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머리말 _007
폴과 비르지니 _011 해설 | 순결한 사랑의 봉인 _202 |
Jacques-Henri Bernardin de Saint-Pierre
베르나르댕 드 생 피에르의 다른 상품
김현준의 다른 상품
|
폴과 비르지니가 배우는 것이라곤 서로를 기쁘게 하고 서로를 돕는 것이 전부였네.
--- p.27 자기들의 섬이 끝나는 곳이 세상의 끝이라 믿었고, 자기들이 없는 곳에 마음이 이끌리는 무언가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해본 적도 없었지. --- p.27∼28 서로 시선을 맞출 궁리만 하는 두 아이의 눈빛과, 한결 더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하는 두 아이의 웃음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천성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 있는, 생각을 앞세워 감정을 전할 필요도 말을 앞세워 애정을 표현할 필요도 없는 그런 천국의 아이들, 그런 축복받은 영혼을 떠올리게끔 했을 거야. --- p.30 “불행은 오로지 저 멀리서 찾아온단다. 행복은 내 주변에 있는데 말이야.” --- p.35 가시덤불 아래 있는 제비꽃은 비록 보이진 않더라도, 저 멀리까지 제가 가진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법일세. --- p.51 내가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얼마간의 기쁨이란 고대 조각상이나 유적을 보는 데 있었는데, 특히 거기 새겨진 잘 지어진 글귀 하나를 읽노라면 나는 훨씬 더 큰 기쁨을 느낀다네. 그럴 때면 돌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솟아나 수 세기를 가로질러 들려오고, 그 목소리가 인적 없는 황야 한가운데 있는 인간에게 말을 걸어와 혼자가 아니라고, 바로 이 장소에 있던 다른 인간들도 그와 같이 느꼈고 생각했으며 아파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 p.56 “뭐든 좋으니 하늘에 있는 것을 너한테 줄 수는 없을까!” --- p.83 “네가 타고 가기로 한 그 배에 내가 같이 탈 수 있게 해줘. 폭풍이 몰아치면 내가 널 달래줄게,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거잖아. 네 머리를 내 가슴에 누이고, 네 심장을 내 심장으로 따뜻하게 해줄게.” --- p.104 “행복이 주는 인상은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불행이 주는 인상은 우리에게 교훈을 줍니다.” --- p.109 “휴식의 즐거움은 피로로 살 수 있고, 먹는 즐거움은 배고픔으로, 마시는 즐거움은 목마름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을 자네도 경험하지 않았나? 암, 그렇고말고! 사랑한다는 기쁨과 사랑받는다는 기쁨이란 숱한 박탈감과 희생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것이지.” --- p.150 지구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그러나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자네가 알아야 하네. --- p.189 “비르지니는 내 전부예요, 나의 보물이자 나의 가족이며, 나의 시작이자 나의 재산입니다. 그것 말고 다른 건 아무것도 몰라요.” --- p.106 |
|
결코 사라지지 않을 자연의 아름다움과
절대로 변하지 않을 사랑의 위대함 어린 시절부터 모험심이 많았고 미지의 세계를 동경했던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는 ‘프랑스 섬’에서 3년간 머물며 자연을 관찰한다. 이후 파리에 머물며 장 자크 루소의 권고로 쓰기 시작한 《자연연구》로 큰 명성을 얻는다. 《폴과 비르지니》는 《자연연구》 제4권에 ‘일종의 목가’라는 수식과 함께 추가된 소설로, 이듬해 단독으로 재출간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다. 알려지지 않은 열대 섬의 정경이 문명의 이기와 속물근성에 침잠해가던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낙원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화려한 흥분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폴과 비르지니》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자연의 아름다움과 절대로 변하지 않을 사랑의 위대함을 빛나는 묘사와 소중한 잠언들로 그려낸 작품이다. “피곤할 때마다 널 보면 피로가 풀려. 산꼭대기에서 저기 골짜기 깊은 곳에 있는 네가 언뜻 보일 때면, 우리 과수원 한가운데 있는 장미꽃 봉오리 같아. 네가 우리 어머니들 집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자기 새끼를 찾아 달음질하는 자고새의 앞가슴은 그 아름다움이 시들해지고, 가볍던 걸음걸이도 전만 못하지. 나무에 가려 너를 시야에서 놓치더라도, 널 다시 찾으려고 애써 살펴보지 않아도 돼. 네가 지나간 공기 속에, 네가 앉아 있던 풀 위에, 도무지 말로 다 할 수 없는 너의 무언가가 내게 남아 있어.”(75∼76쪽)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두 여성은 아프리카 동남부의 ‘프랑스 섬’에 정착한다. 여기서 각각 ‘폴’과 ‘비르지니’라는 아이를 낳아 키운다. 섬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처럼 맑게 자라난 두 아이는 자연스레 서로 사랑에 빠지고, 섬에서 함께하는 영원한 미래를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비르지니는 파리에 있는 부유한 친척으로부터 막대한 재산이 보장된 파리에서의 생활을 제안받는다. 엉겁결에 비르지니는 파리로 떠나게 되고, 폴은 비르지니를 그리워하며 몹시 괴로워한다. 비르지니 역시 폴을 그리워하며 파리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중, 원하지 않는 상대와 결혼시키려는 친척에 반대하다가 다시 섬으로 쫓겨난다. 그런데 폴이 남아 있는 섬을 불과 몇 킬로미터 앞에 두고 비르지니가 탄 배는 거센 풍랑을 만나 난파될 위기에 처한다. 살기 위해 옷을 벗고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들 사이로 비르지니만이 홀로 남겨지게 되는데……. 한 젊은 아가씨가 생제랑호의 선미 복도에 나타나더니,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력을 다하던 사람을 향해 팔을 뻗고 있었어. 비르지니였네. 그녀는 폴의 용맹한 모습을 보고 자신의 정인임을 알아보았지. 그토록 사랑스러운 사람이 너무나 참혹한 위험에 처한 모습을 보고, 우리는 고통과 절망에 휩싸였네. 그런데도 비르지니는 고귀하고 당당한 태도로, 우리에게 영원한 작별 인사를 건네듯 손짓을 해 보였어. 선원들은 모두 바다에 몸을 던지고 없었네.(169쪽) 소설은 폴과 비르지니와 한마을에서 살았던 노인이 내레이터로 등장해 흘러간다. 이들의 사연을 모두 경험하고 간직한 노인은, 그러나 철저한 타자로서 이야기를 전달한다. 자연의 위대함이나 오랜 시간 삶을 지켜낸 경험자로서의 조언만 간간이 전할 뿐이다. 노인의 내레이션이 고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때로는 인간을 굴복시키고 황폐화시키기도 하지만, 자연의 위대함이나 아름다움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삶을 바라보는 천진한 시선을 바탕으로 건네는 잠언들은, 그것이 비록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 할지라도 귀담아듣고 호응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지금 세대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한 《폴과 비르지니》의 정본 《폴과 비르지니》는 그리 길지 않은 작품이지만, 뛰어난 소설의 가독성이 단지 가벼운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한 요람을 나누어 쓰며 남매처럼 자라난 두 사람이 사춘기에 이르러 우애가 아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미묘한 과정을 섬세하고 눈부신 묘사로 표현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을 정확하고 찬찬하게 떠올려내기란 쉽지 않다. 생피에르는 이 설명하기 어려운 사랑의 임계점을 세밀하고 뜨거운 문장으로 집중력 있게 포착해낸다. 1960년대부터 문고판으로 국내에 소개되어온 《폴과 비르지니》가 특히 청소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순수한 사랑을 대표한다는 점과 소녀의 옷에 응축된 메타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다. 지금 세대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된 이 책은, 오랫동안 읽혀온 《폴과 비르지니》의 정본 역할을 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