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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가는 길 / 이기고 지는 것과 먼 이야기 / 바다를 품에 안으면 / 라이딩 맛을 알랑가 모르겄어요 / 본선 THE MAIN LINE / 딱 좋은 고독 / 자전거 쉼터 / 파란 선을 따라 / 바퀴를 굴리며 뒷걸음질 칠 수 없다 / 자전거 여행자의 소지품 목록 / 12곡의 플레이리스트 / 발등 위의 지도 /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도 FINISH 3,100,032m |
李澤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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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는 건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서’하는 고생은 고통보다는 희열에 가깝다. 홀로 떠난 장거리 라이딩은 외로움보다는 고독에 가까웠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고, 자처한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고생을 사게 될까. 그 값은 과연 얼마일지 궁금하다.
---「바다를 품에 안으면 」중에서 물고기처럼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삼키기 위해 욕조 안으로 얼굴을 숨긴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눈물이 잠긴다. 희미하게 들리고 희미하게 보인다. 그리고 물속으로 희미하게 흩어진다. 나에게 깃든 마음들이. ---「춘천 가는 길 」중에서 무언가에 몰두한다는 건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는 몰입 상태, 그것은 내가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나는 이것을 ‘라이딩 모드’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이폰에 방해금지 모드, 에어플레인 모드, 수면 모드가 있듯 나에게는 라이딩 모드가 있다. ---「이기고 지는 것과 먼 이야기 」중에서 문득, 우리가 평소에도 이렇게 흠뻑 젖을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뜨거운 볕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면 온몸이 축축해진대도 금방 마를 수 있을 텐데. 사실 나는 흠뻑 젖은 마음을 말리기 위해 이 여행길에 올랐는지도 모른다. 우린 때로 온몸을 내던질 정도로 흠뻑 젖을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행은 젖은 우리를 말려 준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도 」중에서 “선결제입니다. 운동복이 비슷해 헷갈려요.” 식당의 귀여운 문구에 옅은 웃음을 지으며 돼지고기 두루치기 2인분을 선불로 계산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 테이블 저 테이블에 비슷비슷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보였다. 언뜻 보면 비슷하게 굴러가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 같았다. ---「본선 THE MAIN LINE 」중에서 인사를 받던 나는 이제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전거 여행이 풍성해졌다. 모든 이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고 근황을 묻진 못하더라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삶을 상상한다. 나는 오늘도 넥워머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자전거 쉼터 」중에서 이화령은 부산이라는 종착지에 다다르기 위해 지나가야 할 높은 관문이었다. 하나의 문을 지나 빠른 속도로 굽이진 길을 내려왔을 땐 분명 무언가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 충청도에서 경상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명이 아닌 가슴 속에 보이지 않는 일렁임 같은 것이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