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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나무의 시간 나무의 시간 그리운 밥 봄날의 맑은 시름 산사에서 밝히는 연등 다비茶毘 강물같이 저물어 가느냐 아직도 서울은 나를 밀어낸다 청파동을 걷다 연두는 봄꽃 냄새였네 사는 게 다 그렇지 벚꽃 피면 울고 싶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버킷 리스트 마음의 화사첨족畵蛇添足 제2부 마음心에 관한 소고小 마음 心에 관한 소고小考 꽃잎의 무게 거룩한 비애 거꾸로 읽는 인생 하지 감자 프루스트의 의자 칠선계곡에서 설날 채송화가 제비꽃에게 리얼리티 송松 노썸바디존 잡雜에 대하여 제3부 미모사 같은 여자 시은市隱 조푸 귀신을 찾습니다 만수산 무량사 실내포차에서 쉬운 공부 아침 이미지 예쁜 쓰레기 철원 미모사 같은 여자 멀칭은 독재다 봄의 보폭은 느닷없다 불낙지 제4부 도깨비는 힘이 세다 염장이 강 씨 백호대살白虎大殺 양생養生의 도道 유체꽃과 연두가 사는 항아리 풍년이발소 문 닫는다 해인사 된장 구멍가게 인생 예외 없는 삶은 있다 혼자 먹는 밥 도깨비는 힘이 세다 참빗 쓰리고 제5부 바람 냄새 나는 사람 마적대에서 바람 냄새 나는 사람 열시 반 고창에서 창동 네거리에서 진해는 그냥 왔다가는 마음 진해역 속천 진주 꽃사슴에 놀라다 밀양의 사랑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저녁 해설 | 이달균(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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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떤 “냄새”가 배어 있을까. 세 단어 모두 입술이 마주 붙는 ‘미음(ㅁ)’을 보듬고 있듯이, 서로의 몸에서는 닮은 냄새가 난다.
이 시집의 표제작을 보면, 시인은 어느 날 경화오일장을 거닐다가 “가격표가 없는 월남치마가 바람에 펄럭이”는 장면을 눈여겨본다. 한쪽 귀로는 “장돌뱅이들의 호객 소리”를 듣고, 혀로는 “갓 구운 수수부꾸미”를 맛본다. 그 틈틈이 “국산 콩 수제 두부는 어떻게 사야 하며/맏물 봄나물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으며 “과일 노점 옆 참기름집에서 이웃을 만나고/오는 사람마다 결을 맞춰주는 마법의 시장”과 한 몸이 된다. 그렇게 “나만의 광야, 즐거운 소란 속으로/나만의 고독을 끌고 들어가 아픔을 벗고/마침내 어둠의 갈피 속에서 길을 찾아”내는데,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감각 요소가 “삶은 돼지머리 냄새”라는 후각이다. 이 “냄새”는 “바람”과 “사람”을 잇는 삶의 눅진한 현장으로 독자를 인도하면서 ‘어둠 속의 길 찾기’라는 방식으로 우리와 동행한다. 그런 점에서 표제시 「바람 냄새 나는 사람」을 「사람 냄새 나는 바람」으로 바꿔 읽어도 또 다른 흥미와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이렇듯 바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안쪽, 내면의 감응을 길어 올리면서 우리 삶의 어두운 심연에 푸르스름한 여명을 비춘다. 이 시집을 읽는 일은 마음속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새벽길을 함께 걷는 것과 같다. 그 길에서 “화단의 꽝꽝나무 가지가 꿈틀거리”는 몸짓이나 “산모롱이 돌아 그에 벚꽃 피는 기척”, “그대의 마음이 오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면 더욱 좋다. 가끔은 “강렬한 밤 벚꽃” 내음과 함께 “꽃잎 뒤의 아픈 그림자”가 “사람답게 사는 길을 묻고 있”는 장면도 만날 수 있으리라. - 고두현 (기자,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