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Margaret Atwood
마거릿 애트우드의 다른 상품
김진준의 다른 상품
|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나를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명하신 적이 있다. 살아생전에는 그 이유를 잘 몰랐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어느 신관에게서 내가 당신의 수의를 짜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버지는 나를 먼저 죽여버리면 내가 수의를 짜는 일도 없을 테니 당신꼐서 영원히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논리에서 그런 생각이 나왔는지 알 만하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버지가 나를 익사시키려 한 것도 스스로를 지키려는 열망이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아버지가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어쩌면 신관이 잘못 들었는지도 모르는데-신들은 종종 말을 얼버무리니까- 아무튼 문제의 그 수의는 아버지가 아니라 시아버지 것이었다. 만약 신탁의 내용이 그것이었다면 정확히 들어맞은 셈인데, 그 수의는 생전의 나에게 요긴한 핑곗거리가 되어주었다.
---p.28 |
|
"나에게도 마음으로 통하는 감춰진 문이 있나요? 그 문을 찾으셨어요?"
그러자 오디세우스는 웃기만 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말해줘야지." 나는 또 물었다. "당신의 마음으로 통하는 문도 있어요? 내가 그 열쇠를 찾은 건가요?" 그렇게 물으면서 내가 얼마나 아양을 떨었는지 돌이켜보면 지금도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헬레네에게나 어울릴 만한 교태였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이미 돌아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p.83 |
|
마거릿 애트우드는 페넬로페와 교수형 당한 열두 명의 시녀들의 관점에서 『오디세이아』를 새롭게 쓴다. 저승에 간 페넬로페는 말한다. “이제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이 다들 지쳤으니 이번엔 내가 간략하게나마 이야기를 할 차례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꼭 해야 할 이야기다.”(22쪽) 서사의 축은 1인칭 화자의 독백 형식으로 오디세우스의 숨겨진 뒷이야기를 하는 페넬로페의 목소리가 이끌어간다. 여기에 열두 명의 시녀들이 등장해 동요, 비가, 목가, 뱃노래, 민요, 연극,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한 재판 등등 형식을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말하고, 오디세우스와 그 주변 인물들을 비꼬고 놀림거리로 삼고 비밀을 폭로한다. 이 시녀들은 수시로 그 목소리를 바꾸고 가면을 바꿔 쓰는데, 그때마다 글의 형식도 바뀐다. 이처럼 페넬로페의 독백과 시녀들의 변신이 엇갈려 짜내는 교직은 대단히 역동적인 문학 형식으로 드러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위트와 기백, 그리고 그녀의 명성을 실감케 하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능청스러움에 시인으로서의 재능을 한껏 발휘해 고대의 이야기를 대단히 현대적인 문학적 감각으로 표현해낸다. 쾌활하면서도 신중하고, 불안하면서도 이야기 속으로의 몰입이 쉽게 이루어지는 흥미로운 이 작품에서 애트우드는 페넬로페에게 새로운 삶과 리얼리티를 불어넣고, 고대의 미스터리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 현실의 공포를 환상 속에서 재현해내는 탁월한 솜씨, 기지와 유머로 가득한 풍자소설의 여왕, 페미니즘 문학의 세계적 거장 마가렛 애트우드가 다시 쓰는 21세기의 “오디세이아”는 단연 “페넬로피아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