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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01. 서울 평창동 리트리버
Track 02. 악마와 천사 Track 03.츤데레 리트리버 Track 04. 대환장 똥파티 Track 05. 개팔상팔 Track 06. 배부른 예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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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유난히 맑고 아름다웠다. 그 날 내가 느낀 에너지는 심플하지 않았다. “오 마이 갓! 오늘 내 인생에 사건 하나 터지겠는데” 싶은 강한 에너지였다. 인생은 왜 늘 기막힌 타이밍에 장난을 치는지, 보통 이런 묘한 느낌이 드는 날엔 복권당첨이 되거나 주식이 오르는 좋은 징조보단, 물건이 고장나거나 갑자기 불편한 사람이 나타나는 불길한 법인데 그날은 조금 달랐다. 왜인지 불길하면서도 묘하게 설레이는 에너지가 돌고 있었고 그 순간, 남편의 전화기가 울렸다. 환장할 나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고 역시나 인생의 큰 사건은 예고없이 훅 들어오는 법이었다.
(중략) “현실을 봐라. 리트리버다. 이건 귀여운 인형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정신차려!” 나는 뇌가 보내주는 모든 현실적 시그널을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내 마음은 이미 리트리버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고 남편의 영혼 역시 같은 곳을 향해 들어가고 있었던게 분명했다. 그래! 인생의 모든 미친 선택은 늘 충동에서 시작되는거야. --- 「Track 01. 서울 평창동 리트리버」 중에서 나도 처음에는 “리트리버 = 온순한 천사 ” 라는 소문만 믿고 덜컥 입양했다가, 집이 박살나는 소리를 매일 들었다. 벽지는 뜯기고, 쿠션은 분해되고, 내 멘탈은 고장나고...그렇게 내 팔을 족발마냥 씹으려 했다. “이게 진짜 천사면 나는 왜 지옥에 있는거지?” 싶었다. (중략) 리트리버와 함께하는 시간은 매일 전쟁같지만 그 전쟁 속에서 나는 더 단단해졌고 더 유연해지고 무엇보다 더 웃을줄 아는 인간이 되었다. 결국 리트리버는 내 삶을 바꿨다. 집을 망가뜨린 대신 망가져있던 나를 완성시켜주고 있었다. --- 「Track 02. 지랄발광 리트리버 [악마와 천사]」 중에서 조이는 7일치의 밥을 하나도 입에 대지 않았다. 집에 잠시 들렀던 남편이 밥이 그대로 있는걸 보고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한다. 우리가 집에 돌아오지 않던 날들 동안 꺼진 불빛속에서 오매불망 매일 우리만 기다렸던 것이다. 아무리 앞집 언니가 꼼꼼히 챙겨줬어도 조이는 오지 않는 우리만 기다렸던것이다. 그래도 밥은 좀 먹지...아무리 말해줬어도 알 리가 없었을 조이는 우리가 돌아오지 않는 날들 동안 텅빈 집안에서 혼자 얼마나 두렵고 무섭고 외로웠을까. 말 한마디 없지만 조이는 늘 말해주고 있었다. “많이 사랑한다고.” --- 「Track 03. 츤대레 리트리버」 중에서 가끔 이런 생각도 든다. 내 인생도 조이의 응가 루틴 같으면 좋겠다며 어쩌다 한번 대청소하듯이 묵혔다 쏟아내지말고 조금씩 자주 꾸준히 비워내는 삶. 이게 좋겠다 싶다. 쌓이지 않게 눌리지 않게 그래야 다시 채워질 수 있으니까..인생은 결국 싸고 비우고 다시 걷는 일이며, 조이의 옆에서 봉지를 펼치며 “이게 바로 삶이구나...내 몫의 똥을 감당 하는것..” 이라고 생각할 즈음 조이는 날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엄마...응가에 이상한 철학을 붙이지마... (중략) 조이와 함께라면 인생의 지저분한 반복마저 유쾌해진다. 결국 똥을 치운다는 것은 삶의 잔여물을 정리한다는 뜻이다. 오늘의 실수, 짜증, 후회 같은 것들. 그거 그냥 봉지에 담아 버리면 된다. 내일은 또 새로 싸면 되니까. --- 「Track 04. 대환장 똥파티」 중에서 커피 향 가득한 가게에 앉아 쉬고 있으면 조이는 나보다 더 잘 쉬고 있다. 나는 늘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괜히 먼지를 털고, 메뉴판 각도를 맞추고, 컵을 닦고 있는데 조이는 그냥 눞는다. 그것도 세상 편하게, 이 세상의 공기를 혼자 다 소유한듯 누워있다. 그러다 슬쩍 나를 보더니 갑자기 놀고 싶다는 눈빛을 마구 던진다. 그럼 결국 난 모든걸 내려놓고 놀아준다. 조이는 나의 상사이자 멘토이자, 어쩌면 내 삶의 에너지다. (중략)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개가 잘 살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너무 복잡하게 살아서 생긴 말이 아닐까. --- 「Track. 05 개팔상팔」 중에서 조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배부른 조이는 스스로를 표현한다. 모닝 달걀 후,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방안에서 조이는 그대로 멈춘다. 마치 빛의 질감을 연구하는 개처럼 그 자리에 딱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허공의 냄새를 맡는다. 그때의 조이 표정은 딱 이거다. “이 빛...먹을 수 있는 건가??” 아침 명상 후, 밖으로 나와 아침 산책을 하다보면 이 세상은 조이의 갤러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전봇대에서 나는 수많은 개들의 형상, 흙에서 나는 지렁이의 밟히는 인생사. 세상 모든 냄새가 조이의 갤러리다. 나는 그냥 줄 잡고 끌려다니는 존재일 뿐이다. 이렇게 조이의 아침 산책까지 마치면 카페로 출근한다. --- 「Track. 06 배부른 예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