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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중앙 소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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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맹인식물원
2. 생일 선물
3. 귓속의 길
4. 티슈
5. 공범
6. 쌍
7. 춤의 결과
8. 경계에서 잠들다
9. 일요일 열람실에서

저자 소개 1

1972년 여수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박영준이다.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범』으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장편소설 『아일랜드 식탁』, 『존재인 척, 아닌 척』,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그리고 『AI가 쓴 소설』, 연작소설 『바디페인팅』, 소설집 『생일선물』,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소설의 순간들』 등이 있다. 오영수문학상(2016)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소설 창작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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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55쪽 | 458g | 141*225*30mm
ISBN13
9788959860517

책 속으로

“조각칼 쥔 손에 힘을 주자 칼끝에서 목질이 툭툭 떨어져 나갔다. 한번 깎아내면 다시 붙일 수 없기에 조각은 기다림의 여지가 없는 이별과 같았다.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의 이별 그대로였다. 소조가 아름다운 건 깎아낸 살을 다시 붙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세상은 점토나 찰흙처럼 말랑말랑한 것일 수 없었다. 브론즈나 석고상처럼 견고한 외형을 갖추기 위한 사전 작업일 경우에만 의미 있는 것이 소조였다. 소조의 아름다움은 그래서 순간일 수 있다.”

--- p.49

출판사 리뷰

소설집은 표제작 「생일 선물」을 비롯하여 총 아홉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생일 선물」은 죄의식의 기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팽팽한 대립각을 통해 일상에 드리우는 불안과 균열을 드러내며 인간 본성을 성찰하는 소설이다. ‘나’는 동생 ‘윤이’가 기차 사고로 불구가 된 것이 자기 탓이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어머니는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증으로 눈을 잃고, 불구를 비관하여 자살한 동생 ‘윤이’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한 어머니에게 ‘나’는 동생의 얼굴 조각을 안겨주려고 “물에 퉁퉁 불었던 윤이의 얼굴을 사실 그대로 재현”하는 일에 매달린다. 그러나 ‘나’의 노력은 순수한 것만은 아니다. “윤이의 죽음을 결여라는 것으로 포장하고, 그 마지막 얼굴을 표현해서 화단에 데뷔를 하고 싶은” 현실적 욕망이 숨어 있다. 「생일 선물」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고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죄의식의 기억이 존재에 드리우는 어둡고 음산한 기운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등단작 「공범」은 충격적 사건이 도드라지게 부각되어 있으며 극적 구성에 섬뜩한 전율이 담긴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파트로 들어선 그를 맞이하는 것은 어머니의 주검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체를 방치한 채 도피성 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것이다. ‘나’는 치매성 착란을 앓고 있는 어머니 때문에 그의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고 만 데다가, 별거 중인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편지를 보고 홧김에 어머니를 다리미로 내리쳐 죽게 만든다. 그러나 존속살인의 진짜이유는 어머니의 어두운 과거. ‘나’는 마음속 깊이 어머니의 행위를 수치스럽게 여기고 그에 기생해서 살았다는 공범의식이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것이다. 「공범」은 한 인간이 죄의식의 어두운 그림자를 털어내고 새롭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냉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춤의 결과」는 상당히 판이한 소설적 분위기를 발산하는 작품이다. 저잣거리의 떠들썩함과 실험적 모색의 활기가 느껴지는 4?4조의 운율의 활용이다. 맹인 안마사를 중심으로 세태의 풍경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이 작품은 “이야기의 거짓말 같음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기”라는 것을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유도하는 작품이다.

하루키의 문학작품을 차용해 젊은이의 사랑과 방황을 그려내는 「티슈」, 작명학에 의존하는 주인공의 인생 유전을 익살스럽게 풀어낸 「쌍」, 일상적 삶에 부식되어 조금씩 허물어져가는 지식인의 내면 풍경을 그리고 있는 「경계에서 잠들다」와「일요일 열람실에서」등과 같은 작품들은 박금산의 소설세계를 다채롭게 하고 있다. 「경계에서 잠들다」와 「일요일 열람실에서」처럼 사실주의적 서사 양식에 충실한 작품과 실험적 형식을 가미한 「맹인식물원」과 「춤의 결과」 같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을 지닌 작품들이 뒤섞여 공존하는 풍경은 박금산의 소설 세계가 전통적 문학 형식에 대한 존중과 새로운 문학적 실험에의 욕구 사이에서 다양한 모색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추천평

현란한 수사학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박금산의 소설은 일상의 완강한 사실에 정면으로 육박하는 정신의 불꽃을 내장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세계관으로도 포착할 수 없는 나날의 비극이 너무나 담담한 어조로 기술되어 있는 그의 소설은 작가 자신의 자리를 최대한도로 축소함으로써 현실의 무게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생들은 현대 도시의 허상에서 비켜서 있는 바로 그만큼 작고 단단한 진실들의 진정성을 투철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겪어내는 나날의 고단함에는 뜻밖에도 저 태초 이래 반복되고 있는 사랑과 죽음의 드라마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젊은 작가 박금산에게서 마케팅 사회를 거슬러 나아가면서 유행에 저항하는 용기와 시대의 유혹을 거절하는 어른스러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고 즐거운 일이다. 무력하지만 속내 깊은 작중 인물들은 모두 분노와 결기, 죄책감과 적대감에 휩싸여 있으나 용서와 화해의 희망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박금산은 우리들의 비루함을 직시할 수 있을 만큼 정직하고 그 비루함 속에서 어떠한 비극도 파괴할 수 없는 신비를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지혜롭다. 큰 작가로의 고된 여정에 나서는 젊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을 읽으면서 설레는 마음을 대백(大白)으로 달랜다.

김인환(문학평론가)
박금산의 첫 소설집 『생일 선물』에서는 인간과 인생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폭넓은 도량이 느껴진다. 인간과 인생이 소설의 영원한 화두라는 점에서, 그것을 포용할 수 있는 작가적 도량은 이 작가의 앞날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동시에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소설적 화소를 통해 삶의 본질에 이르고자 하는 무의식적 지향성은 진지한 작가적 태도의 소산으로 읽힌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결국 소설을 쓰지 않기 위한 갈망이라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될 때까지, 이 젊은 작가의 도량에 높이와 깊이가 곁들여져 ‘소설에 의한 작가‘ 가 아니라 ’작가에 의한 소설‘ 의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기를 진심으로 빌고 싶다.

박상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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