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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가난의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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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큰글자도서)
[도서] 가난의 문법 (큰글자도서)
소준철 저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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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46g | 133*195*18mm
ISBN13 9791156758518
ISBN10 1156758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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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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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건 현재의 노인 세대로, 노인들의 가난은 그 구조가 복잡하게 꼬인 산물이다. 지금의 일부 노인들은 사회보험 제도가 정착하기 전에 노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종사하던 업종이 노화되어 생계가 어려워졌거나, 가족의 문제로 모은 돈을 날린 경우도 있다. 게다가 노인이 된 상태서 생계를 위한 유일한 자구책은 노동뿐이지만, 사회적으로 노인의 노동을 금(禁)하기만 할 뿐, 이에 대한 지원은 딱히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들은 생존을 위해 자연스레 제도 바깥의 노동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존 경로가 바로 폐지를 줍는 일(재활용품 수집 노인의 등장)이다.
--- p.9~10

그렇기에 이 책은 ‘가난’이란 용어를 주로 사용하며, 가난은 하나의 현상으로 이를 둘러싼 여러 구조가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개인과 가족의 필연적이거나 우연한 구조에서의 선택이 존재했으며, 이로 인해 이행되어 온 경로가 있다는 걸 말하려 한다.
그다음으로 ‘재활용품 수집 노인’이란 단어다. 지난 몇 년간의 조사를 통해, ‘폐지 줍는 노인’이란 사회적 호칭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 우선 그/녀들은 폐지만을 줍는 게 아니며, 재활용이 가능한 폐품을 줍는다. 다시 말하자면, 그/녀들은 국가와 산업이 산정한 재활용 체계의 말단에서 ‘재활용’ 가능한 폐품을 수집하여 판매하는데, 이는 폐품을 재활용 체계로 밀어 넣는 비공식적인 현상이다. 단순히 ‘폐지 줍는’이라고 표현할 때, 이 현상의 문제를 은폐하고 개인의 문제로 따지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 --- p.14~15

이어지는 14개의 장은 가상의 인물인 윤영자의 하루 중 일부와 이에 대한 해석으로 이뤄져 있다. 1945년생인 윤영자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름은 1945년에 출생등록을 했던 이들의 이름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을 골라 지은 것이며, 그녀의 남편이나 자녀들의 이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지었다. 1945년생은 2020년을 기준으로 76세(만 75세)이며, 이 나이는 운전면허를 가진 경우, 면허 갱신의 시기가 만 65세까지의 5년 주기에서 3년 주기로 바뀌는 전환점이다. 신체적 능력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이 가득해지는 시기인 것이다. 게다가 인구통계에서 후기고령자로 여겨진다는 특징이 있다.
--- p.16

폐지를 비롯한 폐품을 줍는 사람들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서구에서는 이런 이들을 오랫동안 ‘rag picker’라 불렀고, 한국사회에서는 넝마주이라 불렀다. 넝마주이들은 헌 옷 따위의 넝마와 가발을 만들 머리카락 등을 수거해 다른 제조업자들에게 팔았다. 그러나 요새 한국서 헌 옷 따위의 넝마는 (비)공식적인 초록색의 의류수거함에 들어가버리니, 주된 주울 거리는 아니었다. 수거함에 모인 헌 옷이나 이불은 중간업체가 다 긁어모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혹은 중앙아시아 등으로 수출한다. 그래서 옛말대로의 넝마주이는 이제 없는 존재가 됐다. 이제 넝마주이의 일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변화했고, 지금의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그 자리를 꿰찼다.
--- p.29~30

이 글은 여태껏 남아 있는 그때의 가난했던 이농민들, 지금의 가난한 노인들을 관찰하고 만난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내가 만난 그녀들은 어떤 의미에서 ‘쉬지 않고 살아왔다.’ 과거에도 지금에도 슬픔도 기쁨도 한껏 느끼며, 부지런히 노력하며 말이다. 어느 여름날에 만난 노인들, 특히 여성노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기서 젊은 시절을 모두 보낸 이들이 많다. 시기로 치면 이들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북아현동으로 들어왔다. 출신을 물으면 전국의 팔도 사람들이 다 있다. 한때는 잘살아보겠다는 꿈으로 서울에 왔거나 어쩌다 보니 서울에서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 모두가 뒤섞여 함께 늙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다룰 이야기는 그녀(들)의 ‘노력’에 관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 책이 주목하는 이들은 폐품을 주워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노인들이다.
--- p.34~35

이제 연락이 되는 건, 첫째 딸인 미숙이와 첫째 아들인 준호, 그리고 막내딸 정숙이뿐였다. 막내 성호는 일본에 돈을 벌러 간다고 하고는 한참 연락이 없었다. 준호는 계속해서 사업을 말아먹었다. 동네 어귀서 떡집을 하다 말아먹었고, 그 자리에서 식당을 했지만 그 역시 망했다. 준호는 자리가 안 좋아 망한 거라며, 이제는 동네에서 꼭 필요하니 망할 일 없다는 슈퍼를 하겠다고 했다. 영자씨는 준호를 타이르며 작은 가게라도 들어가 일을 배우라 했지만, 준호씨가 며느리와 손주까지 며칠을 계속해서 데려와 성을 냈다. 결국 영자씨는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해 준호에게 건넸다. 준호는 목 좋은 곳에 슈퍼를 차린다며 신나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준호의 슈퍼 근처에 편의점이 들어왔고, 연이어 근처 서울역에 대형마트가 들어와 다시 망했다. 이제는 준호도, 준호의 마누라도 요새 무얼 하며 벌어 먹고사는지 도통 말을 하지 않는다.
--- p.41~42

그렇지만 현재 가장 문제인 지점은 노인계층의 가난이다. 최근 국제 비교 통계에서 우리가 처한 노인빈곤의 심각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7년을 기준으로,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전체 인구 중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의 비율)은 17.4%로, 미국의 17.8% 다음으로 높다. 게다가 65세 이상 노인만을 살펴볼 때,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43.8%였다.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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