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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맹인식물원
2. 생일 선물 3. 귓속의 길 4. 티슈 5. 공범 6. 쌍 7. 춤의 결과 8. 경계에서 잠들다 9. 일요일 열람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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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칼 쥔 손에 힘을 주자 칼끝에서 목질이 툭툭 떨어져 나갔다. 한번 깎아내면 다시 붙일 수 없기에 조각은 기다림의 여지가 없는 이별과 같았다.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이별 그대로였다. 소조가 아름다운 건 깎아낸 살을 다시 붙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세상은 점토나 찰흙처럼 말랑말랑한 것일 수 없었다. 브론즈나 석고상처럼 견고한 외형을 갖추기 위한 사전 작업일 경우에만 의미 있는 것이 소조였다. 소조의 아름다움은 그래서 순간일 수 있다.”
--- p.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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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은 표제작 「생일 선물」을 비롯하여 총 아홉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생일 선물」은 죄의식의 기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팽팽한 대립각을 통해 일상에 드리우는 불안과 균열을 드러내며 인간 본성을 성찰하는 소설이다. ‘나’는 동생 ‘윤이’가 기차 사고로 불구가 된 것이 자기 탓이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어머니는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증으로 눈을 잃고, 불구를 비관하여 자살한 동생 ‘윤이’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한 어머니에게 ‘나’는 동생의 얼굴 조각을 안겨주려고 “물에 퉁퉁 불었던 윤이의 얼굴을 사실 그대로 재현”하는 일에 매달린다. 그러나 ‘나’의 노력은 순수한 것만은 아니다. “윤이의 죽음을 결여라는 것으로 포장하고, 그 마지막 얼굴을 표현해서 화단에 데뷔를 하고 싶은” 현실적 욕망이 숨어 있다. 「생일 선물」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고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죄의식의 기억이 존재에 드리우는 어둡고 음산한 기운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등단작 「공범」은 충격적 사건이 도드라지게 부각되어 있으며 극적 구성에 섬뜩한 전율이 담긴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파트로 들어선 그를 맞이하는 것은 어머니의 주검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체를 방치한 채 도피성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것이다. ‘나’는 치매성 착란을 앓고 있는 어머니 때문에 그의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고 만 데다가, 별거 중인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편지를 보고 홧김에 어머니를 다리미로 내리쳐 죽게 만든다. 그러나 존속살인의 진짜이유는 어머니의 어두운 과거. ‘나’는 마음속 깊이 어머니의 행위를 수치스럽게 여기고 그에 기생해서 살았다는 공범의식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것이다. 「공범」은 한 인간이 죄의식의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새롭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냉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춤의 결과」는 상당히 판이한 소설적 분위기를 발산하는 작품이다. 저잣거리의 떠들썩함과 실험적 모색의 활기가 느껴지는 4?4조의 운율의 활용이다. 맹인 안마사를 중심으로 세태의 풍경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이 작품은 “이야기의 거짓말 같음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라는 것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유도하는 작품이다. 하루키의 문학작품을 차용해 젊은이의 사랑과 방황을 그려내는 「티슈」, 작명학에 의존하는 주인공의 인생 유전을 익살스럽게 풀어낸 「쌍」, 일상적 삶에 부식되어 조금씩 허물어져가는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그리고 있는 「경계에서 잠들다」와「일요일 열람실에서」등과 같은 작품들은 박금산의 소설세계를 다채롭게 하고 있다. 「경계에서 잠들다」와 「일요일 열람실에서」처럼 사실주의적 서사 양식에 충실한 작품과 실험적 형식을 가미한 「맹인식물원」과 「춤의 결과」 같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을 지닌 작품들이 뒤섞여 공존하는 풍경은 박금산의 소설 세계가 전통적 문학 형식에 대한 존중과 새로운 문학적 실험에의 욕구 사이에서 다양한 모색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