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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꽃살문’
8년 전, 이율희가 대한민국 공예대전에 첫 출품한 7폭 병풍의 제목이었다. 스물아홉 살의 그는 그 작품으로 대상을 탔다. 한 폭마다 그물처럼 촘촘히 아로새긴 아흔아홉 꽃송이. 아름다움을 넘어 사악함이 느껴진다는 평을 받았던 작품. 더욱 아름답기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 범하지 못할 규칙이란 단 하나도 없다고 했던 이는 악성(樂聖) 베토벤이었다. 그때 이율희의 꽃살문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범하고 이루어낸 그 무엇이었다. 사람들은 그 꽃송이들이 양귀비라는 사실에 경악했고 꽃살문의 귀기 서린 아름다움에 신음했다. 이율희 이외엔 누구도 나무에 양귀비를 새기지 못하리라고 선포된 순간이었다. 양귀비꽃이 목공예가 이율희의 상징 기호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 p.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