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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Steig,별명 : King of Cart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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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진 (nica924@yes24.com)
아이들은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지요? 신나고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멋있는 활약을 해보고 싶고, 위험을 무릅쓰고 잡혀간 공주님을 구하고, 타잔처럼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고 싶고, 그리곤 마침내 영웅이 되고 …… 이러한 공상이 없다면 사실 어린 시절이 좀 따분하지요.
『자바자바 정글』은 바로 이러한 아이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무사히 지나간 적이 없는 미지의 정글, 괴상하고 무시무시한 동식물들이 득실대는 위험한 정글을 헤쳐 나오는 것, 아이들이 한번쯤 꿈꾸어볼 만한 모험이지요. 정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산만하고 어지러워보이기까지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저 재밌는 상상과 모험의 연속이기만 합니다. 첫 장을 열면 갑자기 레너드란 꼬마가 칼을 휘둘러 이리저리 엉킨 덩굴들을 쳐내며 정글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나옵니다. 레너드가 정글 속에 왜 혼자 있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헤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지요. 커다란 꽃에게 잡혀 있는 나비도 구해주고, 입을 쩍 벌린 채 죽은 괴물 뱃속으로 겁없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고, 비비원숭이들에게 잡혔다가 폭죽을 터뜨려 빠져나옵니다. 마지막 부분에 유리병 안에 갇혀 있는 부모님을 구하는 장면이 재밌습니다. 유리병 안에서뜨개질을 하고 신문을 보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은 평화롭지만 아이들에겐 그다지 재미없는 현실을 상징합니다. 레너드는 유리병을 깨고 그 현실로부터 부모님을 '구해냅니다.' 그러곤 "저만 따라오세요." 하며 정글 속을 빠져나가는 길로 자신있게 나아갑니다. 아이들은 유리병 밖에서, 곧 어른들이 보기에는 혼란스럽고 위험해 보이지만 모험이 넘치는 세계를 꿈꾸고 상상으로나마 영웅이 되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정글 여행을 해보세요. 그리곤 아이들에게 "만약 정글에서 길을 잃었다면 어떻게 할래?" 하고 물어보세요. 갖가지 대답이 나오겠지요.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더 기상천외한 답들이 쏟아질 터이고, 아이는 아마 재밌어 죽겠다는 얼굴로 눈을 반짝거리며 책을 들여다 볼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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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에 대한 아이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곳, 자바자바 정글
어른들에게 자바자바 정글은 알 수 없는 곳이다. 레너드 자신도 왜 이곳에 와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혹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하지만 속으로 들어갈수록 정글은 더욱 이상하고 알 수 없는 곳이 된다.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희한하게 생긴 새들과 곤충들이 잔뜩 웅크린 채 레너드가 다가오기만 기다리고, 식인 식물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또 어쩌다가 그런 모습으로 죽었는지 입을 쩍 벌린 채 화석이 되어 버린 괴물도 나타나고, 끝내주게 맛있는 즙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되는 자바자바 꽃도 있다. 엉덩이가 파란 원숭이들도 있고, 새, 뱀, 쥐의 머리를 한 권위적인 재판관들도 있고, 유리병 속에 평화로운 모습으로 앉아 있는 부모님도 있다. 어느 것 하나 논리적 연관 없이 등장하며 황당하게까지 만든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산만한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든다.
모든 것이 처음, 하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자바자바 정글은 아주 위험한 곳이고, 레너드는 온갖 수난을 겪고 위협을 당하지만 조금도 무서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차례차례 덮쳐오는 불가사의한 사건들에도 전혀 호들갑 떨지 않고 대견스럽게 대처한다. 이런 험한 곳에 온 것을 후회하거나 안락한 집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또한 동물이며 식물이며 현실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이지만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다. 세상 어딘가에 이런 곳이 존재하리라 믿어 왔기 때문이다. 레너드는 이 위태위태한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온 개구쟁이 아이처럼, 자바자바 정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아주 신나게,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곳의 위험이 아무리 위험스러워 보여도 결정적으로 자신을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바자바 정글에는 위험도 있지만, 그 위험을 극복할 도구와 피할 수 있는 상황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해가 지고 어두워져서 잠을 잘 데가 필요하면 어디서 나왔는지 그물 침대가 생기고, 캄캄한 괴물의 뱃속을 탐험할 때면 어느새 손전등이 손에 들려 있고, 난데없이 폭죽이 나와서 재판관과 원숭이 무리를 꼼짝 못하게 겁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외부의 장치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레너드 자신도 다른 어떤 곳에서보다 더 자신만만하고 당당해진다. 부모님의 보호를 받던 입장에서 부모님을 유리병에서 구출해, 길을 안내하며 탈출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곳은 바로 모험 이야기의 주인공을 꿈꾸는 아이 스스로 만들어낸 상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알지 못하는 세계, 찬란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곳. 어린아이들에게는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모두 진실로 존재하며 그 다른 두 세계는 서로 배척하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현실과 함께 공존시키며 만들어낸 공간이 바로 이 자바자바 정글이다. 현실 속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만들어낸 상상의 공간. 어른들은 이런 상상의 세계를 알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두 세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모두 현실 속에 뒤섞여 있는 세계인 것이다. 부모로 대표되는 어른들에게 인지되는 세계는 단지 유리병 안의 좁고 갑갑한 곳일 뿐이다. 그들은 그 유리병 바깥에 얼마나 신나는 세상이 있는지, 그곳에서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좁은 병 안에서, 곱고 말쑥하고 세련되고 도시적인 차림을 하고서 평화롭지만 아주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신문을 보거나, 뜨개질을 하는 것이 어른들의 현실 생활인 것이다. 눈을 들어 유리 밖을 보고자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인지할 수 있는 세상을 끝내 보지 못한다. 그래서 레너드 같은 꼬마아이가 돌멩이로 그 유리병을 깨뜨려야만 그제서야 눈을 돌려서 보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아는 세상은 부모님이 들어 있는 유리병이라는 현실까지도 포함한 상상의 정글 전체이다. 온갖 모험으로 들썩거리는 곳이다. 커다란 꽃에게 잡아먹히는 나비를 구하기 위해 칼부림을 해야 하고, 갑자기 쑥쑥 줄기가 자라는 높은 꽃봉오리에서 뛰어내리기도 해야 하고, 원숭이 무리에 잡혀 감금되기도 하는…… 끊임없이 위험에 처하고, 또 그 위험에 용감하게 맞서서 싸우고 결국은 이기는 곳이다. 이곳 자바자바 정글에는 아이들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고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갖은 모험들이 찬란하게 준비되어 있고, 언제나 꿈꾸었던 모험과 스릴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모험에의 욕망을 아낌없이 터뜨릴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안전하게! 자바자바 정글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드는 책! 긴장감을 자아내는 자극적인 단어들과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하는 현재형의 짤막한 문장들,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 구조를 따르지 않고 툭툭 내뱉듯이 쏟아내는 사건들, 내용만큼이나 어지러운 그림은 정신을 쏙 빼놓는다.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동물과 식물들의 모양,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종잡을 수 없는 지친 모험을 갔다 온 것처럼, 시끄러운 자바자바 정글에서 한바탕 기운을 뺀 것처럼 어지럽고 피곤하다. 잠시만 같이 있어도 그 장난 때문에 금방 지치게 만드는 꼬마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아이들이 사고하는 방식, 꿈꾸는 그 산만하고 조리 없는 방식을 그댏 따르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속의 산만함과 똑같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완벽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