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내 마음의 옥탑방 - 박상우
2. 내 혈관 속의 창백한 시 - 박상우 3. 물 위에서 - 김인숙 4. 은둔하는 북의 사람 - 배수아 5. 삼촌의 좌절과 영광 - 원재길 6. 1978년 겨울,슬픈직녀 - 이순원 7. 손가락 - 이윤기 8. 당신의 백미러 - 하성란 9. 우리말 역순사전 - 최일남 10. 검은댕기두루미 - 한승원 |
朴相禹
박상우의 다른 상품
裵琇亞
배수아의 다른 상품
Seong-nan Ha,河成蘭
하성란의 다른 상품
|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변하든, 지금 내가 당신에게 분며하게 말할 수 있는 진실은 있습니다. 나의 옥탑방에 발을 들여놓았던 유일무이한 사람, 그리고 나의 찌든 가난을 속속들이 들여다본 첫 번째 남자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많은 면에서 당신은 나에게 첫 번째였지만, 첫 번째라는 이유만으로 당신의 인생을 나의 옥탑방게다 가두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평생 옥탑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당신과 나의 인생. 상상해본 적 있나요?
이렇게 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옥탑방은 당신과 나의 기억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은 나에게 영원히 첫 번째 남자로 남겨질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나도 또한 당신에게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는 여자로 남고 싶습닏가. 당신이 설령 나를 원망한다고 해도, 나도 또한 당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이런 바람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내게 선물한 <시지프의 신화>, 당신이 생각날 때마다 읽고 또 읽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추억이 아로새겨진 옥탑방, 오래오래 세상에 남아 있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어쩌다 이 부근을 지나치게 될지라도, 아름다운 추억의 성전으로 그곳을 올려다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 p.63 |
|
지상의 방인가, 천상의 방인가. 그녀의 난폭한 초대로 난생 처음 방문하게 된 옥탑방은 이십오 평 정도의 옥상에다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옥탑방이 십오 평 정도의 공간을 점하고 있었으니 옥상 넓이에서 옥탑방의 넓이를 제한십여 평 정도의 면적은 고스란히 콘크리트 마당이랄 수 있었다. 하지만 가파른 언덕 위에 자리잡은 삼층 건물 옥상,거기서 내려다보는 지상의 밤풍경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 p.39 |
|
우리는 모두 거세당한 시지프들, 산정을 향해 바위를 밀어올리는 불굴의 의지를 상실한 시지프들이었다. 신을 향한 멸시를 통해 인간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반항적인 분투가 사라지고, 이제 지상에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멸시가 범람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누구도 희망없는 노동을 투자하여 산정으로 올라가지 않으려 하고, 어느 누구도 도로의 절망을 숙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것이었다. 주어진 형벌의 바위도 부정학, 지상에 안주하려 하는 것이었다. 주어진 형벌의 바위도 부정하고, 지상에 안주하기 위해 인간의 숙명까지 부정하는 가련한 시지프들의 지옥.
--- pp. 52-53 |
|
배수아 '은둔하는 북(北)의 사람' 中 서서히 무너지는 잇몸에서 어느 순간 마침내 모든 이빨이 뿌리째 남김없이 한꺼번에 빠지는 것처럼 우리들 인생은 어느 한때에 근본적으로 붕괴된다. 곽은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여행용 가방을 버스 정류장에 놓아 둔채, 어느 순간에 한꺼번에 붕괴된다. 우리들 인생이 그 순간이 조금 이르게 찾아오거나 조금 늦게 찾아올 뿐이다.
--- p.165 |
|
나의 기억 속에는 세월이 흘러도 불이 꺼지지 않는 자그마한 방 한칸이 있다. 내 나이 스물여덟이었을 때, 나는 삼층 건물의 옥상에 위치한 그것을 처음 목격했었다. 목격했었다, 라고 말하는 건 당시에 내가 받았던 기이한 충격감이 반영된 결과일 터이다. 삼층씩이나 되는 번듯한 양옥 건물의 옥상에 그렇게 허름한 주거공간이 얹혀 있을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을 나는 일종의 파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지고 사람들이 거처할 공간이 줄어든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옥상에까지 방을 들이고 세입자를 받아들일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 그래서 어느날, 나는 삼층 건물 옥상에 위치한 그 공간을 '공중에 떠 있는 방'으로 명명했다. 그곳을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내 나름대로는 꽤나 고심한 뒤에 얻어진 표현이었다. --- p.25-26 |
|
거세당한 시지프와 꿈꾸는 시지프의 지상의 안식처, 옥탑방
레포츠 용품 수입업체의 영업사원인 '나'는 백화점의 5, 6층에 있는 매장에 매일 가서 영업실적을 확인해야 하고, 그 결과를 11층에 있는 회사에 가서 보고해야 하며, 자신을 혹이나 벌레처럼 취급하는 형네 17층 아파트에 얹혀 살고 있다. '나'는 지상에 편입되지 못하기에 지상의 위로 올라가고자 한다. '나'에게는 신화 속의 시지프처럼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는 의지나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나'는 가난에 시달리는 백화점 안내사원 '그녀'를 만나 폐쇄된 공간, 옥탑방에서 황량한 사랑을 한다. 그러나 지상으로 끊임없이 올라가고자 하는 '거세당한' 시지프와 지상으로 끊임없이 내려가려는 '꿈꾸는' 시지프인 '그녀'는 서로의 어긋난 꿈 때문에 결국 헤어진다. 그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지금도 '나'는 여전히 고통을 자각하기보다 그것에 길들여지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그녀와 헤어진 후 형의 중매로 무난한 상대와 결혼을 하고 대기업의 홍보실로 직장을 옮겼어도 '나'는 여전히 산정을 향해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올리는 불굴의 의지를 상실한 시지프들의 세계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은 삶의 무의미성과 현대인의 방향상실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