐욕의 정점을 알지 못하고 계속 더 가지려고만 하고 그에 반해 없는 자는 계속 잃기만 하는 것인가...이 책은 대도시 서울의 쪽방촌을 직접 저자가 탐사하며 기록한 탐사보도에 관한 책이다.직접 발로 뛰며 쪽방촌 거주자와 인터뷰하며 더군다나 수백 수천장의 재산관련 서류를 직접 찾아가며 기록한 쪽방촌에 대한 르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진 양극화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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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자는 그 탐욕의 정점을 알지 못하고 계속 더 가지려고만 하고 그에 반해 없는 자는 계속 잃기만 하는 것인가...이 책은 대도시 서울의 쪽방촌을 직접 저자가 탐사하며 기록한 탐사보도에 관한 책이다.

직접 발로 뛰며 쪽방촌 거주자와 인터뷰하며 더군다나 수백 수천장의 재산관련 서류를 직접 찾아가며 기록한 쪽방촌에 대한 르뽀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가진 양극화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이 쪽방촌을 소유하려는 탐욕에 찌든 계급의 민낯도 다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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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탐욕과 고통의 한 가운데를 취재한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c******e | 2020.09.28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저도 서울에 올라온지 이제 20년이 되었습니다. 지방에서 변변찮은 직장을 다니다가 고시공부한다고 10년의 세월, 결국 합격하지 못하고 알바 투잡 쓰리잡 뛰면서 또 삼사년을 자취생활하던 생각이 나네요. 마치 노브레인의 서울에간 삼룡이가 생각나는 과거입니다. 삼룡이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바로 이 책에 수많은 삼룡이의 현재가 있습니다. 보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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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저도 서울에 올라온지 이제 20년이 되었습니다. 지방에서 변변찮은 직장을 다니다가 고시공부한다고 10년의 세월, 결국 합격하지 못하고 알바 투잡 쓰리잡 뛰면서 또 삼사년을 자취생활하던 생각이 나네요. 마치 노브레인의 서울에간 삼룡이가 생각나는 과거입니다. 삼룡이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바로 이 책에 수많은 삼룡이의 현재가 있습니다. 보기 전에는 믿기 힘든 비인간적인 환경임에도 과도한 월세를 바쳐야 하는 상황, 집주인은 보수 관리 의무를 방기하고 국가의 세금으로 유지보수되는 현실, 재개발에는 죽어라고 돼지 멱따듯이 반대하는 탐욕스런 자들!  정말 분노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책이며, 취재를 위해 정말 험한 꼴도 당할 수 있을텐데도 사안의 핵심에 도달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취재하신 저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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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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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읽고 싶던 책입니다. 잘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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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 | 2021.10.12
구매 평점5점
탐욕과 고통의 한 가운데를 취재한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c******e | 2020.09.28
구매 평점5점
따뜻하고 냉철한 시선으로 파헤치고 정돈한 글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꽃*홍 |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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