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0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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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4쪽 | 524g | 135*205*25mm |
ISBN13 | 9788960518148 |
ISBN10 | 896051814X |
발행일 | 2020년 10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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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4쪽 | 524g | 135*205*25mm |
ISBN13 | 9788960518148 |
ISBN10 | 896051814X |
1부 에피소드 1 - 뛰어! 에피소드 2 - 태어난 게 범죄 에피소드 3 - 기도하렴, 트레버 에피소드 4 - 카멜레온 에피소드 5 - 둘째 딸 에피소드 6 - 허점 에피소드 7 - 푸피 에피소드 8 - 로버트 2부 에피소드 9 - 뽕나무 에피소드 10 - 한 애송이의 길고, 어색하고, 때로는 비극적이고, 대개는 부끄러운 연애 수업 - 1막 밸런타인데이 에피소드 11 - 아웃사이더 에피소드 12 - 한 애송이의 길고, 어색하고, 때로는 비극적이고, 대개는 부끄러운 연애 수업 - 2막 짝사랑 에피소드 13 - 색맹 에피소드 14 - 한 애송이의 길고, 어색하고, 때로는 비극적이고, 대개는 부끄러운 연애 수업 - 3막 댄스파티 3부 에피소드 15 - 고 히틀러! 에피소드 16 - 치즈 보이 에피소드 17 - 세상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 에피소드 18 - 엄마의 인생 감사의 말 |
배덕법, 1927년 (p.7)
유럽인과 원주민 간의 불법적 성관계 및 그에 부수 되는 행위를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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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고귀한 명에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의회는 다음과 같이 의결한다.
1. 원주민 여성과 불법적 성관계를 가진 유럽인 남성 및 유럽인 여성과 불법적 성관계를 가진 원주민 남성은 범죄자로 간주하여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유럽인 남성에게 불법적 성관계를 허용한 원주민 여성 및 원주민 남성에게 불법적 성관계를 허용한 유럽인 여성은 범죄자로 간주하여 4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
이 책은 그 흔한 프롤로그 없이 차례에 앞서 '배덕법'이라고 하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정확하게 명문화 되어 있는 법 조문을 제시하며 시작한다. '1927년'이라는 연도가 명기되어 있는 것을 보면 실제로 존재했던 법인 것 같은데, 이 법에 대한 어떠한 부연 설명도 없다. 「웃기지만 슬프고, 슬프지만 망할 계속 웃게 된다.(음.. 읽어보니 슬프지만? No, 화자니만! Yes)」 라는 추천사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으면서 법조문으로 책을 시작한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인 저자의 피부색 때문이다. 백인들이 동양인들을 구분을 못한다는 말처럼 동양인의 보기엔 경우에 따라서 흑인으로 볼수도 있지만, 흑인들이 보기에는 저자가 늘상 아프로 머리를 하고 다닐만큼 곱슬머리 였음에도, 백인처럼 밀가루 뒤집어 쓴 듯 하얗지는 않았지만 밝은 피부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트레버 노아는 남아공 출신의 흑인인 어머니와 독일계 스위스인인 백인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다. 게다가 트레버가 태어나고 청년기를 보낼 때까지도 '아파르트헤이트'라고 하는 몹쓸 인종 차별 정책이 유지되고 있던 시기였으며, 아파르트헤이트 체제하에서 흑인이 피부색이 다른 인종과 성관계를 맺는 다는 그 사실 자체가 법전에 범죄라고 명문화 되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어처구니 없는 이 사실은 그의 부모의 범죄의 증거이자 이 책의 제목의 증거이기도 하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위키백과에 3~4줄 정도로 짤막하게 소개되고 있는데, 아파르트헤이트 시대(1948년 경)에 제정된 배덕법은 2008년이 되어서야 위헌 결정이 나며 무효화 되었다고 한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며 무너지고 난 후에도 이 어처구니 없는 법은 무려 14년이나 더 지나서야 무효화되었고, 그 법이 쓸모가 없어진지 이제 겨우 12년이 지났을 뿐이다. 물론 세상 어디에선가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일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연합국인 남아프리아공화국은 국가 소개에 등장하는 대표 언어는 아프리칸스어와 영어이지만 남아공 헌법에 명시된 공식언어만도 11개나 된다고 한다. 이 언어의 다양성은 그 만큼 다양한 부족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 각 부족들의 파벌로 인해 서로 충돌하고 싸워 왔으며, 남아공 전체 인구에 겨우 16% 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는 백인들은 이 부족들 간의 파벌 싸움을 그들을 이간질하여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용해 왔다. 그래서 남아공에서는 영어 만큼 이 다양한 부족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패이자 다양한 부족 사이에서 좀 더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다행히 저자 트레버는 여러 부족의 언어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할 줄 알았고, 그것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았다.
'인종차별'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당연하듯 따라 오는 예상되는 주제가 더 있다. 바로 가난과 남녀차별이다. 트레버의 가정 역시 아니 정확히 말하면 트레버의 엄마 세대의 가정이 그랬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여기 저기 문제일으키고 다니는 자식들이 바글 바글하다. 그런데, 트레버의 어머니 놈부이셀로는 조금 남달랐다. 여기서 잠깐 옆길로 새서 트레버가 태어나게 된 이야기부터 해야 될 것 같다.
트레버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 세대에서 당시 흑인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공장 아니면 백인 가정에서 하녀를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흑인 거주구와 백인 거주구가 분리 되어 있어서 흑인 거주구를 벗어나 도시나 백인 거주구를 통행하려면 통행증을 소지하고 다녀야 했다. 트레버의 어머니는 당연하듯 주어진 그 두 선택지가 싫었고, 법에 따라 백인에게만 허용되던 화이트칼라 직종을 선택하려고 타이핑을 배워 비서일을 하게 된다. 운 좋게도 국제 사회의 항의가 있던 시기(1980년대 초)라 형식적으로나마 흑인의 화이트칼라 고용하던 시기와 맞물려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하녀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통행을 위해 하녀 복장 여러벌을 구입하고 백인들이 하는 지역의 한 숙소에 거주하게 된다. 이 곳에서 독일계 스위스인인 트래버의 아빠 로버트를 만나고, 연애를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놈부이셀로는 로버트에게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한다. 가톨릭을 핑계로 완곡하게 거절하는 로버트에게 놈부이셀로는 아이만 갖게 해주면 당신이 떠나도 되며, 원하면 언제든 아이를 볼 수 있되 어떠한 의무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오랜 설득으로 관계를 맺고 이듬해 트래버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유로 트래버의 출생증명서에서는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함께 살지는 않았지만 트래버가 어린시절 종 종 아버지와 함께 했고, 흑인 사회에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생일파티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기억은 갖고 있다. 그것도 잠시 트래버가 성인이 되어 코미디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기 까지 로버트의 행방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트래버 아빠 세대의 이야기는 알 수가 없다.
앞선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트래버의 엄마 놈부이셀로는 좀 남 달랐다. 너무 독실한 신앙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놈부이셀로의 신앙심은 마치 배움의 발견의 타라 웨스트 오버 부모 만큼이나 심각할 정도로 의지한다. 그 신앙심은 후에 두 번째 결혼한 남편으로부터 머리에 총을 맞았던 순간에도 예수님 덕분이라는 말로 트래버는 물론 책을 읽는 사람까지 환장하게 만든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다행이 그 정도로 독실한 신앙에도 자식 만큼은 더 넓은 세상 밖으로 나가도록 계속해서 등 떠밀고, 자신 세대의 그 어려움을 겪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트래버는 놈부이셀로의 그 신앙생활(주일마다 반복되는)에서 도망치려고 잔꾀를 꽤 많이 쓴다.
이런 트래버는 순수한 것 같으면서도 악동 같은 면모를 많이 보였다. 한 번은 어린 시절 집이 없어 외가에서 다세대가 함께 하던 시절 비와 파리 떼가 바글 바글한 옥외 화장실을 피해 집 안에서 신문지를 깔고 대변을 보다 걸릴뻔한 위기에 그 상황을 모면한다는 것이 일 본 신문을 실내 쓰레기통에 버리는 바람에 신앙심이 독실했던 그의 엄마와 할머니는 악마가 집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온 동네 사람을 모아 악마를 퇴치하도록 찬송가를 부르고 범인 트래버는 그 옆에서 시치미 뚝 떼며 영어로 기도를 한다. 인종차별 때문에 교회가는 버스에서 납치 당하고, 맞고 하는 일이 잦다 보니 거기에서 도망치며 몸에밴 덕분에 트래버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는 달리기이다. 학창시절에는 달리기를 잘하는 덕분에 그리고 다양한 부족의 언어 사용이 가능했던 것을 이용해 매점 구매 대행을 하며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졸업반과 졸업 후에는 CD에 여러 노래를(옛날 우리의 길보드 차트 테이프와 같은 기능) 구워놓고 판매하거나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으로 컴퓨터를 사 여러 노래를 믹싱해서 파티가 열리는 곳에서 했던 DJ가 입소문이나 점점 더 유명해지고 그의 수입은 점 점 늘어난다. 한 번은 유명세로 인해 섭외된 곳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히틀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를 댄서로 섭외해 무대위에서 '히틀러'를 미치도록 외치게 했기 떄문이다. 물론 트래버와 함께 한 친구들은 '히틀러'에 대해 배워본 적도 그가 무슨일을 저질렀는지도 몰랐다. 그의 장꾸 본능은 이런 식으로 벌여놓은 사업(?)으로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나타난다. 물론 경찰들은 뒷돈을 벌기 위해 그들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되는 사유로 연행한 것이었지만, 트래버는 그 사실보다 자신이 경찰에 잡혀왔다는 사실을 엄마인 놈부이셀로가 알면 사망이다라는 사실을 더 걱정한다는 점이다.
물론 남아공 흑인의 여느 집에서 그렇듯(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그렇다고 한다.) 부모의 매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트래버 역시 많이 맞았다. 저자의 부연 설명에 의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밖에서 다른 사람에게 더 맞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쉽게 설득할 수 있는 이유는 아니다. 여하튼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엄마에게 혼날 걱정을 하는 트래버이지만, 그의 엄마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남다르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말도 안되는 규칙으로 학교에서 정신과 상담을 권하는 학교장에게 정신과의의 이상없다는 결과와 함께 학교 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 당당하게 맞섰고, 이웃과 친척들의 백인의 것을 왜 흑인 아이에게 가르치냐는 비아냥에도 간신히 움직이는 고물차를 가지고 트래버를 아이스링크며 자동차극장으로 데리고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돈이 부족하면 도서관이나 중고서적들을 잔뜩가져와 읽게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비아냥 거리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렇게 놈부이셀로는 자신의 아들 트래버에게 권위에 도전하고 체제를 의심하라고 가르쳐왔다.
"그건 말이죠, 설령 이 아이가 빈민가를 떠나지 못한다고 해도
빈민가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해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p.116)
트래버는 학창 시절 매점 중개와 CD 판매로 수익을 올리며 돈이 있으면 무언가를 '선택'을 가능하게 해주고, 그것은 '자유'라는 것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이유와 논리로 수 없이 많은 차별과 폭력을 경험해 왔다. 때로는 그것이 차별인지도 모르고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피해인지도 모른채로 살아야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어두운 그림자는 찾아 볼 수 없다. 이 책의 뒷 면에는 '~~ 그는 욕을 하거나 누군가를 깎아내리지 않고, 표정과 연기와 성대모사만으로 사람들을 배꼽빠지게 만드는 코미디언이다.~~'라는 소설가 김중혁의 추천서가 있다. 솔직히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트래버의 존재를 몰랐기에 그가 코미디언 이었다는 사실 또한 알지 못했고, 그랬기에 그의 방송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런 추천사와 책 소개를 먼저 보고 이 책을 읽는 도 중에는 대체 어디가 웃어야 할 타이밍인지 솔직히 알지 못했다. 웃어야 할 타이밍이라기 보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와 논리로 벌어지는 대환장 사태 때문에 화가 더 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천사에서 말하는 '누군가를 깎아내리지 않고 웃긴다.'라는 표현에는 공감을 한다. 트래버는 그 숱한 다양한 상황을 말하면서도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화났다고 욕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술만 마시면 폭력남으로 돌변하는 새아빠에게 얻어맞고, 엄마를 때리는 것을 목격하고, 동생으로부터 새아빠가 엄마에게 총을 쐈다는 소식을 듣고 서도 말이다. 지금 이 말들이 어떻게 보면 그런데도 바보 같이 가만 있었냐고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음.. 차분하게 트래버 만의 스타일로 조목 조목 반박하고 대처한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트래버가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것이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깨달은 이후에도 그것을 똑같은 방법으로 되돌려주지 않은 데에는 엄마 놈부이셀로의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보다 더 나아져야 해. 고통이 너를 단련하게 만들 거야. 그러니까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비통해하지 마라." 라는 가르침 때문이었다. 그의 엄마 놈부이셀로는 트래버가 말썽을 부리면 떼리기도 했지만, 항상 더 넓은 세상을 보기를 원했고, 그것을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몸소 실천해 보였다. 남들이 안된다고 도망가지 않았고, 늘 부딪히며 당당하게 살아갔다. 그런 환경과 경험이 있었기에 트래버는 누군가를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고 완곡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아마도 고통의 순간에도 웃음의 길을 선택하게 한 가장 큰 힘은 트래버의 친구이자 엄마인 놈부이셀로 덕분인 것 같다. "누군가를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배꼽빠지게 하는.." 이 말은 앞으로도 한 동안 계속 머리속으 되 뇌일 것 같다. 요즘에 우리나라 방송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아래에 트래버의 스탠딩 코미디 한 편으로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책을 읽다가 그의 코미디가 너무 궁금해 몇 편 찾아 보았는데, 이 책을 압축해서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출처와 함께 가져와 봤다. 영상 속에서는 그가 등장하고 몇 마디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막 웃기 시작한다. 내가 아직 그들의 개그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 이유도 있겠지만, 이 책을 먼저 읽고 그 상황을 알고난 상황에서는 도저히 웃어지지가 않는다. 뒷 부분에서 딱 한 에피소드 말고는.. 이제 아주 조금 그가 누군가를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웃긴다는 말을 이해할 것 같다. 이 책은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덕분에 아파르트헤이트 뿐만 아니라 남아공이라는 나라의 과거에 대해서도 조금은 배우게 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그 만의 입담으로 사람들을 많이 웃게 해주는 코미디언이 되었으면 한다.
■ 영상출처 : 유튜브 '호보의 자막전골' https://youtu.be/hARwcpCIO6s
■ 영상정보 (위키 : Live at the Apollo Series 9 Episode 1)
- 런던 아폴로 극장 스탠드업 코미디
- [영국 BBC] Live at the Apollo Series 9 Episode 1 - The terrific Trevor Noah live! Enjoy!'
- 방영일 : 2013.11.22
*** 본 게시글은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영화보다 소설보다 더 극적인 실화 <태어난 게 범죄>는 제목 그대로 탄생 자체가 범죄임을 증명하는 혼혈 출신 코미디언이자 이 책의 작가인 '트레버 노아'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다.
백인과 흑인의 성관계를 법적으로 금지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트레버 노아는 태어나자마자 존재 자체가 범죄를 증명하는 꼴이 되어버리고 만다. 출생부터 다이내믹한 그는 아파르트헤이트라는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이 합법인 곳에서 백인도 흑인도 유색인도 아닌 그는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었을까. 또한 이런 환경 속에서 환상의 꼴통으로 불리던 트레버 노아는 어떻게 인생의 비극을 밝은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유명한 코미디언이 될 수 있었을까.
남아공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책에 나오는 아프리칸스어가 뭔지 몰라서 검색하다가 여러 개의 놀라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수도가 3개, 국가(國歌)가 5개의 언어로 이루어졌다는 것(5가지 버전이 아니라 한 노래 안에 5개의 언어가 차례대로 나온다고 한다!) 등과 더불어 유럽 식민지 시대가 어떤 비극을 야기했는지, 차별이 어떻게 세대를 지나 더욱 잔인해져왔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이런 인생을 살아올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험난한 우여곡절을 겪는 작가님의 인생을 다룬 나름 두꺼운 이 책을 세글자로 요약하면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어머니가 위대하다. 트레버 노아의 어머니 역시 위대한 어머니셨다. 특히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고립된 환경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었던 건 그녀 특유의 긍정적이고 굳센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그런 어머니에게서 자란 트레버 노아 역시 중간중간 각종 트러블은 너무나 많이 있었지만 결국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인생이라 여길 수도 있는 삶을 행복한 에세이로 승화시킨 작가님의 눈물 반 웃음 반의 인생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태어난게범죄 #트레버노아 #김준수 #부키출판사 #블랙코미디 #더데일리쇼 #스탠드업코미디언 #코미디언 #아파르트헤이트 #남아공 #인종차별 #자유 #에세이 #리뷰이벤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독일계 스위스인 아버지와 코사 부족 엄마 사이에 태어난 그 자체가 범죄를 증명하는 증거로 남는 저자 『트레버 노아』의 이야기이다. 그의 이야기를 담은 『태어난 게 범죄』(김준수 옮김, 부.키 출판)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기 이전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가 웃음을 담고 있으면서도 결코 웃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그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것 부터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인과 원주민, 유색인종 간 차별이 극심한 상황에서 더욱이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단적인 백인 우월주의 차별정책으로 각종법률을 통해 흑인토착민에게 직업, 노동조합, 토지소유, 선거권, 공공시설 사용, 백인과의 결혼 등의 영역에서 제한을 가하고, 백인과 흑인의 버스 승차 분리 등 철저한 인종 차별을 시행하여 전 국민의 16퍼센트에 불과한 백인의 특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1994년 넬슨 만델라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 유지되었음 - 제도로 인해 백인과 흑인사이의 관계를 범죄로 처벌하던 시절에 태어난 것이다. 다만 엄마의 자의적인 의지에 의해서
백인과 흑인의 중간에서 성장하게 된 그는 생활은 흑인거주지역에서 했지만 흑인이 아니었다. 학교에서 반이 분리되었을 때만 해도 학교는 그를 백인이 주를 이루는 학급으로 보냈지만 흑인 반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으며, 흑인거주지역에서 애경사에 참여할 경우 백인대우를 받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흑인으로 남기를 희망한다. 그의 애매한 입장은 친구들로부터 오디 열매로 괴롭힘을 당하고 엄마와 나눈 대화에서 알 수 있다. 물론 이 대화는 웃음을 이끌어내지만.
『"밝은 면을 보자꾸나." 엄마는 웃으며 절반이 시꺼먼 오디즙으로 뒤덮인 나를 가리켰다."이제 너는 정말 반은 흑인이고 반은 백인이 됐잖니." 』 - 본문 중에서 -
학창시절은 불우하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인지 아니면 흥미가 없었는지 학업에는 관심이 없고, 친구들의 심부름을 대신해 주는 것과 나중에는 CD복제로 돈을 벌기도 한다. 아벨이라는 계부는 그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그는 아웃사이더였다. 하지만 단 한가지 항상 웃음을 잊지 않고 지탱해준 엄마, 오히려 아픔을 웃음으로 반전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배우게 된다. 그의 엄마는 당시 흑인 가정에서 당연시 되듯이 매를 들었다. 그리고 바로 웃음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바로 그랬다. 항상 아웃사이더였다. 아웃사이더가 되면, 껍질 속으로 숨을 수도 있고, 익명으로 활동할 수도,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 본 문중에서 -
불법 복재의 제능은 어쩌면 그를 연예인으로 만드는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밝은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불법CD 복제 능력은 또 다른 희망으로 떠오른다.
『봉가니와 내가 디제잉 무대에 댄서들을 투입하자, 우리 공연은 날개를 달았다. 우리는 우리 그룹에 '블랙 앤드 화이트 보이즈'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댄스팀은 '스프링복 보이즈'라고 불렀다. 여기저기서 공연 요청이 쇄도했다. 성공한 흑인 가족들은 교외로 이주해 나갔지만. 그들의 자녀들은 여전히 파티를 열고 싶어 했고 흑인 거주구의 문화를 누리고 싶어 했기에 자신들이 주최하는 파티에 우리를 초청했다. 입소문은 널리 퍼졌다. 곧 교외 지역으로부터 점점 더 많은 요청이 들어왔고, 우리는 백인들을 만나고 백인들을 위해 공연하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
제혼한 엄마의 삶은 비참해진다. 자동차 수리업소를 위해 모든 재산을 투자하지만 음주로 일관하는 계부는 가정에는 관심이 없고, 결국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더 이상 계부와 함께 생활할 수 없게 된 트레비는 독립을 한다. 어느날 엄아가 머리에 총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다름아닌 계부의 총에 머리에 광통상을 입게 된다. 처벌은 받지 않는다. 남아공의 참상과 폭력, 학대의 민낯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남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었을까 의구심을 든다.
열여덟 살에 코미디언 활동을 하고 미국 정치 풍자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자로 변신하게 된 것은 어쩌면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보다 더 나아져야 해." "고통이 너를 단련하게 만들되,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비통해하지 마라." 그 무엇에도 절대 불평하는 법이 없었던 그녀의 가르침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을까?
<흑인 가족들 사이에서 백인으로 살기> 편에서 "피부가 힌 애를 어떻게 때려야 할지 모르겠거든. 흑인 아니를 때리는 법은 알아. 흑인 아이는 때려도 그대로 검은 색이야. 그런데 트레버를 네가 때리면 파래졌다가 녹색이었다가 노래졌다가 빨개지더구나. 그런 색은 난생처음 봤어. 내가 자칮 애를 때리다가 어디 부러뜨리지 않을지 걱정된다. 나는 백인을 죽이고 싶지 않아. 난 너무 두렵다. 그래서 재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실제로도 할머니는 그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왜 그리 서글프게 느껴지는지.
한편으로는 책을 읽는 동안 웃음을 떨칠 수 없다. 그의 평소 성격이 그대로 나타난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 중 많은 에피소드를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낸다. 그의 삶이 이제는 어두운 곳에 있지 않고 밝은 쪽만 향하는 것은 그가 웃음을 잃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이 모든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여스럽게 유투브를 찾게 되었다. 그의 실제 활동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는 이미 이 책의중간중간에 그려져 있는 철조망을 뛰어 넘어섰다는 점이다. 그의 앞날에 영광이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