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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

책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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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구성

전영택
화수분
채만식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김정한
사하촌
조명희
낙동강
현덕
나비를 잡는 아버지

저자 소개 7

田榮澤, 늘봄

호는 늘봄이며, 평양시내 사창골에서 태어나, 진남포 보통학교를 거쳐 평양 대성학교를 다녔었다. 그리고 1915년 도일, 일본 아오야마 학원 중학부와 동대학 문학부 및 신학부에서 공부한 뒤에 1923년에 졸업하게 되었다. 1918년에 김동인, 주요한 등과 『창조』동인이 되어 작품활동을 했으며, 창간호에 혜선의 사를 발표하였다. 그 이후 운명생명의 봄, 1925년 화수분 등을 발표하면서 그의 작가적 역량은 한층 높이 평가되었다. 광복 이후에 발표된 하늘을 바라보는 여인,크리스마스 전야의 풍경,소등에는 인도주의에 입각한 시선으로 그의 문학에는 식민지시대의 사회 문제와 개인의 삶이 무
호는 늘봄이며, 평양시내 사창골에서 태어나, 진남포 보통학교를 거쳐 평양 대성학교를 다녔었다. 그리고 1915년 도일, 일본 아오야마 학원 중학부와 동대학 문학부 및 신학부에서 공부한 뒤에 1923년에 졸업하게 되었다. 1918년에 김동인, 주요한 등과 『창조』동인이 되어 작품활동을 했으며, 창간호에 혜선의 사를 발표하였다. 그 이후 운명생명의 봄, 1925년 화수분 등을 발표하면서 그의 작가적 역량은 한층 높이 평가되었다. 광복 이후에 발표된 하늘을 바라보는 여인,크리스마스 전야의 풍경,소등에는 인도주의에 입각한 시선으로 그의 문학에는 식민지시대의 사회 문제와 개인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다루는 것으로 출발하여 광복이 되기까지 민족적 수난이나 가난을 동포애로 감싸는 인간 의식을 그렸다. 광복 이후에는 주로 기독교적 신앙으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 민족과 개인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사실주의적 수법으로 그려 종교인이자 작가로서의 정신 세계를 구현하였다. 그러나 전영택은 안타깝게도 75세에 교통사고로 타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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蔡萬植, 백릉白菱, 채옹采翁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 1902년 전라북도 옥구에서 출생하여 임피보통학교,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와세다대학 부속 제일와세다고등학원을 중퇴했다. 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개벽사 등의 기자로 재직했으며, 1936년 이후로는 창작에 전념하며 풍자성이 농후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45년 낙향하여 1950년 이리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1924년 단편「새길로」(『조선문단』)로 등단 후 290여 편에 이르는 장편·단편 소설과 희곡·평론·수필 등을 썼다. 장편 「인형의 집을 나와서」(1933)·「탁류濁流」(1937)·「천하태평춘」(1938)· 「금(金)의 정열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 1902년 전라북도 옥구에서 출생하여 임피보통학교,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그 후 와세다대학 부속 제일와세다고등학원을 중퇴했다. 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개벽사 등의 기자로 재직했으며, 1936년 이후로는 창작에 전념하며 풍자성이 농후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45년 낙향하여 1950년 이리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1924년 단편「새길로」(『조선문단』)로 등단 후 290여 편에 이르는 장편·단편 소설과 희곡·평론·수필 등을 썼다.

장편 「인형의 집을 나와서」(1933)·「탁류濁流」(1937)·「천하태평춘」(1938)· 「금(金)의 정열」(1939) 등과 단편「레디메이드 인생」(1934)·「치숙」(1938)·「패배자의 무덤」(1939)·「맹순사」(1946)·「미스터 방(方)」(1946) 등이 대표작이다. 1942년 조선문인협회가 주관한 순국 영령 방문 행사와 1943∼1944년에 국민총력조선연맹이 주관하는 예술 부문 관계자 연성회, 보도특별정신대 등 친일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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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eong-Han,金廷漢, 요산

호는 요산으로 경남 동래 출생이다. 1929년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유학생 학우회에서 펴낸 학지광의 편집을 맡았다. 일제강점기 궁핍한 농촌의 현실과 친일파 승려들의 잔혹함을 그린 『사하촌』이 조선일보에 당선된 이후 『항진기』, 『기로』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대표작 『사하촌』은 가뭄이라는 자연적 재난과 사찰의 가혹한 소작제도 및 일제의 통제라는 삼중의 억압 속에 시달리고 있는 소작농민들의 절대적 빈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식민지 시대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소작 농민들의 집단적인 행동의식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문학적 출발이 경향적
호는 요산으로 경남 동래 출생이다. 1929년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유학생 학우회에서 펴낸 학지광의 편집을 맡았다. 일제강점기 궁핍한 농촌의 현실과 친일파 승려들의 잔혹함을 그린 『사하촌』이 조선일보에 당선된 이후 『항진기』, 『기로』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대표작 『사하촌』은 가뭄이라는 자연적 재난과 사찰의 가혹한 소작제도 및 일제의 통제라는 삼중의 억압 속에 시달리고 있는 소작농민들의 절대적 빈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식민지 시대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소작 농민들의 집단적인 행동의식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문학적 출발이 경향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일본 유학 시절에 가담했던 사회주의 문학단체 동지사의 체험에서 연유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사료하고 있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고문과 1987년 그 후신인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초대 의장을 맡았다. 한국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는 『낙일홍『인간단지』『수라도·인간단지』 『삼별초』등이 있으며 1996년 11월 28일 작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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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抱石)

호는 포석(抱石). 조선에서 태어난 소비에트 연방의 작가이다. 1923년에 희곡 「파사」를 발표하고, 1924년에는 시집 『봄 잔디밭 위에』를 출판했다. 이 시기의 희곡이나 시는 종교적 신비주의·낭만주의의 색채가 짙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활동 초기에 관념적인 시를 지었으나 1925년 8월 카프에 창립위원으로 참가하면서 자전적 단편소설인 「땅 속으로」 발표를 기점으로 혁명적 투쟁을 그리는 작가로 변모했다.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한 대표작 「낙동강」은 카프 문학사에 있어 신경향파 소설로부터 목적의식기의 소설로 방향 전환을 이룩한 걸작으로 평가되었으며, 특히 김기진
호는 포석(抱石). 조선에서 태어난 소비에트 연방의 작가이다. 1923년에 희곡 「파사」를 발표하고, 1924년에는 시집 『봄 잔디밭 위에』를 출판했다. 이 시기의 희곡이나 시는 종교적 신비주의·낭만주의의 색채가 짙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활동 초기에 관념적인 시를 지었으나 1925년 8월 카프에 창립위원으로 참가하면서 자전적 단편소설인 「땅 속으로」 발표를 기점으로 혁명적 투쟁을 그리는 작가로 변모했다.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한 대표작 「낙동강」은 카프 문학사에 있어 신경향파 소설로부터 목적의식기의 소설로 방향 전환을 이룩한 걸작으로 평가되었으며, 특히 김기진은 「낙동강」을 “1920년 이후 조선 대중의 거짓 없는 인생 기록이자 획시대적인 작품”으로, 조명희를 “제2기에 선편을 던진 작가”라 평했다.

조명희는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1928년 소련으로 망명하였는데, 망명 이후에도 하바롭스크 등지에서 시와 소설을 집필하는 한편 농민청년학교 교사와 조선사범대학 교수 등을 역임하며 고려인 후학을 양성했다.
그러나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 지방으로 이주되었으며, 1938년 예조프의 ‘대숙청’ 당시 KGB에 의해 일본 간첩으로 몰려 4월 15일에 사형언도 받고 5월 11일 소비에트 연방 하바로브스크에서 총살당했다. 사후 약 20년이 지나 흐루쇼프 정권 때 소련작가연맹회원으로 복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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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敬允, 현경윤

1909년 2월 15일 서울 삼청동에서 현동철과 전주 이씨의 3남 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현경윤이고 본관은 연주다. 그는 192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달에서 떨어진 토끼」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남생이」가 당선되어 정식 등단했으며, 「경칩」(1938),「층」(1938),「두꺼비가 먹은 돈」(1938)을 연이어 발표했다. 1946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의 소설부, 아동문학부, 대중화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소설집 『집을 나간 소년』(아문각), 동화집 『포도와 구슬』(정음사) 등을 간행했다. 1947년에는 조선
1909년 2월 15일 서울 삼청동에서 현동철과 전주 이씨의 3남 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현경윤이고 본관은 연주다. 그는 192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달에서 떨어진 토끼」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남생이」가 당선되어 정식 등단했으며, 「경칩」(1938),「층」(1938),「두꺼비가 먹은 돈」(1938)을 연이어 발표했다. 1946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의 소설부, 아동문학부, 대중화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소설집 『집을 나간 소년』(아문각), 동화집 『포도와 구슬』(정음사) 등을 간행했다. 1947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의 기관지 [문학]의 편집 겸 발행인, 조선문학가동맹의 서울지부소설부 위원장을 지냈다. 그리고 소설집 『남생이』, 동화집『토끼 삼형제』를 출판했다. 1950년 9·28 서울 수복 때 월북했다. 북한에서는 단편 소설집 「수확의 날」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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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지니에듀(주) 사내이사 교육평론(주) 사내이사 (주)도서출판 알앤비 사내이사 저서 한국 대표 단편문학의 이해와 감상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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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같은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 교육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인천하늘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인간미(人間味)를 지닌 사람을 육성하는 것을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저서로 『패턴국어 중학문법 종합편 상』, 『패턴국어 중학문법 종합편 하』, 『패턴국어 문법 기본편』,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시』, 『패턴국어 고등문학:현대시』, 『패턴국어 고등문법:기출문제』,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 소설』, 『패턴국어 고등문학:고전시가』,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시2』,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시3』,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같은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국어 교육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인천하늘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인간미(人間味)를 지닌 사람을 육성하는 것을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다. 저서로 『패턴국어 중학문법 종합편 상』, 『패턴국어 중학문법 종합편 하』, 『패턴국어 문법 기본편』,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시』, 『패턴국어 고등문학:현대시』, 『패턴국어 고등문법:기출문제』,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 소설』, 『패턴국어 고등문학:고전시가』,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시2』, 『패턴국어 중등문학:현대시3』, 『청소년을 위한 학교 국어 문법』,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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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148*210*30mm
ISBN13
9791189171964

책 속으로

관찰자의 시선이 만드는 거리감
이 작품은 서술자 ‘나’가 우리 집 행랑방에 들어와 사는 화수분 가족의 삶을 바깥에서 지켜보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되며, 모든 사건은 그의 시선을 통해 전달된다. 지식인 계층에 속한 ‘나’는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개인적 선의를 베풀지만, 구조적 빈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힘은 지니지 못한 한계적 존재이다. 이러한 위치에서 형성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은 사건에 대한 직접적 개입을 차단하고 서술에 일정한 거리를 부여함으로써 감정의 과잉을 절제한다. 그 결과 화수분 가족의 비극은 격정적 호소가 아니라 담담하고 건조한 어조로 제시되며, 독자는 오히려 그 절제된 서술 속에서 하층민의 참혹한 현실과 시대적 모순을 더욱 냉철하게 직시하게 된다. 결국 관찰자의 시선이 만들어 내는 거리감은 비극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술의 여백을 통해 슬픔과 아픔을 스스로 체감하게 하는 효과적인 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가난에 의한 가족 해체와 처절한 생존 본능
화수분 가족에게 가난은 단순한 결핍이나 배고픔의 문제가 아니라, 천륜으로 맺어진 가족 공동체 자체를 파괴하는 잔혹한 폭력이다. 입 하나를 줄이기 위해 큰딸 귀동이를 남의 집에 양녀로 보내야 하는 상황은 생존을 위해 감내해야 했던 부모의 처절한 선택을 보여 준다. 딸을 떠나보낸 뒤 화수분이 토해내는 통곡은 무능한 가장으로서의 깊은 자책이자, 피로 맺어진 혈육의 정이 찢겨 나가는 순간의 고통이다. 이어 남편을 찾아 어린아이를 업고 혹한의 길에 나서는 아내의 여정은, 가난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한 한계까지 몰아붙이는지를 적나라하게 증언한다. 작가는 이렇게 환경에 의해 파멸해 가는 인간 군상을 통해 일제 강점기 수탈의 참상을 고발하며, 극한 상황에 내몰린 민중의 고통을 비극적으로 형상화한다.
--- pp.25-26

화수분은 간 지 일주일이 되고 열흘이 되고 보름이 지나도 아니 온다. 어멈은 아범이 추수해서 쌀말이나 지고 돌아오기를 밤낮 기다려도 종내 오지 아니하였다. 김장때가 다 지나고 입동이 지나고 정말 추운 겨울이 되었다. 하루 저녁은 바람이 몹시 불고, 그 이튿날 새벽에는 하얀 눈이 펑펑 내려 쌓였다.
아침에 어멈이 들어와서 화수분의 동네 이름과 번지 쓴 종잇조각을 내어놓으면서, 오지 않으면 제가 가겠다고, 편지를 써 달라고 하기에 곧 써서 부쳐까지 주었다.
그다음 날부터는 며칠 동안 날이 풀려서 꽤 따뜻하였다. 그래도 화수분의 소식은 없다. 어멈은 본래 어린애가 딸려서 일을 잘 못하는 데다가, 다릿병이 있어 다리를 잘 못 쓰고, 더구나 며칠 전에 손가락을 다쳐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을 퍽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혼자 살아갈 길이 막연하여, 종내 아범을 따라 시골로 가기로 결심을 한 모양이다.
“그만, 아씨, 시골로 가겠습니다.”
“몇 리나 되나?”
“몇 린지 사나이들은 일찍 떠나면 하루에 간다고 해두, 저는 이틀에나 겨우 갈 걸요.”
“혼자 가겠나?”
“물어 가면 가기야 가지요.”
--- pp.40-41

가난이 찢어버린 가족, 그리고 피눈물 나는 선택
수지 저는 큰딸 귀동이를 결국 남의 집에 보내는 장면이 제일 슬펐어요. 보내고 나서 아빠인 화수분이 펑펑 우는 것도 너무 슬프더라고요.
선생님 그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난의 잔혹함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대목이야. 화수분 부부는 정말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거든. 그런데 가난은 이 착한 사람들에게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마저 빼앗아 가버려. 입 하나라도 줄여야 다 같이 굶어 죽지 않으니까, 생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딸을 보낸 거지.
태우 딸을 보내고 나서 화수분이 엉엉 울잖아요. 그게 자기가 못나서 딸을 보냈다는 자책감 때문이겠죠?
선생님 맞아. 그 울음은 무능한 가장으로서 느끼는 뼈저린 자책이자, 자식을 제 손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버지의 깊은 슬픔이기도 해. 사실주의 문학은 이렇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때로는 아주 냉혹하게 보여 주지. ‘가난하면 가족끼리 사랑하기도 힘들다’는 불편한 진실을 작가는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보여 준 거야.
지현 형이 다쳤다는 소식에 화수분이 시골로 떠나버린 뒤의 상황이 참 막막하게 느껴졌어요. 서울에 홀로 남겨진 아내마저 다릿병과 손가락 부상 때문에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잖아요. 결국 지독한 가난을 견디다 못해 옥분이를 업고 남편을 찾아 양평으로 길을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제 마음속에도 ‘아, 이러다 정말 큰일 나는 거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스치더라고요.
선생님 아내가 엄동설한에 세 살배기 옥분이를 업고 길을 떠나는 장면은, 이제 이들에게 남은 길이 얼마나 막막하고 위태로운지를 보여 준단다.
--- pp.47-48

“거 참 큰일들 났어.”
K사장은 P가 낙심해 하는 것을 보고 별로 밑천이 들지 아니하는 일이라서 알뜰히 걱정을 나누어 준다.
“저렇게 좋은 청년들이 일거리가 없어서 저렇게들 애를 쓰니.”
P는 속으로 코똥을 ‘흥’ 하고 뀌었으나 아무 대답도 아니 하였다. K사장은 P가 이미 더 조르지 아니하리라고 안심한지라 먼저 하품 섞어 ‘빈자리가 있어야지’ 하던 시원찮은 태도는 버리고 그가 늘 흉중에 묻어 두었다가 청년들에게 한바탕씩 해 들려주는 훈화를 꺼낸다.
“그렇지만 내가 늘 말하는 것인데…, 저렇게 취직만 하려고 애를 쓸 게 아니야. 도회지에서 월급 생활을 하려고 할 것만이 아니라 농촌으로 돌아가서….”
“농촌으로 돌아가서 무얼 합니까?”
P는 말 중동을 갈라 불쑥 반문하였다. 그는 기왕 취직운동은 글러진 것이니 속시원하게 시비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다.
“허! 저게 다 모르는 소리야…. 조선은 농업국이요, 농민이 전 인구의 팔 할이나 되니까 조선 문제는 즉 농촌 문제라고 볼 수가 있는데, 아 지금 농촌에서 할 일이 오죽이나 많다구?”
“저는 그 말씀 잘 못 알어듣겠는데요. 저희 같은 사람이 농촌에 가서 할 일이 있을 것 같잖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가령 응…, 저….”
K사장은 응…, 저…, 하고 더듬으면서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가 구직하러 오는 지식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돌아가 농촌 사업을 하라는 것과 (다음에 또 꺼내는 일거리를 만들라는 것은) 결코 현실에서 출발한 이론적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었었다. 그저 지식 계급의 구직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막연히 ‘농촌으로 돌아가라’ ‘일을 만들어라’고 해왔을 따름이다. 따라서 거기에 대한 구체적 플랜이 있는 것도 아니었었던 것이다.
--- pp.66-67

P는 머리가 띵하고 속이 뉘엿거리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는 두 친구에게 인사도 변변히 하지 아니하고 코를 벤 듯이 삼청동으로 올라왔다. 어서 바삐 좀 드러눕고만 싶었던 것이다.
아무리 방구들은 차고 지저분하게 늘어놓았어도 제 처소는 반가운 것이다. 더구나 몸이 괴로울 때는!
P는 누더기 양복이나마 벗으려고도 아니 하고 그대로 펴두었던 이부자리 속에 몸을 파묻었다. 드러누우니 취기가 새삼스레 더하여 영영 옷 벗을 생각도 잊어버리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얼마를 자고 났는지 괴로워 부대끼다 못하여 잠이 깨었을 때는 목이 타는 듯이 말랐다.
물은 없다. 물이 없어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목은 더 말랐다.
밤은 어느 때나 되었는지 짐작할 수가 없다. 전등은 그대로 켜져 있다. 밖에서는 사람 지나다니는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아니한다. 전차 갈리는 소리도 들리지 아니하고 가끔가다가 자동차의 경적이 딴 세상의 소리같이 감감하게 들려온다.
밤이 깊지 아니했으면 잠긴 안대문을 두드려 주인 노인에게라도 물을 청하겠지만 이 깊은 밤에 그리하기도 미안하다. 그것도 방세나 여일하게 내었을 제 말이지 얼굴 대하기를 이편에서 피하는 판에 차마 못 할 일이다.
물지게 장수의 삐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나 하고 귀를 기울였으나 감감히 소리가 없다.
목은 더욱더욱 말라들어 온다. 입술이 바싹 마르고 입안이 침기가 없고 목구멍이 바삭바삭 소리가 날 듯이 마르고, 그리고는 창자 속까지 말라 내려가는 듯하다.
방금 미칠 듯하다.
눈앞에 용용하게 흘러가는 푸른 한강이 어릿어릿하고 쏴 - 쏟아지는 수통 꼭지가 보이는 듯하다.
P는 배고픈 고비는 많이 겪어 보았으나 이대도록 이대도록: ‘이다지’의 비표준어. 이러한 정도로. 또는 이렇게까지.
도 목마른 참은 당하기 처음이다.
배는 고프면 기운이 없고 착 가라앉을 뿐이었지만 목이 극도로 마름에는 금시 미치고 후덕후덕 날뛸 것 같다.
일어나서 삼청동 꼭대기로 올라가면 산골짜기의 물도 있고 또 우물도 이대도록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어두운 밤에 어디가 어딘지 보이지 아니할 테고 또 우물에는 두레박도 없을 것이다.
--- pp.104-105

사람이 물건인가요? ‘레디메이드’의 씁쓸한 의미
태우 선생님, 이번 소설 제목이 ‘레디메이드 인생’이잖아요. ‘레디메이드(Ready-made)’가 무슨 뜻인가요? 영어 단어인 건 알겠는데, 기성품이라는 뜻 아닌가요? 옷 가게에서 파는 옷 같은 거요.
선생님 맞아. ‘레디메이드’는 맞춤으로 만든 물건이 아니라,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기성품을 뜻하는 말이야.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채 진열대에 놓여 있는 물건들이지.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옷이나 신발이 아니라, 사람의 ‘인생’에 이 말을 붙였어. 그 점이 중요해.
수지 그러면 사람의 인생이 물건처럼 취급된다는 뜻인가요? 왠지 좀 씁쓸하게 느껴져요.
선생님 바로 그 지점이야. 이 작품이 발표된 1934년은 일제 강점기였어. 당시 고등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은 늘어나고 있었지만, 그들이 일할 자리는 매우 제한적이었지. 작가는 사회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한 지식인들의 처지를, 팔리지 않은 기성품에 빗대어 ‘레디메이드’라고 표현한 거야.
지현 지금으로 치면, 공부는 많이 했는데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선생님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지. 그래서 이 작품은 특정 시대의 이야기이면서도, 오늘날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질문을 던져 주는 작품이야. 주인공 ‘P’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어. 고등교육까지 받은 인텔리지만 직업도, 경제적 기반도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지. 이제 P의 하루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 pp.118-119

「사하촌」과 저항 문학의 출발
193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하촌」은 김정한 문학의 지향을 분명히 각인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불교 사찰이 지주로 군림하며 소작농을 수탈하는 현실을 전면에 내세워, 식민지 농촌 사회에 고착된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농민을 단순한 피해자나 동정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억압적 질서에 맞서 연대하고 저항하는 능동적 주체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생생한 사투리 구사와 절제된 서술 방식은 민중의 삶과 투쟁을 현장감 있게 재현하며, 계몽적 시혜에 머물던 기존 농촌 소설의 관습을 넘어선다, 이를 통해 김정한의 문학은 현실 참여적 성격을 획득하며, 저항 문학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양심을 지키기 위한 침묵의 선택
등단 이후 「옥심이」(1936)와 「항진기」(1937) 등을 발표하며 활발히 창작하던 김정한은 일제의 탄압이 노골화되면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의 작품이 농민의 각성과 저항 의식을 드러낸다는 이유로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되었고, 민중 선동 혐의와 치안유지법 위반을 명목으로 수차례 검거되는 고초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는 친일 문학에 편승해 생존을 도모하는 길을 단호히 거부했다. 결국 1940년부터 약 26년에 이르는 절필을 감내하며 침묵을 택했는데, 이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직한 태도의 표현이었다. 문학을 불의에 맞서는 윤리적 실천으로 여긴 그의 신념은 창작이 중단된 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 pp.180-181

추천평

이 책이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귀가 번쩍 뜨였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소설을 읽어주겠다니 참 아름다운 인간교육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은 그 시대가 창출한 가장 강렬한 정신적 유산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상상적 공간일 텐데, 커가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걸 성장의 발판으로 삼게 하겠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대학에서 소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직접 창작을 해온 사람으로서, 문학이 인성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높게 평가함은 당연하며, 한바탕 성장과 발육을 향해서만 치닫는 청소년기야말로 좋은 소설을 많이 읽을 때라는 생각을 늘 해온 사람이다.

강소천 선생의 「꿈을 찍는 사진관」을 읽으면서 자랐다. 중학생이 되어 처음 도시로 나간 시골소년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 동화집은 나로서는 세상에는 없던 신대륙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도 신비한 글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는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책들을 찾아 읽기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훨씬 훗날 미국에 가서 한국문학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무엇을 가르칠까 고심하다가 나는 결국 나의 성장기에 읽은 「꿈을 찍는 사진관」을 갖고 가서 읽어주기로 하였다. 그때 그들은 대학생이었지만 그들이 한국을 이해하는 정도는 아직 중학생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나는 내가 미국에 다녀왔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세상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 대한민국까지 뻗친 것을 보는 것 같아 마음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서연비람〉이 엮어낸 『해설과 함께 읽는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이 오늘의 청소년들에게도 같은 즐거움과 보람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 읽어라! 모르겠거든 알 때까지 읽어라! 이것이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고 연구하고 또 소설을 쓰면서 얻은 올바른 소설독법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였으니 서연비람의 독자들이야말로 천군에 만마를 얻은 셈이다. 이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은 아름다운 단편소설 모음집이 될 것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한다는 등의 이유를 걸어 괜히 낯설거나 정체가 불명한 책을 만들기보다는, 좀 해묵어 보이더라도 우리 조부모 때부터, 부모 때부터 대를 이어 읽히고 검증을 받아온 모범적인 작품들을 선별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편편이 ‘작가 소개 - 작품 해설 - 작품 - 선생님이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의 순서를 밟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을 기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선생님이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는 이 책이 고안한 아주 특별한 코너로서, 그동안 그 어떤 책에서도 보지 못한 선생과 학생의 실체를 여기서 만나게 될 것이다. 학습은 꼭 배워서만 안다기보다 그것을 가르치던 선생님의 회초리와 함께 기억된다는 말이 있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서 그만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여기 실린 단편들도 그렇게 선생님이 들려주신 그 시절 이야기와 함께 오래 기억될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 송하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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