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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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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78g | 133*200*14mm
ISBN13 9788954677431
ISBN10 8954677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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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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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 풍경들을 무심히 지나쳤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그런 목소리들이 아주 흔하게 들려오는 세계에 대해서. 그런 농도 짙은 농담들에 대해서. 몰라서 그때 무심할 수 있었다는 걸, 너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된다.
--- p.24 「완벽한 농담」 중에서

원영은 문장의 주인을 슬쩍 쳐다보았다. 스물여섯이라고 했던가. 대학교를 갓 졸업한 취업준비생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던 기억이 났다. 취업준비생이라고는 하지만 원영의 눈에는 여느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취업에 대한 걱정과 준비생이라는 허울을 같이 가지고 있는 밝은 학생들 말이다. 원영은 그런 밝음이 부러웠다.
--- p.49 「모두의 친절」 중에서

원영은 천천히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나름대로 단정하게 꾸몄지만 알고 보면 남루한 옷들에 대해서. 저 여학생이 쓰는 립스틱보다 저렴한, 핸드백 속 자신의 화장품에 대해서. 그리고 더 많이, 더 자주 뱉어지는 어떤 말들에 대해서.
--- p.54 「모두의 친절」 중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상당히 어린 부부처럼 보였고 그때마다 곤란해지는 건 그녀였다. 그녀는 생각으로만 그쳐야 하는 말들에 대해 고민했다. 말수가 적을수록 이웃들은 좀더 친절해졌다.
--- p.70 「비타민」 중에서

아내는 내가 바퀴벌레를 잡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 점에 대해 실망한 적도 없었다. 그렇지만 바퀴벌레를 보고 도망친 남편에 대해서도 정말 실망하지 않았을까. 견디는 것과 도망치는 것은 달랐다.
--- p.100 「바퀴벌레」 중에서

나는 그애가 언제까지나 그렇게 작고 보드라울 줄 알았죠. 종아리를 살짝만 때려도 빨간 줄이 선명하게 비치던 때처럼 말이에요. 그 시절이 그렇게 빨리 지나갈 줄 알았다면, 좀더 확실하게 가르쳤을 텐데 후회가 돼요. 결국 훈육이 되는 시기를 모두 놓친 건 내 탓이니까요.
--- p.137 「오른쪽」 중에서

살다보면 지나가버리고 나서야 알게 되는 사실들이 있다. 모든 것이 지나가버려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그런 게 있었지, 하고 알아채게 되는 사소한 삶의 조각 같은 것들.
--- p.188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 중에서

밤에 불을 켜면 벌레가 달라붙잖아. 왜 그런지 알아? 무서워서 그래. 밤이 무서워서 조금이라도 밝은 곳으로 달려드는 거야.
--- p.192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 중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 때문에 잘못되었는지 생각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분명히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뿐이었다.
--- p.200 「유턴 지점을 만나게 되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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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나리의 등단작 「오른쪽」을 읽었을 때 받은 충격을 기억한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의 그악스러운 진술, 흔들리는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듯 위태롭게 끝을 알 수 없는 외길로 내달리던 독서의 경험. 이나리의 인물들은 대개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며 강박과 두통과 지긋지긋함에 시달린다. 자꾸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 때문에 아무 일도 없는데 조바심 나는 일상을 보내느라 많이 지쳐 있다. 그러나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죽여버리고 싶기 때문에’ 내내 긴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에는 전혀 다른 결의 긴장이 있다. 그토록 인간들이 지겹다면서 순정하게 드러내버리고 마는 죄책감이다. 그 죄책감의 이상한 가역반응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악마에게서 도망치다 찾아든 곳이 바로 그 악마의 품임을 실감하게 하는, 삶을 기묘하게 재현하는 위험한 이야기가 이제 시작될 것이다.
- 박민정 (소설가)
이나리의 인물들은 유난히 예민한 사람들이다. (…) 이 예민한 감각은 미래를 전망할 수 없는 인물들이 겪는 증상이자, 전망을 결핍한 소설의 징후라고 봐도 좋다. 전망이 소거된 소설의 시간 안에서 인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집요하게 순간을 경험하는 것뿐일 테니까. 그렇게 소설의 시간이 늘어지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낯설고 기이한 순간이 속살을 드러낸다.
- 임정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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