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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밭의 은하수
안오일 | 다른 | 2020년 08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5건 | 판매지수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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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밭의 은하수 (큰글자도서)
[도서] 녹두밭의 은하수 (큰글자도서)
안오일 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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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밭의 은하수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02g | 140*210*15mm
ISBN13 9791156332985
ISBN10 1156332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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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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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잘 보아라. 잘 보면 네가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일 게다. 절대 부끄러운 삶을 살지 말아라.”
“네, 아버지……!”
설홍은 눈물을 닦아 내며 굳게 다짐했다.
“도대체 누가 누구더러 혹세무민이라 하는 건지……. 이 나쁜 놈들. 사람들을 속이고 홀려 세상을 어지럽히는 게 진짜 누구인지 보여 줘야 하는데…….”
아버지는 더 이상 어찌하지 못하고 이대로 가야 하는 게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는지 벌게진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가 이내 힘이 스르르 풀리면서 잡고 있던 설홍의 손을 놓았다.
--- p.54

“우리 어머니가 그랬어. 지금 세상이 꼭 녹두밭 윗머리 같다고.”
“녹두밭 윗머리?”
“녹두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데 그런 땅보다 위니 얼마나 척박하겠어. 지금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다는 거야.”
설홍의 말끝에 탄은 생각했다. 그렇지, 살기 힘들지. 그런데 살기 힘든 건 우리 백성들뿐이잖아. 우린 종일 일해도 만날 끼니 걱정을 해야 하고, 양반들은 일하지 않아도 잘만 먹고살고. 그러고 보면 세상이 살기 어려운 게 아니라 불공평하고 더러운 거네.
--- p.58

아, 이 얼굴들……. 자기 앞에 선 얼굴들은 아버지의 얼굴이고,숙부의 얼굴이고, 친구의 얼굴이고, 이웃의 얼굴이었다. 슬픈 일과 기쁜 일을 함께 나누며 명절 때면 음식을 나눠 먹고, 농악을 울리며 걸판지게 놀던 친숙한 얼굴들이었다. 설홍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했다. 어머니와 친구들을 두고 떠나온 전쟁터다. 여기 선 사람들의 목숨을 내걸고 하는 싸움이다. 온 힘을 다해 싸워야 한다.
--- pp.90~91

“혹여 가까운 분이 농민군으로 갔는가?”
탄은 대답하지 않았다.
“저 색을 좀 보게. 정말 아름답지 않나?”
사내는 거무스레하게 변해 가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탄은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림자 색이 뭐가 아름답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삿갓 남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자기 색깔을 내뱉고 스며들어 하나의 색을 내고 있지 않나. 지금 농민군들은 각자의 삶을 내놓고 서로의 상처를 끌어안으며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이네.”
--- pp.133~134

“결국 이렇게 실패하고 말 걸 아까운 목숨들만 잃었어.”
형에 이어 설홍의 죽음까지 보게 된 진구가 잔뜩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 그건 죽은 사람들을 모욕하는 거야.”
희성은 진구를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얼굴은 눈물범벅이지만 눈빛은 강렬했다.
“비록 지긴 했어도 우리가 바라는 새 세상은 좀 더 가까이 다가왔어. 농민들 봉기가 없었다면 벼슬아치들의 포악은 더 심했을 거야. 그러니까 헛된 죽음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
--- pp.176~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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