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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그날부터 나는 허공에 흰 그림자로 올가을 희망사항 할머니A와 B의 나 어떤 초상화의 강물소리가 들리고 인사동 정자 아래서 영진씨를 잃어버린 영진씨의 일일 보고 어느 날, 영진씨가 영진씨에게 보낸 SNS 노추산 모정탑 영진바다에는 영진이가 없다 내 손목엔 친절한 애인이 산다 달이 나를 찾아온 까닭 백일 간의 사랑 1929년생 소나무 석류의 방 혼婚의 외자外子 애증의 스마트워치 제2부 지하방 그림자의 겨울 신앙 추락의 눈빛 명태의 공무도하가 오색화음 탕평채 도서관의 가슴에서 산수유의 무릎 사이 된장찌개는 철학자다 칸델라목련 당신의 단맛요리교본 화부산의 미학 다층의 군상들 입간판이 없는 칼국숫집의 군상들 소금의 일일계획서 탁본 북어 황후의 찐빵 국어사전에서 실종된 ‘찐빵’의 근황 순포물개바위 제3부 한 번만이라도 왼쪽으로 돌아다오 천賤의 미학 짧은 추락은 긴 환생이다 양들의 기우제 한 장의 콩트 왼쪽으로 돌아다오 시곗바늘이여 신新가족관계증명서 서울두루미의 콘서트 불량한 외모지상주의 마른 명태가 두 마리 걸려 있는 집 단오장의 풍선게임 내곡벌의 명예대전 CCTV의 눈 비누 무단투기 금지 표지판 할인판매장 개장 제4부 열반에 들려고 황금똥을 싸는 그들 꽃A와 나무B의 등식 갱년의 꽃 봄똥 동강할미꽃 해양 비가悲歌 춘하추동 은행나무 봄 두릅나무 위에 앉은 초록 수행자 노추산의 용궁 벤치에 미수米壽의 꽃들 대관령의 사계 꽃들의 사격대회 흰개미 버찌열매의 순직보고서 소나무 분재 해설 | 심은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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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 「두릅나무 위에 앉은 초록 수행자」에서 최영진 시인은 스스로를 ‘수행자’의 위치에 놓는다. 그가 수행하는 도량은 깊은 산속의 사찰이 아니라, 저녁연기 피지 않는 옥탑방, 대관령의 매서운 덕장, 그리고 감시의 눈길이 번득이는 도시의 뒷골목이다. 시인은 무명의 존재들, 즉 셋방살이하는 제비나 덕장에 걸린 명태, 그리고 이름 없는 하층민들의 고통을 시적 언어로 호명함으로써 그들에게 존엄한 이름을 부여한다. “내가 어둡다”라는 시인의 고백은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는 무지에 대한 처절한 반성이자, 고통받는 타자와 자신을 분리하지 않겠다는 윤리적 결단이다. 이러한 시인의 행보는 문학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의 아우성을 대변하고, 그들의 삶을 예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고귀한 인문학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 심은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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