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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원 나무 담팔수
2. 숨바꼭질은 끝나지 않았어 3. 운 좋은 달팽이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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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당첨되게 해 주세요! 2등도 괜찮아요. 아니, 3등도 괜찮습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복권 소원만 열 번째예요.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냐고! 내가 소원을 들어준다고 누가 그래? 내가 어떻게 복권에 당첨시켜 줄 수 있는데!” 담팔수는 소원을 빌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뒤통수에 대고 외쳤어요. 담팔수도 참을 만큼 참았지요. 사람들은 해도 해도 너무하니까요. 물론 담팔수의 외침이 사람들의 귀에 들릴 리 없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 이야기가 궁금하고 재미있어서 지루한 줄을 몰랐는데, 점점 짜증이 나더니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맨날 조르기만 하잖아요. 담팔수에게 해 주는 것도 없이요. 그렇다고 화를 낼 수는 없어요. 그러다 확 뽑아서 도장이라는 걸 만들어 버리면 어떡하냐고요. 그냥 참는 수밖에요. *소원을 듣고 나면 담팔수는 재미 삼아 붉은 잎사귀 하나를 날려 주었어요. 사람들은 다투어 잎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어요. 땅에 닿기 전에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나요. 그 말이 웃겨서 담팔수는 선심 쓰듯 몇 잎 더 떨구곤 했지요. *“그래도 열심히 빌었는걸. 소원을 이뤄 줄 순 없어도 빌어줄 순 있잖아.” 담팔수가 힘없이 중얼거렸어요. 그러자 아기 나무가 가느다란 줄기를 흔들어 댔어요. 그 말이 맞다고 대꾸라도 하듯이요. “그럼, 소원을 빌어 주는 나무가 진짜 소원 나무지!” *나는 숨바꼭질 대장이야. 내가 숨어 있으면 아무도 날 못 찾아. 태어나자마자 숨바꼭질부터 배웠거든. 엄마는 나만 보면 ‘꼭꼭 숨어라’ 놀이를 하자고 했어. 나는 신이 나서 얼른 다른 잎들 사이로 얼굴을 숨기곤 했지. 엄마는 나를 찾지 못해 쩔쩔매다가 해가 질 무렵에야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쳤어. 그때는 몰랐지. 엄마가 나를 못 찾는 게 아니라 안 찾은 거라는 걸. *“어머, 정말 예쁘다! 진짜 행운이 찾아오려나 봐.” 아줌마는 부드러운 손으로 내 얼굴을 받쳐 들고는 한참이나 들여다보았어. 그 표정이라니…… 나는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사방을 둘러보았지. 멀리 엄마가 보였어. 나는 엄마를 목청껏 불렀어. “엄마! 엄마!” 엄마가 나를 돌아보았어. 깜짝 놀란 엄마 얼굴 좀 봐. 저렇게 놀랄 줄 알았다니깐! *아줌마가 손에 잡히는 책을 펼쳐 보였어. 책장을 휘리릭 넘기는데 납작하게 누워 있는 네잎클로버들이 보였어. ‘네 잎’이 이렇게나 많다니, 나만 네 잎이었던 게 아니었어! “책마다 이렇게 숨겨 놓았던 거예요? 책 읽다가 행운을 발견하려고요?” 아이의 말에 아줌마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활짝 웃었어. *“여기는 말이야, 우리가 살던 숲이랑 비슷한데 가짜 숲이야.” “가짜 숲?” “풀도 있고 흙도 있으니까 우리가 살던 곳이랑 비슷하지만 진짜 숲은 아니라는 거지.” “그럼 어디로 나가면 돼?” “……못 나가.” “못 나간다고? 그런 게 어딨어! 나가는 길을 찾으면 되지.” 상상해 봤어. 르르와 함께 길을 떠나는 모습을. 햇살과 바람이 일렁이는 숲에서 배다리를 흙바닥에 마음껏 비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날마다 꼬무락꼬무락 더듬이 춤을 출지도 몰라. 너른 숲을 헤매느라 지쳐도 즐겁기만 할 거야. *“므므, 하얀 불빛 때문에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아.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 말이야. 진짜 숲에서 돌아다니고 싶어. 흙 목욕도 하고 말이야.” 르르가 더듬이에 얼굴을 묻은 채 힘없이 중얼거렸어. 그러다가 몸을 배배 꼬았어. 하얀 불빛이 르르의 몸 위로 쏟아지고 있었거든. 조명이 켜질 때 나는 집에 쏙 들어가면 그만이었어. 나는 집 안에 숨어서 생각했지. 르르에게도 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르르도 이곳을 조금은 좋아하지 않았을까? *“다른 거 뭐? 그 희한하게 생긴 집 말고 너하고 나하고 다른 게 뭔데?” “희한하게 생긴 집이라고? 그러는 넌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집에 왜 들어오려고 하는데? 사실 너도 이 집이 부러운 거지? 집 없는 달팽이는 달팽이가 아니니까. 불쌍한 녀석!” “부러운 게 아니라 궁금한 거라고. 그리고 내가 왜 불쌍해? 나는 등에 집이 없어도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걸.”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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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 대한 시선의 전복,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반전
우리는 네잎클로버를 발견하면 환호하고, 벼락 맞은 나무 앞에서 무언가를 간절히 빌고, 집을 가진 달팽이를 부러워한다. 그렇다면 그 ‘행운의 주인공’들은 과연 행복할까? 이 책은 바로 그 발칙하고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내가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고요? 나는 그냥 벼락에 맞아 가지가 잘려 나간 나무일 뿐이라고요!” 벼락 맞은 것도 억울한데 난데없이 소원 나무로 둔갑되어 온종일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담팔수, 꺾이지 않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숨바꼭질을 배우는 네잎클로버, 선물이라고 생각했던 집 때문에 영원히 가짜 집에 갇히게 된 달팽이까지 ‘행운이’들의 깜짝 속사정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가 알고 있던 ‘행운’이 새롭게 쓰인다. 나를 위한 요행을 넘어, 서로에게 건네는 ‘진짜 행운’ 이 이야기는 눈에 보이는 요행을 바라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다른 사람의 사정은 외면한 채 오직 자신의 행운만을 바라는 태도 속에서, “책마다 이렇게 숨겨 놓았던 거예요? 책 읽다가 행운을 발견하려고요?”라며 책에 네잎클로버를 잔뜩 모아둔 엄마에게 던지는 아이의 순수한 질문은 인상적이다. 더 이상 투덜거리지 않고 “소원을 이뤄줄 순 없어도 빌어줄 순 있잖아.”라며 말 못 하는 아이를 위해 간절히 소원을 빌어주는 진짜 소원 나무가 된 담팔수의 변화를 통해서는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모아줄 때 찾아오는 따뜻한 기쁨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서로에게 다정한 기쁨이 되어줄 때 비로소 모두를 위한 진짜 행운이 만들어진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는 우리를 다시 연결해 준다. 행운이라는 환상을 넘어, 내가 가진 ‘진짜 행복’을 찾아서 집달팽이 ‘므므’는 자신의 집이 자랑스럽다. 집이야말로 달팽이의 상징이며, 집 없는 달팽이는 진짜 달팽이가 아니라며 민달팽이 ‘르르’에게 우쭐댄다. “집 없는 달팽이라니, 지지리 운이 없는 녀석이네.” 하지만 집 때문에 탈출하지 못하는 므므와 달리, 집이 없기에 유리 밖으로 자유롭게 탈출하는 민달팽이 르르를 보는 순간 우리가 알던 행운은 산산조각 난다. 어쩌면 우리도 행운이라고 착각하며 꽉 쥐고 있던 욕심과 고집 때문에 진짜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행운을 쥐려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민달팽이 ‘르르’가 집달팽이를 위해 남겨둔 길이 독자들까지 진짜 행복으로 이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