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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피의 춤 시작의 불꽃 기울기 시작하는 날 선홍빛의 밤 붉은 딱지 달을 앓는 날 여자의 바다, 달의 빛 무언의 전승 같은 날, 다른 몸 숨 고르는 작은 물고기 괜찮아 작은 리듬 다시 차오를 때까지 이해는 사랑보다 깊게 조용한 파도 몸은 알았다 2부 몸을 여는 시간 여름의 자궁 연대의 침묵 첫울음 세상에 오다 비워진 자리 탄생, 어머니 발자국 탄생의 신비 머물고 있어야 한다 대기실-기다리는 몸 탯줄 회복의 풍경 나는 문득 내가 받은 축복 어머니 최초의 신화 붉은 강, 살아 있는 힘 숨결의 시작 너를 품고 있는 시간 너와 나를 묶은 선 3부 기억과 유산 너를 안고 있는 밤 이름의 시작 숨결의 무게 아침 햇살 아래 너를 위한 기도 네가 웃을 때 흐르는 것들 눈부신 숲의 기적 너의 무게 순간이더라 탄생의 서 불꽃 속의 봄 오래된 노래 첫걸음 날갯짓 보호자 1인 처음과 끝 이름, 그 첫 기도 4부 관계의 거리 생명의 기록 멈춘 너머의 길 무게의 이름, 사랑 두 세계를 건너며 입김 속에 피어난 여자 보랏빛 숨결 마지막 달의 기록 멈춤의 시간 울음을 데운다 나란히, 멀어지고 있었다 탄생을 이룬 사람 반복된 후 붉은 선으로 이어진 기도 반복된 후 되감기 중 남은 자리 엄마와 달걀 동백, 붉어지는 동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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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불꽃이 피어났을 때
작고 수줍은 불안 놀라울 만큼 뜨거웠다 몸 안 어딘가에서 몰래 타오르기 시작한 그 불꽃, 설명할 수 없는 설렘과 두려움 새로운 몸의 언어들이다 감정의 소용돌이 불안한 숨결이 턱에 찬다 낯선 길은 조용히, 아주 조금 다른 나로 피어나기 시작한 문장을 쓴다 새로운 별빛 밤하늘에 숨어 있던 작은 빛 하지만 한 번 발견되면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빛 그 작은 빛은 열다섯 소녀의 삶에 첫 페이지를 붉게 물들였다 뜨겁고도 부드러운 아니 두려운 첫 불씨를 잡아당긴다 --- 「시작의 불꽃」 중에서 내가 여자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잦은 진통을 들어 방패 속에 말없이 견디는 붉은 가방을 여민다 누구는 말한다. “그 며칠쯤이야.” 그 며칠은 늘 사춘기 혼돈의 불덩이다 몸과 타협하고 감정을 다독이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미소를 띤 일상을 쓴다 붉은 옷을 입고 붉은 시간 속을 걷는다 몸속에서 일어나는 싸움터 오늘도 몸의 말을 듣는 어머니의 다음 여자가 된다 --- 「붉은 딱지」 중에서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대문을 연다 조심스러운 파문이 번지고 창백한 얼굴이다 몸은 어느덧 리듬을 타고 큰 북소리처럼 서서히 묵직하게 살결 아래 울음이 깃든다 이 애틋한 모성의 자리에 초대되는 날 작은 숨결이 투덜거리다 쓰러지는 날 풀죽은 말들이 조용히 응석을 부리는 날 작은 몸짓으로 여자를 어루만지는 날이면 달마다 찾아올 이 생리통 다시 낯설겠지 격하게 차오르는 감정의 끝 몸으로 든다 붉디붉은 작은 리듬을 향한 기도문을 든다 --- 「작은 리듬」 중에서 돌담길을 따라 붉은 장미가 피어나는 여름 매미 울음처럼 온몸에 퍼지는 떨림을 본다 열 달 동안 숨죽이며 걸어가는 시간은 가시 돋친 장미처럼 아름답고도 아리다 그 여름은 진득한 기다림 숨결마다 꽃잎을 밀어 올리는 환희 땀방울과 햇살이 교차하는 그 순간 내 몸 안에서 한 송이 장미가 자란다 아침이면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맑고도 뿌연 감각이 밀려오고 그 힘 작은 물결이 자궁 깊은 곳에서 춤을 춘다 가시와 꽃잎 사이, 사랑과 고통의 경계 탄생의 신비를 안은 계절 틈새로 조용히 미소 짓는 장미 한 송이 --- 「여름의 자궁」 중에서 작은 숨결이 깃든 세상 어머니의 자궁처럼 둥글게 부풀며 끝없는 지평선을 품에 안고 태어난다 햇살 뜨거운 날이면 어머니의 숨결은 바람을 타고 먼바다처럼 밀려와 가슴 언저리에 물거품으로 부서진다 열다섯, 딸의 그 손에 건네시던 가제 한 필 말보다 짙은 전설처럼 세월을 감싸 안은 고요한 바느질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생을 위한 가제 두 필 붉은 보자기에 곱게 싸 들고 당신은 해 뜨는 방향으로 걸어오신다 먼 지평선 위쪽으로 해가 피어오르듯 붉은 열차를 타고 서서히 나를 향해 차오른다 무엇을 흡수하고 무엇을 씻어내야 하는지도 몰랐던 맑은 강물 같던 내게 지나온 길마다 남긴 발자국은 거칠고 따뜻한 삶이 새겨진 시간의 언어였다 오늘, 당신의 눈빛이 웃는다 종달새 웃음 같은 감탄사와 함께 “우리 딸 큰일 했네” 나는 나에 첫날을 마주하며 어머니 한 편의 서사시를 읽는다 --- 「탄생, 어머니 발자국」 중에서 긴 진통의 회로 리듬은 신의 선물이다 몸짓으로 다 전하지 못한 말들 앞선다 첫울음 느리지만, 분명히 울리기 시작했다 시간은 조심스레 어둠의 결을 쓰다듬으며 가장 낮은 자세로 생명의 길을 찾아 나섰다 그 울음은 숨겨진 세계를 여는 작고도 강한 외침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아이의 얼굴엔 투명한 생명수가 맺히고 내게 달려온 것은 따뜻한 온기, 눈부신 기척이었다 모든 고통은 사라졌고 모든 것이 축복으로 번져왔다 작은 볼에 얼굴을 조심스레 비빌 때 무음, 무색의 절제된 감정 신비로운 탄생의 무게 내가 멋진 사람이 되었다 --- 「내가 받은 축복」 중에서 젖을 물린다. 스르르 잠든 너 달빛 안고 조용히 품 안에 담는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그저 바라본다 너의 숨결은 작은 바람이 되어 내 품 안으로 고요히 스며든다 젖무덤 가까이 꽃잎 같은 입술이 물결처럼 오물거린다 눈가의 떨림 파르르 떨리는 살 내 내게 없던 용기가 은하수처럼 피어난다 온 우주를 품은 별이 될 모양이다 이 밤, 몸과 마음이 너를 향한다 바라보면 볼수록 더 그리운 향기다 이런 사랑을 해 본 적이 있었을까? 별빛 같은 기도가 쏟아져 내린다 --- 「너를 안고 있는 밤」 중에서 내 안에서 하나의 숨결을 고요히 그러나 단호하게 세상에 밀어 올렸다 진통의 골짜기를 지나며 몸은 부서졌고 처음 느끼는 몸이다 시간을 물고 흔들던 그 순간 나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울음이 터졌을 때 나는 울지 않았다 기쁨이 목울대를 가득 채우고 심장은 경외처럼 떨렸으므로 이것은 아픔이 아니었다 하나의 우주가 열리는 소리였다 세상의 시작은 언제나 고요한 몸 하나에서부터 움트고, 흔들리고, 피어난다 나는 이제 안다. 이 기쁨은 가장 깊은 고통의 강을 건너 주어지는 첫 빛이라는 것을 --- 「탄생의 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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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시작된 파도 소리
매달 찾아오는 붉은 리듬 그 안에 숨어 있던 아픔과 숨결 말로 다 할 수 없었던 감정들 천천히 시가 되어 나왔다 나는 이 시들을 쓰며 몸이 보내는 언어를 찾아 ‘듣기’ 시작했고 몸의 리듬을 따라 ‘안다’라는 감각에 기대어 오래도록 이어진 몸의 걸음을 더듬었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여성의 생리라는 신체의 리듬 그것은 누군가의 어머니로 딸로 혹은 한 존재로 살아가는 여성이 자신만의 고통과 회복을 품고 조용히 흔들리는 태도의 움직임이다 우리는 종종 말보다 먼저 몸으로 기억하고 사십여 년을 말보다 오래 몸으로 견딘다 이 책이 내 몸의 리듬을 조용히 위로한다 당신 또는 당신만의 파도를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기를 2025년 겨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