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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

: 쓰다 보면 괜찮아지는 하루에 관하여

리뷰 총점8.4 리뷰 5건 | 판매지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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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12g | 135*205*17mm
ISBN13 9791189385125
ISBN10 118938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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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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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부터 써 온 첫 십년일기장에는 나뿐만 아니라 그 시절 친구들의 몇몇 날들도 살뜰히 기록되어 있는지라, 종종 과거의 기억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꼭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야 됐고, 그냥 혜은이 일기장 보면 돼.”
--- p.10

나의 열여덟은 K로, 스물은 C로 요약할 수 있다. 나머지 20대 절반은 온통 J로 가득하다. 타인의 이름으로 나의 한 시절이 설명된다는 건 꽤나 섬뜩한 일이다. 모든 마음이 다하고 난 뒤 마주하는 그 이름들은 아무리 불어도 날아가지 않는 재 같다.
--- p.29~30

가장 시답지 않은 것들이 가장 절박한 순간의 나를 구해 준 것만은 확실하다.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을 때에도 내 목소리만은 들을 수밖에 없게, 하루가 뭐 이따위인지 울컥 화가 치밀 때에도 그것을 기록할 수밖에 없게 말이다. 삶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도 나지만 그런 나를 붙잡아 삶 속으로 떠미는 것도 나였다. 취향이 그걸 가능케 했다. 노래했던 나, 일기 쓰는 내가. 세상은 비싸고, 좋아했던 것들은 모두 사라지지만* 노래와 일기는 언제까지나 걱정이 없다.
--- p.82~83

“어떤 날은 네가 회사 일로 힘들다고 말하면 ‘아, 오늘 밤 지구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했어. 우리 딸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데 아프기까지 하는 게 나는 너무 싫으니까. 그런데 네가 건강하게 잘 지내더라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죽고, 그리워하고, 괴로워할 텐데 이런 게 사는 거라면 모두 한번에 무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좋은 상상은 아니지. 그냥, 엄마도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때가 있어.”
--- p.130~131

정말, 매일 자신을 들여다보며 일기를 쓰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어디선가 일기를 쓰고 있을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얼마만큼의 사랑과 얼마만큼의 미움으로 매일 밤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느냐고.
--- p.195

2016년, 스물일곱, 12월 31일
지난 10년 동안 내가 가장 잘한 일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않고 너를 품에 안고 돌아온 2007년의 나를 떠올릴 거야. 그동안 내가 쏟아 낸 미운 마음들은 아주 묻어 두고, 이제 10년 동안 미뤄 둔 깊은 잠을 자러 가자.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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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은 것은 뒷모습. 본 적 없는 사람의 것이다. 그는 “하루의 끄트머리에서 세계를 등지고 앉아” 쓴다. 매일을, 매일의 일들을. 그 쓰기는 독자와 무관하다. 완전한 혼자가 된 그의 손끝에서 지나가 버린 일들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오늘과 안전하게 작별하기 위해. 내일을 다시 살아가기 위해. 오랜만에 살아 있는, 생생한 글을 만난 기분이다. 혜은. 나는 그가, 그의 뒷모습이 진심으로 부럽다. 그래서 내일은 일기장을 사려 한다. 아마 당신도 그렇게 될 것이다.
-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든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공평한 시간. 내가 유일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 하루라는 걸 깨닫는다. 시시하고 사소할지라도 애써 살아 낸 나의 하루를 기억하고 싶다. 혜은은 그런 하루들을 13년 동안 무모하리만큼 성실하게 기록한 사람이다. 하루에 깃든 사랑 미움 기쁨 슬픔 같은 것들을 커다란 일기장에 모조리 적어 두었다가 다시 열어 보며 후회하거나 대견해한다. 그래서 혜은의 어제들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다른 모든 하루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하루’, 그걸 붙잡아 쓰는 사람. 그리하여 매일 조금씩 다른 하루를 사는 사람. 혜은, 그렇게 작가가 된다.
- 고수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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