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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도록 기억될 가슴 벅찬 성장 이야기
데지마 게이자부로의 전작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가 처음으로 부모 품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아이의 이야기라면,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는 부모 품을 떠나 당당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전자는 가까운 앞날의 일이고 후자는 좀더 먼 앞날의 일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둘 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통과의례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두 그림책이 안겨 주는 벅찬 감동은 우리 아이들이 성장의 문턱을 넘어서야 할 때마다 작은 격려와 위안이 되어 줄 것입니다. ■ 데지마 게이자부로의 칼끝에서 되살아난 시리도록 아름다운 겨울 풍경 데지마 게이자부로의 거친 듯 곱고 힘찬 듯 부드러운 선은 눈이 그친 뒤 고요하게 가라앉은 겨울 산의 풍경을 종이 위에 고스란히 옮겨 놓습니다. 하얀 눈꽃을 두른 바늘잎나무, 헐벗은 가지마다 눈보라의 흔적을 간직한 넓은잎나무, 소복소복 쌓인 눈 위로 길게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 천의무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솜씨입니다. 그 거침없는 선과 어우러져 화룡점정을 이루는 것이 바로 데지마 게이자부로만의 맑고 투명한 색입니다. 빨려 들어갈 듯 검은 밤하늘과 희다 못해 파르스름한 눈밭의 눈부신 대비, 밤이 물러가고 새벽이 오기 바로 전 미묘하게 엷어진 어둠의 빛깔, 해 뜨기 바로 전 하얗게 눈 덮인 벌판을 물들이는 보랏빛……. 데지마 게이자부로가 그려 내는 세상은 아이들에게 언젠가 제 눈으로 그런 세상을 만나보고 싶다는 기대와 설렘을 안겨 줍니다. ■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잘 짜여진 장면 연출 《북쪽 나라 여우 이야기》는 잘 만든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명장면들로 가득합니다. 파리한 달빛을 받아 푸르게 차갑게 빛나는 겨울 산의 원경에서 시선을 위로 끌어올려 흰 눈이 소복소복 쌓인 산속으로, 다시 그 산속을 헤매는 여우에게로 줌인 해 들어가는 첫 세 장면부터가 그렇습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여우에게 쫓겨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간 토끼가 밤하늘을 향해 몸을 날리는 장면입니다. 이 숨 막히는 장면이 여우를 신비한 숲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알면 놀라움은 더 커집니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심지어는 키 큰 바늘잎나무 위로 흰 눈이 소담스럽게 내려앉는 면지까지 한 장면도 허투로 넘길 수 없는, 잘 짜여진 장면 연출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