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제1부 주방 벽에 걸린 채 붉은 상처 악의 불 은행나무도마 백목련 개복숭아꽃이 핀 빈집 홍시 묵나물이다 나는 공작단풍잎 유월의 아카시아꽃 나무팽이의 꿈 베란다의 소엽란 사과나무꽃과 바위 산62번지 간이역 4월의 반딧불 거인 아파트 새벽시장 제2부 저녁강이 깊이를 재는 시간 주연배우의 양념들 여섯 개의 얼굴 허씨의 고독을 보았다 이순耳順의 제비꽃 치매의 강 무지외반증 낮과 밤, 그 여자 박꽃의 초상 평원동 노파의 손 석류 손지압기 원형나사못 지천명 커피포트 초록거미 노부부의 뒷모습 제3부 누군가 너의 껍질을 깨며 반추하는 서른 살의 강 늙은 맷돌호박 0.5g의 영혼 경포호 너울파도 말言을 타며 산다 엄매김밥 아우라지 처녀동상 닭알 횡단보도에서 심상 고로쇠나무의 수액 구두미화원 K씨 꽃을 굽는 저녁 도시에 사는 K씨의 일화 똥비누 제4부 찬바람이 도시를 깨우는 길모퉁이 저녁달이 나에게 묻는 하루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의 호수 어판장의 소묘 어머니의 굽은 등 5월의 드레스 겨울수박 백팔암자 붕어빵의 근황 장터국밥집 불평등의 등불 Na의 장편掌篇 나의 뒷모습에 대한 물음 봄 비오는 날 저녁에, 나는 겨울감자떡 시집 해설 l 심은섭 |
|
허자경 시인의 세 번째 시집 『0.5g의 영혼』은 전통적인 서정시와 모더니즘 시가 혼재되어 있다. 흔히 모더니즘 시는 전통시의 낡은 방법을 일체 불허하는 경향을 가진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서정시와 모더니즘의 시는 지향점이 다른 상반된 시의 유전자를 각각 지니고 있다. 극단적인 말로 표현하면 상호 대척점을 이루는 관계다. 서로 지향점이 다른 두 경향의 시를 쓴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 불구하고 경향을 달리하는 두 개의 부류가 시집 속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상이 가능한 것은 허자경 시인의 시세계가 전통적인 서정시에서 모더니즘의 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 과도기적인 현상은 향후 네 번째 시집이 출간될 즈음에 낭만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더니즘의 시세계로 정착되어 있으리라 조심스레 점쳐본다. 이런 예상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은 허자경 시인의 시적 사유의 전환 속도가 매우 빠르며, 이 같은 추세라면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 심은섭 (시인, 문학평론가,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