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일가도서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국경
침대기차 숲 속 화학약품공장 축일 탈출 풍요야, 안녕? 천막의 여가수 프로듀서 김 몬순 거짓말 아이스크림 이것은 나의달 축구시합 장례식 강제 철거 국경 블루스 경제자유구역 울음소리 용접불꽃 전선 위의 참새 우리는 미쌰 흉내를 내지! 6번 탱크 카덴자 일곱 가지 눈물 얼음 공주 첫 번째 편지 해설/소영현 |
강영숙의 다른 상품
|
공단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 명의 여자애들은 자동차 뒷좌석에 겹쳐 앉아 모두 다 입을 다문 채 어두운 창밖을 내다봤다. 네 명의 여자애들은 서로에게서 나는 몸 냄새를 맡았고 흐느끼는 듯한 숨소리를 들었다. 비록 오래 산 인생들은 아니지만 한밤중에, 그것도 낯설고 이상한 나라의 도로 위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틈에 끼여 비좁은 자동차 뒷좌석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슬픔이 되어 밀려왔다. ‘나는 팔려간다네, 팔려간다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다들 속으로 합창을 하고 있었다. 솟구쳐 오르는 짧은 인생의 기억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어느 누구도 말은 안 했지만 가슴이 터질 듯 답답했다. ---p. 245
눈을 떴을 때 나는 어떤 인신매매업자 앞에 누워 있었어요. 그가 나에게 말했죠. 너는 어떻게 하다가 여기까지 왔니. 나한테 그걸 말해줄 수 있니. 그래야 널 풀어줄 텐데. 그는 옛날얘기를 좋아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매일 밤마다 그에게 얘기를 들려줬어요. 국경을 넘은 얘기, 신발이 터진 얘기. 그는 재미있어했어요. 저는 부탁했죠 그 남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아직 첫날밤도 치르지 못했다구요. 그랬더니 그가 말했어요. 니가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주면 만나게 해주지.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거짓말을 했어요. 첫날밤을 치르기 위해서. --- p.113 |
|
탈출과 정주가 내 모든 삶의 기록
강영숙 첫 장편소설『리나』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영숙의 첫 장편소설『리나』가 출간되었다. 강영숙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두 권의 창작집을 펴내면서 소설 속 인물들의 발화점에 이른 긴장과 뜨거움과 위태로움이 독특한 미학을 이루며, 인간이 자기 안의 공동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어가는가를 마치 임상보고서처럼 건조하고 냉정한 문체로 섬뜩하게 그려내고(오정희, 소설가) 있다는 평을 받으며 문단의 관심을 모았다. 강영숙 첫 장편소설『리나』는 계간 문학잡지「문예중앙」에서 뜨거운 관심 속에 연재되었던 5회분을 묶은 책이다. 열여섯에 국경을 넘어 스물넷이 되도록 낯선 나라를 방황하는 주인공‘리나’. 지금도 국경을 넘고 탈출하는‘리나’를 보며 난민들과 그들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참혹하고 폐허 같은 삶의 기록을 우리는 장편소설『리나』를 통해 목도하게 된다. 열여섯 소녀 ‘리나’ 국경 넘기 스토리 “당신들한테 안전한 데가 어딘데?” 스물두 명을 인솔하는 브로커는 탈출자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의 인솔자가 그들은 데리고 제 3국의 국경을 넘는다. 국경을 넘는 탈출자들에게 그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다. 소설의 시작은 스물 두 명이 국경을 넘는 생생한 장면으로 묘사된다. 그들은 모두 ‘p국’ 이라는 이상향을 품고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탈출자의 국적은 어디며, 그토록 가고자 하는 p국은 어디인지, 리나에겐 그저 “내가 가서 살게 될 p국은 이 나라보다 더 잘 산다고 했어. 나도 저 여자들처럼 청바지와 구두를 신겠지. 정말 대학도 갈 수 있을까. 배가 터지게 먹기는 할 거야”라며 꿈꿀 뿐이다. 리나에게 탈출은 삶의 변화를 욕망하는 건설적인 일이다. 앞으로 일어날 참혹하고 폐허 같은 삶의 역경은 뒤로 한 채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는 일. 그것은 리나 뿐 아니라 탈출자 모두의 희망이었다. “난 이 국경의 동쪽 아래에 있는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어요. 내가 태어난 나라와 같은 말을 쓰지만 때깔이 전혀 다른 나라라고 알려진 p국으로 가려고 했죠. 국경을 넘어서 이 나라에 들어왔어요. 처음엔 이 나라의 서쪽으로, 다시 동남쪽으로 그리고 다시 출발한 동북쪽으로 갔어요” 리나는 낯선 곳으로 밀려나고 방황한다. 끔찍한 곳에서의 끔찍한 살인, 인신매매, 마약, 매춘과 강간에 이르는 잔혹하고 비윤리적인 인간 군상들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가족 같은 세 사람. 벙어리 소년‘삐’, 따뜻한 정을 느끼는 봉제공장 언니, 그리고 늙은 여가수 할머니. 리나는 그들과 가족같은 관계를 맺으며 험난한 삶을 위로한다. 그러나 리나는 몸과 돈을 맞바꾸는 현장, 국민국가 차원의 충돌이 아직도 유효한 현장인 국경을 넘어 이리저리 팔려다니다 생산 중심주의의 집약적 형태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 플랜트 공단지대에 입성한다. 세 사람을 데리고 체르노빌이나 보팔 사고를 연상시키는 가스 폭발 사고로 폐허가 된 땅 위에서 살아가는 리나. 리나는 과연 P국이라는 이상향과 제3의 길 중 어느 곳을 택할 것인가. 무엇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는 강영숙, 열여섯 살 소녀 리나를 따라 작금의 자본주의 세계 탐험을 시작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