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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아빠, 김성환 씨
고조할머니의 경대 영민이와 셰퍼드 이슬이는 오만 원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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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지금 뭘 적고 계시는 거예요?” 우주가 아저씨 옆에 가서 종이에 쓴 글을 내려다보았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지. 한 달 안에 나도 누군가 와서 바꿔 가야 해. 안 그러면 모래알처럼 사라진대. 내 기억도 사라지고 다른 사람도 나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다는구나. 이 세계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뜻이지.”
------ 아저씨가 꼼꼼하게 자신의 장단점을 쓰고 있었다. 장점으로는 대기업에 다니고 돈도 많이 가지고 있고 운동도 좋아하며 음식 만드는 게 취미라고 썼다. 단점으로는 화를 못 참고 소리를 질러서 가족들이 불안해한다고 썼다. 아저씨는 곧바로 자기소개서를 쓴 카드를 가슴에 걸고 사람들이 마네킹처럼 서 있는 곳에 가서 얼른 섰다. 사람들이 아저씨 앞에 우르르 모였다가 카드를 읽어 보고는 바로 돌아서서 가 버렸다. 아저씨가 쓴 단점 때문이었다. ------ “난 다 알고 있어. 엄마랑 아빠도 바꾸고 싶고, 컴퓨터도 바꾸고 싶잖아. 안 그래?” 가게 주인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듯 우주를 뚫어지게 보았다. 우주는 속을 들킨 것 같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내가 악마라고? 너희들이 내 가게에 와서 사람도 바꾸고, 물건도 바꿔 가고선 누구한테 그따위 말을 퍼붓는 거야. 나 같은 천사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신이 있다면 상을 줘야 할걸.” ------ “맞아. 우리 할머니들도, 엄마도 늘 경대가 빛이 나게 닦았어. 나만 바쁘다는 핑계로 가만두었고. 그래서 현탁이가 낡아서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나 봐.” ------ “난 진짜 경대가 엄마한테 그렇게 소중한 물건인지 몰랐다니까. 그냥 낡은 물건인 줄 알았지. 그런데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어. 알고 보니 경대가 엄마한테는 내가 어릴 때부터 갖고 놀던 장난감 같은 거더라고.” ------ “인간들은 정말 모르겠네. 자기들이 원하는 걸 다 해 줘도 나쁘다고 하니 말이야. 대체 내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한단 말이냐고?” ------ “너희들이 정말 잘 살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난 간다.” 가게 주인이 뒷문을 열자 앞쪽에 몰려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모래바람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사람들이 몸에 힘을 주고 버텨 보려 했지만 맥없이 휘청거렸다. ------ 갑자기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가게가 있던 자리에 깊은 싱크홀이 뚫렸다. 깜짝 놀란 사람들은 제 눈을 의심하며 비벼 댔다. 싱크홀 속으로 가게 물건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내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게 주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여러분도 보셨지요. 가게 주인이 모래바람에, 아니 싱크홀로 사라진 걸.”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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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서늘하고 강렬한 미스터리 판타지 동화
평범한 동네에 나타난 ‘뭐든지 바꿔 줍니다’ 가게는 아이들의 가장 간절한 욕망을 건드린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아빠가 고민인 ‘우주’, 낡은 물건이 싫은 ‘현탁’, 동생이 귀찮은 ‘영준’. 이들은 각자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가게 주인과 위험한 거래를 시작한다. 최신형 컴퓨터, 귀여운 여동생 등 원하는 것을 얻으며 잠시 행복을 맛보지만, 그 대가로 가장 소중한 존재들이 ‘모래알’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결국 소중한 존재를 되찾기 위해 나서는 아이들. 킁킁거리는 기괴한 가게 주인과 사라진 사람들을 가둔 뒷문의 비밀 등 아이들이 열광하는 판타지 설정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의 분위기가 독서의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존재의 가치를 일깨우는 날카로운 통찰 이 이야기는 현대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생명 경시 풍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날카롭게 꼬집는다. 무능력해 보이던 아빠를 ‘돈 많은 아저씨’로 바꾸고, 소중한 가족의 추억이 깃든 경대를 ‘아령’과 바꾸며, 심지어 함께 살던 집 아이를 단돈 ‘오만 원’에 팔아넘기는 충격적인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세상에 가격표를 매길 수 없는 것이 있을까?” 정혜원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눈에 보이는 풍요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추억, 인간 존엄성이 얼마나 거대한 가치를 지니는지 질문하며 독자들이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자본주의 시대에 반드시 지켜야 할 ‘인간의 도리’ 이야기가 끝으로 갈수록 평온했던 동네는 매일같이 싸움 소리와 울음소리로 들끓으며 엉망진창이 된다. 이 모습을 통해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리고, 타인을 조건이라는 잣대로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존재마저 ‘교환 가능한 물건’으로 전락시키는 태도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싱크홀과 함께 사라진 가게 주인은 곧 통제되지 않는 인간의 탐욕을 상징하며, 그로 인해 사라질 뻔한 소중한 가치들을 되찾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자본주의 시대에 반드시 지켜야 할 ‘인간의 도리’를 성찰하게 한다. 이 책은 이기적인 욕망이 우리 사회를 망가트리기 전에 우리가 멈춰 서서 돌아봐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가리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