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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쥐포 반사〉
겨울 들어 교실에 무쇠 난로가 들어온다. 누가 집에서 쥐포나 오징어를 가지고 오면 선생님이 난로에 구워서 모두에게 고루 나누어 주는 것은, 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이 반의 ‘특별 이벤트’다. “국어 책을 떠듬떠듬 읽는다고 바보”라고 놀림받는 선화는 어머니를 졸라, 쥐포를 가져왔다. 그러나 앞장서서 선화를 놀리는 서민구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서민구는 선화가 가져온 쥐포 봉지를 들고 반 아이들 앞에서 설레발을 친다. “바보 공주 쥐포 먹을래?” “반사, 반사, 쥐포 반사.” 한 아이가 두 팔을 가위 모양으로 엇갈리게 만들어 가슴을 두드리며 ‘반사’라고 잇달아 외친다. 반사는 싫다는 표시다. - 본문 18쪽에서 선화는 아이들의 “반사!”에 상처를 받고 빛나리 담임 선생님께 이른다. 하지만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다. “제 쥐포 아무도 안 먹는대요.” (중략) “선화야, 걱정 마. 친구들이 안 먹으면 오랜만에 선생님이랑 둘이서 나누어 먹지, 뭐.” - 본문 26쪽에서 그러나 서민구의 부추김에 동의하던 반 아이들도 교실 전체에 고소하게 퍼지는 쥐포 냄새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런 참에 정아가 태연하게 쥐포를 먹겠다고 나서자 참았던 아이들은 쥐포를 받으러 봇물처럼 교탁으로 달려나간다. 뒷줄이라 쥐포를 못 받은 서민구가 선화의 얼굴을 보고 멈칫거린다. 그때 선화가 자기 쥐포를 찢어 서민구에게 내민다. “이거 먹어.” 선화가 쥐포 반쪽의 반을 찢어 서민구에게 내민다. “먹어.” 선화가 자꾸 내민다. 서민구는 쥐포를 받는다. 선화가 씩 웃는다. “쥐포 안 반사. 미안, 미안.” 서민구는 쥐포를 들고 손을 가위 모양으로 하고는 가슴을 두드린다. 선화도 따라서 가위 모양으로 가슴을 두드려 본다. “좋아, 좋아.” - 본문 48쪽에서 2. 〈무말랭이〉 혜순이는 지저분하고 머리에 비듬도 많다. 수업도 잘 따라오지 못해서 반 아이들은 혜순이를 대놓고 무시한다.혜순이랑 짝이 된 진호도 혜순이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런 혜순이도 어린이시(동시) 외우기만은 놀랍도록 잘 해낸다. 외우기 숙제를 안 해서 교실 뒤에서 벌을 서고 있는 진호와 남자 아이들은, 혜순이가 칭찬을 받자 약이 오른다. 혜순이는 제목부터 큰 소리로 외친다. 아이들이 깜짝 놀란다. 진호와 남자 아이들 몇은 귀를 막고 있다. 혜순이는 술술 외워 나간다. 아이들도 신기하게 쳐다본다. - 본문 74쪽에서 점심 급식 때 반찬으로 나온 무말랭이는 매운 맛 때문에 먹기가 싫다. 혜순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진호와 병재는 자기들 무말랭이를 몽땅 선화의 급식판에 수북하게 쌓는다. 덕분에 혜순이는 급식을 남겼다고 벌로 계단 청소를 한다. 그나마 혜순이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를 건네던 성직이가 몸이 아파 조퇴를 하자, 혜순이는 성직이 걱정에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은, 혜순이가 성직이를 좋아한다는 말을 빌미삼아 또 혜순이를 괴롭힌다. “난 성직이가 좋다. 정말로 좋다.” 갑자기 혜순이가 큰 소리로 말한다. 병재가 이 소리를 듣고 진호와 함께 혜순이 앞으로 다가간다. “너 정말 성직이 좋아해?” “응.” 혜순이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중략) “혜순이가 성직이 사랑한대. 푸하하.” - 본문 92쪽에서 진호와 병재는 혜순이에게, 성직이한테 보내는 편지를 전해 주겠다고 속이고 또 거짓 답장을 적어 혜순이 마음으로 아프게 한다. 장기 자랑을 발표하느라 교실은 온통 야단이지만 혜순이는 혼자 눈물을 글썽이며 공책에 무언가를 적고 있다. ‘난 바보다. 친구들도 바보라고 부른다. 밥도 혼자 먹는다. 난 늘 혼자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참 좋겠다. 정말 좋겠다.’ - 본문 103쪽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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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아이들의 삶을 동화로 그려 내는 교육문예창작회 회원이며 그 자신 초등교사이도 한 김영주 작가는 그의 대표작 《짜장 짬뽕 탕수육》이 보여 주듯 어린이 세계에 개입하는 조정자로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관찰자 자리에 즐겨 선다.
왕따 문제가 특별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간 힘의 관계 속에 내재해 있다 는 점을 김영주 동화는 보여 준다. 작가가 나서서 교훈적이고 바람직한 결말을 지어내지 않고, 그저 보여주고 독자들에게 던져 준다. 그래서 독자 스스로 고민하게 하는 것 또한 김영주 동화의 일관된 특징이다. 그렇기에 김영주 작품을 읽다 보면 어린이들은 교실 속 생생한 자기 이야기를 만나는 셈이며, 어른은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켜 주지 못한 자책감과 가슴 쓰린 반성을 하게 된다. 이번 새 작품 《쥐포 반사》에 들어 있는 2편의 단편 〈쥐포 반사〉와 〈무말랭이〉는 둘다 따돌림 당하는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다. 〈쥐포 반사〉의 선화는, 같은 반 말썽꾸러기 서민구에게 특히 놀림을 받는다. 서민구가 설레발을 치고 다니는 바람에 선화가 가지고 온 쥐포 조차도 반 아이들에게 “반사(거부와 외면을 상징하는 동작)”를 당한다. 〈무말랭이〉에서 혜순이는 머리를 제 때 감지 않아 비듬이 많고, 지저분한 데다 수업 내용도 잘 이해하지 못해 친구들한테 대놓고 '바보'소리를 듣는다. 교실 공동체 속의 누군가를 다같이 따돌리거나 외톨이로 만들지 말고, “반사” 시키지도 말고 모두가 친구 되고,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그대로 받아 주고 이해하는 ‘어우러지는 삶’, 이것이 《쥐포 반사》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리라. 이번 새 책은 저학년을 위한 책동무 시리즈답게 일러스트레이션에 큰 공을 들였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도 발견된 전통 한국화 기법인 ‘돌가루’ 채색 기법을 구사하는 김호민 화백의 그림이 《쥐포 반사》에 담긴 애틋하고 가슴 시린 선화와 혜순이 이야기를 한창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