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에 레밍은 멤피스로 차를 몰고 찾아가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마이클 오어라는 녀석은 그 성(姓)만큼이나 참으로 특이하다고 말이다. 이 선수는 작은 사립학교인 브라이어크레스트크리스천스쿨에서 뛰었는데, 이 학교로 말하자면 디비전 1급에 속하는 대학 풋볼 유망주를 키워 낸 역사 자체가 없는 곳이었다. 게다가 브라이어크레스트크리스천스쿨의 풋볼 팀에는 흑인 선수가 없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마이클 오어는 흑인이었다.
--- p.41, 「CHAPTER 2 풋볼 선수 시장」 중에서
“어디 가는 길이냐?” 숀이 물었다.
“농구 연습이요.” 빅 마이크가 말했다.
“마이클, 너는 원래 농구 연습 안 했잖아.” 숀이 말했다.
“알아요.” 소년이 말했다. “하지만 거기는 불을 때잖아요.”
숀은 그게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체육관 안은 편하고 따뜻하다고요.” 소년의 말이었다.
다시 차에 올라타 출발하면서 숀은 아내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리 앤의 얼굴에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문득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고, 이런. 집사람이 그만 넘어가 버리게 생겼군.’
--- p.90, 「CHAPTER 3 경계선 건너기」 중에서
“제니퍼, 걔가 수업 내용을 안다고요!”
실제로 마이클은 뭔가를 분명히 알고는 있었다. 다만 이때까지는 자기가 뭔가를 이해했다는 기미를 전혀 보여 주지 않았기 때문에, 비어즐리는 그가 수업 내용을 얼마나 흡수했는지를 알고 나서 도리어 깜짝 놀랐다. … 물론 아직 운동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을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레이브스는 그가 무척이나 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비록 풋볼 시즌은 지나갔지만 그는 농구를 무척 하고 싶어 했다. 만약 생물학 시험이 그의 머릿속의 내용물을 보여 주는 암시라고 한다면, 크리스마스 이후에는 정식으로 운동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이번 시즌에 마지막으로나마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그에게 넌지시 알려줬다. “그러자 그 아이가 맨 처음 한 일은, 농구장 근처를 돌아다니기 시작한 거였어요.” 그레이브스의 말이다.
--- p.81~82, 「CHAPTER 3 경계선 건너기」 중에서
대결이 끝나자마자 (물론 전광석화처럼 끝나 버렸는데) 다섯 명의 대학 코치들은 갑자기 뿔뿔이 흩어지더니 저마다 다급하게 사적인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 “그 사람이 전화에 대고 이렇게 중얼거리는 거였습니다. ‘이런 세상에. 이걸 직접 보셔야 한다니까요!’” 파워스의 말이다. 클렘슨의 코치인 (아울러 한때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풋볼 수석 코치를 역임한 바 있는) 브래드 스콧은 말 그대로 필드로 뛰어들어 휴 프리즈에게 자기 명함을 불쑥 내밀며 말했다. “봐야 할 건 이미 다 본 것 같습니다.” 혹시 마이클 오어가 클렘슨에 오고 싶어 한다면 전액 장학금을 지불하겠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었다. “이 말을 남기고 그 클렘슨 사람은 곧바로 차에 올라타더군요.” 팀 롱의 말이다. “다시 8시간인지 9시간인지를 달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거였습니다.”
--- p.127, 「CHAPTER 4 백지상태」 중에서
풋볼 내부에서는 이른바 힘과 머리 가운데 어떤 것이 먼저냐를 둘러싼 논쟁이 한 번도 그친 적이 없었으며,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 논쟁은 필드 밖에서 말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점점 더 줄어든 반면에 필드 위에서 행동과 전략으로 거듭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졌다. 그리고 캔들스틱 파크에서의 춥고 습한 어느 날 오후 이 논쟁은 월시가 머리 역할을 맡고 빌 파셀스가 힘 역할을 맡아서, 정말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날 예정에 있었다.
--- p.159~160, 「CHAPTER 5 어느 라인맨의 죽음」 중에서
심지어 휴 프리즈조차도 몇 번의 경기를 치르고 나서야 비로소 오펜시브 라인맨 한 명이 오로지 혼자 힘으로 풋볼 필드의 생태계 전체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마이클이 나오면 상대편은 아예 쿼터백에게 접근할 생각 자체를 포기하고 말았다. 마이클이 나오면 상대편은 이를 벌충하기 위해서 갖가지 특이한 방법으로 선수들을 쌓아 놓았다. 따라서 상대편의 진영에는 어딘가 빈 구멍이 생겼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야, 즉 테이프로 다시 보고 난 뒤에야, 사람들은 이와 같은 종류의 힘이 끼치는 영향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심지어 심판들조차도 이런 사태는 미처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 팀 롱의 말마따나 “심판들이 보는 앞에서 그 녀석이 필드의 모든 선수를 박살 내고 납작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 p.211, 「CHAPTER 6 마이클 만들기」 중에서
리 앤은 숀 주니어가 에어백에 부딪쳤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운이 좋았다는 의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중에 그녀가 집에 가서 의사들의 이야기를 전해 주자 마이클은 자기 한쪽 팔을 내밀었다. 팔에는 마치 불에 덴 것 같은 섬뜩한 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내가 그걸 막았거든요.” 그의 말이었다. … 마이클 오어가 백분위 점수로 90점을 받은 분야가 있었다. 그 자질이란 바로 “보호 본능”이었다.
--- p.236, 「CHAPTER 7 파스타 코치」 중에서
“그러면 댁이나 댁의 가족은 아무런 대가도 약속받지 않았다는 건가요?”
“저요?” 숀이 반문했다. “저는 아무 대가도 필요가 없는 사람이에요.”
그는 이 사실을 강조하는 듯이 양팔을 펼쳐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고도 모르겠습니까? 수백만 달러짜리 집 안에 수십만 달러짜리 가구가 잔뜩 들어차 있는 모습을요? 마당 진입로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가 무려 다섯 대나 된다는 사실을요? BMW가 있는데도요? 그럼 제가 지금 전화로 에어 타코를 대령시켜서 NCAA 본부까지 모셔다 드려야 하겠습니까?’ 숀은 이러한(즉 자신은 물론이고 마이클조차도 이제는 부자이기 때문에 돈의 유혹에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여러 번에 걸쳐 강조한 바 있었다.
--- p.292, 「CHAPTER 8 인성 강좌」 중에서
스포츠 분야야말로 미국에서 순수한 능력주의가 통하는 유일한 분야다. … 마이클 오어는 운동에 보다 뚜렷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 특유의 뭔가를 지니고 있었다. 신장이 210센티미터나 되는 농구 선수를 제외하면, 신장이 195센티미터에 체중이 160킬로그램이나 되면서도 마치 날아가듯 움직일 수 있는 아이야말로 누구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미래의 스타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그의 재능조차도 그만 허비되고 말았을 것이었다. 마이클 오어는 그저 또 한 명의 뚱보, 빅 마이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만약 그의 재능조차도 자칫 사장될 뻔했다면, 사실상 거의 모든 유망주가 사장되는 운명을 맞이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 가난한 흑인 꼬마들은 미래의 레프트 태클이 될 수 있었다. 다만 평범한 눈으로는 알아볼 수 없도록 그 가치가 숨어 있을 뿐이었다.
--- p.418~419, 「CHAPTER 12 모세조차도 말을 더듬었으니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