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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부 태초에 1. 최초의 여성 2. 위대한 여신 3. 남근의 도전 2부 여성의 몰락 4. 하나님 아버지 5. 어머니의 죄 6. 보잘것없는 자식 3부 지배와 통치 7. 여성의 일 8. 혁명, 거대한 동력 9. 제국의 위세 4부 반전(反轉)의 시대 10. 여성의 권리 11. 몸의 정치학 12. 시대의 딸 옮긴이 글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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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메시지는 아주 단순하고도 명확해서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세계 역사에서 모든 혁명, 평등을 추구하던 모든 운동이 성적 평등을 이루지 못한 채 중단 되었다. 수천 년 뒤에 이 시대는 그것을 변화시킨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자유로워질 때까지 쉼 없이 나아가자.
--- 머리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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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채집사회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명령하거나 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았다. 여성들이 생산한 것을 착복하거나 관리하지도 않았고, 그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지도 않았다. 여성의 몸이나 자녀들에 대해서도 거의 혹은 전혀 통제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함께 축적한 집단의 지식이 남성들만의 소유물로 제한되지도 않았고, 여성의 생산성이 억압되거나 부정되지도 않았다. 이 ‘원시적’ 여성들의 자매인 ‘문명화된’ 현대여성들은 여성의 기본권이 진정으로 인정되던 시대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 p.51 '1.최초의 여성'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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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에는 왜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을까?
여성들이라면(혹은 남성일지라도) ‘왜 역사책에는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의문은 ‘현재 여성의 상황과 지위는 유사 이래 늘 같은 모양새였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되었을까?’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우리는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의 여성주의 이론가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지은이 로잘린드 마일스는 이 책을 집필한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만일 남자 요리사가 차렸다면 열광하는 추종자를 잔뜩 거느린 성인이 되어 그를 기념하는 축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이런 물음은 어린 시절부터 나를 괴롭혀 왔다. 이 세상 다른 것들 모두가 마찬가지였지만, 세계사 전체가 남성들만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의 ?인류의 태동? 편을 보면, 원시인이 미래를 향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딜 때 여성의 모습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남성이 사냥을 하면서 고기를 먹게 되었고 뇌의 크기가 차츰 커졌다고 한다. 남성이 도구를 사용하면서 화살촉을 만들어 내었고, 남성이 동굴에 벽화를 그림으로써 예술이 탄생했다고 한다. 마치 우리 나머지 사람들을 대신해서 ?남성?만이 힘겹게 진화의 과정을 거쳐 온 것 같다. 여성들이 그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을 거라고 주장하는 이는 전혀 없었다. …… 게다가 역사책에 이름을 남긴 여성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다른 여성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를 썼다. 적어도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머리말」에서 상세하고 기지가 넘치며 균형 잡혀 있고 가차 없는 세계 여성의 역사 최초의 여성이 등장한 때부터 현대까지 세계의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쓴 세계사인 이 책은 어찌 보면 ‘여성 잔혹사’라고 할 정도로 너무나 혹독하고 잔인해서 차마 계속 읽어 나가기가 두려운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런가 하면 역사책에 자주 등장하지 않거나 그 이름도 무척 생소한, 뛰어난 여성영웅들과 이름 없는 여성들의 경쾌한 비상을 수없이 발굴하여 선사한다. 기혼여성들을 짓누르는 이런 육체적?감정적 부담을 생각해 볼 때, 당시 제국의 상황을 활용할 수 있었던 층은 대개 독신여성들이었다는 사실은 별로 놀라울 것이 없다. 이전에 제약된 삶을 살던 여성들에게는 역사상 그 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능성과 기회가 그곳에는 널려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던 소녀 메리 슬레서는 아프리카로 가서 선교 활동을 하겠다는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저축하고 공부했다. 결국 그녀는 아프리카로 갔고, 그곳에서 인간 제물을 바치거나 쌍둥이가 태어나면 한쪽을 살해하는 등의 악습에 강하게 맞서 싸워 큰 성과를 거두었다. …… 메리 슬레서는 여성여행가, 여성탐험가의 긴 계보를 잇는 진정한 후예였다. 그녀 외에도 46세에 시리아의 한 족장에게 노예로 잡혀가서는 그가 이끄는 부족의 여왕이 된 놀라운 여성, 제인 디그비가 있고, 최초로 아라비아 반도를 찾아간 앤 블런트 부인도 있다. …… 모험에 뛰어든 여성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경직된 성적 억압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영국지리협회 최초의 여성회원인 버드는 호주, 태평양, 중국, 이라크, 티베트 등지에서 여러 남성들을 두루 섭렵했고, 미국 서부에서?진짜 데스페라도?라 불리던 ?로키 마운틴 짐?을 만나 마음을 빼앗겼다. 한편 유명한 인시류(鱗翅類) 학자 마거릿 파운튼은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이 수집한 나비보다 더 많은 수의 남자를 만났고, 시리아에서 매혹적인 젊은 남자 통역관을 만났을 때는 그를 유혹해 동거하였다. 또 여자친구와 둘이서만 터키와 이라크를 여행하다가 이슬람 광신도들의 손에 죽을 뻔하기도 한 루이자 제브는?소리를 질러대면서 춤추는 남자들?과 우연히 마주친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 큰돈을 벌기 위해 길을 떠난 여성들 역시 대담한 모험가다. 자메이카의 여성 사업가이자 여행가, 금광 시굴자이자 작가이며 ?여의사?이기도 한 메리 시콜이 그러했다. 크리올인으로서 스코틀랜드 혈통과 노예의 피가 섞여 있던 그녀는 킹스턴에서 사업을 해서 번창하던 중에 영국군을 따라 크림 반도로 갔고, 거기서 군대에 식량을 공급하는 일에 헌신함으로써 이름을 떨쳤다. 과부였던 시콜 부인은 이것이 자신의 선택이었지,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열성적으로 강조했다. ‘세계사’라 이름 붙인 책들의 대다수가 실제로는 서구 중심으로 서술된 사례가 많은데, 이 책의 경우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예는 들어 있지 않지만, 유럽과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이른바 제3세계 여성들의 이야기도 빼곡하다. 방대한 여성의 역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고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문자가 생기기 전인 선사시대 여성의 지위마저 오늘날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의 눈으로 왜곡해온 점을 다양한 근거 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부분이다. 인류학자들은 현재 오세아니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렵?채집 문화를 유지하는 부족이 175개쯤 된다고 밝혔다. 그중 97%의 부족에서 사냥은 남성 고유의 활동이다. 나머지 3%에서는 사냥이 전적으로, 반드시 남성들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이 방대하고 충실한 자료를 뒷받침하는 연구들은 사냥이 식량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도 잘 보여 준다. 사냥으로 고기를 얻는 것은 불규칙적하고, 그나마 자주 있는 일도 아니다. …… 한 연구에 따르면 모든 사냥?채집 사회에서 남자 구성원들은 집단의 생존에 필요한 일의 5분의 1을 수행해 왔고, 나머지 5분의 4는 전적으로 여성들이 수행하였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초기 여성들의 채집은 부족의 생존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인류가 문명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성공적인 채집을 하려면 분류하고 평가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계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원시부족에서 발견된 씨앗, 열매, 풀의 범위를 보면 무작위로 주워 모은 것이 아니라 깊은 지식에 따라 신중하게 선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작업은 인류 최초의 기술 실험을 촉진하는 역할도 했다. 사냥하는 남성이라는 가설에 집착하던 인류학자들은 사냥을 위한 무기가 인류 최초의 도구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냥은 훨씬 뒤에 시작된 것이고, 그 전에 벌써 뿌리나 알뿌리를 파내거나 식물을 먹기 편하게 가루로 만드는 것 같은 활동을 위해 뼈나 돌, 나뭇가지 등을 사용했다. 이런 모든 것이 여성들의 도구였다. (본문 34-35쪽) 또한 위대한 어머니, 위대한 여신, 대모신 들로 불린 여신이 지배하던 신화를 다룬 부분을 보면 지금 상식으로 통하는 여성성과는 전혀 다른 여성성을 목격하게 된다. 생명을 낳고 기르는 선한 어머니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악한 어머니, 즉 그녀의 위협적이고 사악하며 파괴적인 면을 부정하게 된다. 그러나 초기 문명사회에서는 신성한 여성이 죽음과 아주 밀접한 관계임을 깊이 이해하였다. 그래서 이 세상에 인류를 존재하도록 만든 여신이 인류로 하여금 세상을 떠나도록 정중하게, 혹은 그다지 정중하지 않게 명령하는 여신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사악한 어머니의 모습을 가장 부정적으로 구현하는 경우에 여신은 그저 사람들이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죽음을 요구한다. 페르시아의 암푸사(Ampusa)를 숭배하던 사람들은 이 여신이 죽일 대상을 찾아 핏발 선 눈으로 세상을 돌아다닌다고 믿었다. 피를 찾아 헤매는 그녀의 갈증은 산 제물로만 달랠 수 있었다. (본문 58-59쪽) 신화는 젊은 '왕'이 종교의식의 제물이 되었다는 사실을 수천 가지 다른 양상의 이야기로 보여 준다. 그런 이야기들에서 불멸의 어머니는 늘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연인을 갖는데, 이 연인은 그녀를 임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물론 아이를 낳는 경우도 왕왕 있다) 본질적으로 그녀의 여성성 행사와 그에 대한 찬양을 위해 존재한다. 그 전형적인 구도가 이슈타르-탐무즈, 비너스-아도니스, 키벨레-아티스, 이시스-오시리스 등 연상의 여신과 아름답지만 희생될 수 있는 청년의 결합이다. 데메테르의 이야기에서는 그런 주제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담한 이아시온은 밭고랑에서 곡식의 여신 데메테르와 ?동침?하자마자 바로 벼락을 맞아 죽었다. 연인은 언제나 여신보다 열등한 존재였다. 여신은 불멸의 존재이지만 그는 죽음을 피할 수 없고, 여신은 나이를 초월한 영원한 존재이지만 그는 젊고, 여신은 전능하지만 그는 무력하고, 심지어 몸도 더 왜소하다. 이런 특성들이 결합되어 여신의 연인이 그녀의 남동생이나 아들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정말로 항상 그는 죽는다. (본문 63쪽) 기존 페미니스트들이 저술한 책들은 대개 분노가 크게 표출되어 매우 전투적이다. 만약 이 책의 지은이도 그랬다면, 이 방대한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루하고 숨이 차서 도중에 읽기를 포기하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마일스는 재치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의 걸걸한 입담과 경쾌한 야유, 역설적인 표현을 대하다 보면 무시무시한 이야기마저 슬그머니 웃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점 때문에 결코 만만치 않은 분량인데도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면 이번엔 어떤 놀라운 역사와 만날까 하는 기대감에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를테면 『털없는 원숭이』로 유명한 데스먼드 모리스에 대해 쓴 다음과 같은 문장이 그렇다. ?모든 이를 즐겁게 한다?는 초기 여성의 성적 진화이론은, 현대여성의 몸이 그런 식으로 생기게 된 까닭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한다. 사냥하는 남성이 두 발로 서서 걷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배위 성교를 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털 없는 원숭이? 데스먼드 모리스가 아주 애교 있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더 관능적으로 성교를 하고 싶어하는? 남성의 욕망에 여성이 부응하면서 유방이 커졌다고 한다. ?살집이 오른 풍만한 엉덩이?만으로 남자의 관심을 끄는 일이 이미 물 건너갔음을 깨달은 그녀가 ?몸 앞면을 더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한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여성의 가슴 크기와 새로 태어나는 인간 유아의 크기가 비슷한 시기에 커진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본문 44쪽) 지은이의 재치 있고 발랄한 문체가 살아난 데는, 페미니즘 미술서 집필에 관심이 많은 번역자 신성림의 공도 컸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성의 역사를 한 권에 담은 이 책은 그동안 여성의 시각으로 쓴 역사서를 고대하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며, 우리 손으로 쓴 우리 여성의 역사가 나오게 하는 촉매 역할도 하리라 기대된다. 이 책은 원제가 “Who Cooked the Last Supper?: The Women's History of the World”(Three Rivers Press, New York)로, 1988년에 초판이, 2001년에 개정판이 나왔으며, 중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 페미니스트들의 교과서로 자리 잡았다. 한국어판은 2001년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보아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태초에’는 고대에 해당하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 최초로 등장한 인류 여성부터, 여신이 지배하던 시기, 흔히 모권사회라 일컫는 여성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은이는 이 시기 여성의 위상은 그 이후 여성들이 종속되기 시작한 중세 이후의 상황과 정반대를 상상하면 된다고 말한다. ‘2부 여성의 몰락’은 세계 4대 종교로 꼽히는 기독교(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유교가 지배하는 시기에서 시작한다. 이른바 유일신이 지배한 이 시기, 여성들이 어떻게 과거의 영화를 잃고 종속되어 갔는가를 밝힌다. 가부장제가 어떻게 뿌리 내렸으며, 여성의 몸과 여성의 정신(지식)이 어떻게 고통 받고 소외되어 갔는지 적나라하게 서술된다. 그렇지만 지은이는 암흑시대라 불리는 이 시대(중세)가 오히려 여성들이 자기결정권을 완전히 잃은 시기는 아니라고 말한다. 이 와중에도 수도원이나 수녀원에서 전문지식을 쌓았던 여성들의 활약상을 보여 준다. ‘3부 지배와 통치’ 는 르네상스부터 18세기까지 근대를 만들어간 획기적인 사건, 미국 독립운동과 프랑스 혁명까지를 다루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일이 확고부동하게 나뉘기 시작한 이 시기 여성들의 수많은 노동, 역동적인 혁명 속에서 나타난 여성들의 활약상,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찾아 밖으로 시선을 돌릴 무렵 여성들의 다양한 모험과 더욱 심화된 여성의 종속을 다룬다. 저자는 이 시기가 남성이 여성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통치한 시기로 본다. 마지막 ‘4부 반전(反轉)의 시대’는 제목 그대로 남성과 여성의 권력관계가 조금씩 역전되기 시작하는 19세기 이후를 다루고 있다. 참정권 운동을 비롯한 이른바 ‘여권 쟁취 운동’을 필두로, 낙태?피임?동성애 등 여성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 것, 다양한 사회변혁운동과 큰 전쟁, 과학기술의 발전 속에서 여성들이 보인 가열한 투쟁을 담고 있다. 지은이는 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도정이 바야흐로 반전을 이루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