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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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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재고 정리 대상
체험판의 설렘
프리미엄 결제 완료
유효기간 종료 임박
복구 불가 판정
요절 금지
추천의 말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예민한 감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난 균열을 알아채고 이야기를 길어 내는 소설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2019년 제3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살인자에게』로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우수상, 교보문고 주최 서치-라이트 공모전 최우수상, 위즈덤하우스 어린이청소년 판타지문학상 대상, 신구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 『스티커』 『비스킷』 시리즈, 『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 『칩리스』 『살인자에게』가 있고, 앤솔러지 『촉법소년』에 참여했다. @kimsunmi_
예민한 감각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난 균열을 알아채고 이야기를 길어 내는 소설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2019년 제3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살인자에게』로 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스토리 부문 우수상, 교보문고 주최 서치-라이트 공모전 최우수상, 위즈덤하우스 어린이청소년 판타지문학상 대상, 신구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 『스티커』 『비스킷』 시리즈, 『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 『칩리스』 『살인자에게』가 있고, 앤솔러지 『촉법소년』에 참여했다.
@kimsunmi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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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64g | 140*205*15mm
ISBN13
9791130687872

책 속으로

[1] 내 장례식 ‘무료 나눔’합니다
네가 죽고 난 뒤의 광경을 상상해 본 적 있어?
사실 난 꽤 자주 하는 편이거든. 10년 뒤에 내가 뭘 해 먹고 살지는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데, 이상하게 내 장례식장은 초고화질로 그려져.
오늘부터 이 블로그에 내 장례식 대본이나 미리 유출해 보려고 해. 예고편만 보고 하차할 인생이라면 엔딩크레디트 정도는 내 마음대로 연출할 권리가 있잖아.
블로그 이름은 대충 ‘요절 희망자의 기록’으로 정했어. 젊은 나이에 일찍 죽는다는 ‘요절’이라는 단어가 고2가 되자마자 우리를 ‘예비 고3’이라고 부르며 앞으로 2년 동안 죽은 듯이 살라고 협박하는 현실과 기가 막히게 찰떡이었거든. 안 죽고 배기겠냐 싶더라.
아무튼 첫 글 발행 완료. 이제 자야겠다. 내일 1교시 종 치기 전까지 내가 증발해 버리지 않는다면 다음 편도 올라오겠지.
관심 있으면 이웃 추가나 누르고 가든가. 어차피 이 연재는 내가 사라지는 날 자동 완결이니까.
--- pp.11-12

[10] 만점짜리 성적표와 0점짜리 칭찬
“……수학이 아직 힘드네. 최상위권 애들은 수학 때문에 고민 안 한다던데, 부족한 과목에 더 집중했어야지. 그러라고 수학 학원도 다니는 거 아냐. 원래 잘하던 과목에만 너무 힘 뺀 거 아니니?”
“국어는 만점이야. 전교에 네 명밖에 없다고.”
“알아, 잘했어. 근데 국어는 네가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니까 당연히 유지되어야 하는 거고……. 엄마 말은 지금 네 미래를 위해서 더 급한 걸 메워야 한다는 뜻이야.”
“요즘 국어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책만 많이 읽는다고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깊은 땅속에서 가까스로 올라왔는데, 부모님은 내가 올라온 높이 대신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정상만 가리키며 채찍질을 해대네.
부모라는 최종 보스는 내가 아무리 레벨 업해도 계속 클리어 조건을 올려버려. 진짜 깰 맛 안 나게.
엄마, 아빠가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식탁에 남겨진 성적표를 가만히 바라봤어. 만점을 들이밀어도 걱정만 돌아오는 걸 보니 노력으로 인정받으려 했던 내 전략이 얼마나 효율 떨어지는 일이었는지 새삼 깨달았지. 잘한 것보다 못한 것에, 성취한 것보다 부진한 것에만 꽂히는 부모님의 ‘결함 추적 시스템’이 오작동하지 않는 이상, 사랑받을 확률은 0퍼센트에 수렴할지도 모르겠네.
--- pp.37-39

[18] 감정 쓰레기 수거함의 야간 연장 근무
멋모르던 시절에는 애들이 나한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내심 뿌듯했거든. 내가 어른스럽고 속이 깊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믿고 말하는 거라고 착각했으니까.
참 순진했지. 걔들은 나를 신뢰하는 게 아니라 그냥 편리하게 생각한 건데. 부정적인 감정을 마음껏 쏟아내도 군소리 없이 받아주는 쓰레기통 같은 걸로.
솔직히 나도 힘들다고 말하고 싶을 때 진짜 많아.
근데 왜 말을 안 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냐고? 말해봤자 내 불행을 내려칠 게 뻔하니까. 서로 자기가 더 힘들다며 불행 배틀하느니 혼자 삼키는 게 그나마 덜 다치는 길이지.
--- p.62

[29] 입술을 붙여버린 유년의 접착제
솔직하게 지금 힘들다고 말하며 기대고 싶었어. 그런데 나조차 내 기분이 왜 이런지 설명할 길이 없는 거야. 괜한 투정을 늘어놓았다간 나한테 질려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었어. 그 생각을 하니 입술을 접착제로 붙여버린 듯 끝끝내 떨어지지 않더라.
이렇게 혼자 참는 버릇은 언제부터 생긴 걸까.
이 우울함을 들키는 게 겁이 나서 사람들 앞에 서면 온 힘을 다해 웃는 얼굴을 만들어. 나 때문에 분위기가 처지는 것도 싫고, ‘쟤 너무 어둡지 않아?’ 하는 수군거림을 듣는 건 더 무서우니까.
예준이 앞에서조차 그 가면을 벗지 못하겠어. 예준이가 좋아하는 건 ‘밝은 지연이’일 텐데, 방전된 채로 처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 애까지 지치게 만들 것 같았거든. 그래서 오늘도 테이블 너머로 날 살피는 예준이를 보며 웃어넘겼지. 괜찮은 척은 내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
--- pp.101-102

[52] 동장군과 걷는 법
엄마는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건네며 앞으로 낮이든 밤이든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나와 함께 산책할 거라고 선언하더라고. 홧김에 “가게는 어쩌고?” 하고 퉁명스럽게 내뱉었어. 맨날 돈, 돈 노래를 하면서 가게 일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으니까.
그때 엄마가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추고 날 돌아봤어. 그 얼굴에는 내가 살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먹먹한 표정이 떠올라 있더라고. 그러고는 낮게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어.
“지연아, 지금 가게가 대수야? 엄마는 네가 제일 중요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어. 찬 바람 때문에 귀가 새빨개진 채로 팔을 힘차게 흔들며 “너도 얼른 해봐, 그래야 몸에 열 올라” 하고 외치는 엄마를 보니 가슴속 깊이 묻어뒀던 내 진짜 바람이 고개를 들고 말았어. 엄마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다고. 진짜로 나를 소중히 여겨서 이 차가운 칼바람을 같이 맞고 있다고.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이런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 pp.173-174

출판사 리뷰

소외된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한 다음, 마침내 자신을 구하다
『비스킷』 『스티커』를 잇는 김선미 작가 성장소설 3부작의 완성

『요절 금지』는 『비스킷』 『스티커』로 이어져온 김선미 작가 성장소설 3부작을 완성하는 작품이다. 존재감이 작아질수록 희미해지다 끝내 사라지는 사람을 ‘비스킷’이라 부른 『비스킷』의 주인공 성제성은, 처음에는 세상에 무관심하지만 점차 변화하며 사라져 가는 아이들을 구하고 자신이 외면했던 타인의 고통을 마주한다. 『스티커』에서는 타인을 저주할 수 있는 스티커를 팔며 “누가 다치든 상관없다”라고 말하던 장시루가 자신과 사람들의 악의가 불러온 위기에 맞서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두 작품이 각각 ‘소외된 사람’과 ‘위기에 처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였다면, 『요절 금지』는 구원의 방향을 가장 가까운 곳으로 돌린다. 이번에 구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세 작품을 나란히 놓으면 김선미 작가가 그려온 성장의 궤적도 선명해진다. 『비스킷』에서 외부의 문제를 바라보던 시선은 『스티커』에서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한 분노와 악의로 향하고, 『요절 금지』에 이르러 한 사람의 가장 깊숙한 내면으로 들어간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감정’이 차지하는 비중과 자기성찰이 깊어지는 셈이다. 특히 『요절 금지』의 지연이 맞닥뜨리는 문제에는 판타지적인 해결책도, 대신 싸워줄 영웅도 없다. 지연은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아들이고, 다시 살아가겠다고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요절 금지』에서의 구원은 세 작품 중 가장 작아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어렵고 절실하다.

『비스킷』과 『스티커』가 신선한 판타지 설정과 강렬한 사건으로 청소년의 현실을 비췄다면, 『요절 금지』는 판타지 없이 오직 한 아이의 일상과 감정만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그럼에도 세 작품의 중심에는 같은 질문이 놓여 있다. 한 사람이 사라지지 않게 붙잡는 것은 무엇인가. 『요절 금지』가 내놓는 마지막 대답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누군가를 구하고, 세상을 구한 끝에 마침내 ‘나’를 구하는 이야기. 김선미 작가는 그렇게 가장 개인적인 자리에서 성장소설 3부작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다.

엄마도, 친구도, 선생님도 몰랐다
티 나지 않아서 더 위험한 아이들의 ‘고기능성 우울증’

『요절 금지』는 실제 한 의사의 부탁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이별 후유증으로 깊은 절망에 빠진 청소년 환자를 상담하던 의사는 김선미 작가에게 그 아이가 자기 마음을 투영하며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서점에는 어른의 우울과 삶을 위로하는 책은 많아도, 정작 벼랑 끝에 선 청소년이 부담 없이 읽으며 ‘이건 내 이야기’라고 느낄 만한 소설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작가는 그렇게 세상이 얹어준 중압감을 견디고 있는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두드릴 이야기를 직접 쓰기 시작했다.

소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통이다. 지연은 학교에 빠지지도, 공부를 포기하지도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연애도 하며 어른들이 기대하는 일상을 착실히 수행한다. 그래서 아무도 지연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연 자신조차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가 보다’라고 여기며 자신의 상태에 이름 붙이지 못한다. 작품이 ‘고기능성 우울증’이라는 언어로 포착하는 것이 바로 이 간극이다. 내면에서는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을 겪으면서도 타인 앞에서는 일상과 학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주변은 물론 당사자조차 고통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상태다.

무엇보다 소설은 지연을 특별히 불행한 아이로 만들지 않는다. 친구 사이에서 나만 겉도는 것 같은 순간, 성적이 곧 자신의 가치처럼 느껴지는 순간, 거울 속 외모를 끝없이 검열하는 순간, 사랑받기 위해 ‘괜찮은 나’를 연기하는 순간처럼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법한 일들이 조금씩 쌓여 지연을 무너뜨린다. 정신건강의학과 홍현주 교수 역시 추천의 말에서 세상을 떠나는 청소년들이 흔히 예상하는 ‘특별히 불행한 아이들’만은 아니며,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아이들의 아픈 마음 역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짚는다.

『요절 금지』가 발견하는 것은 바로 그런 아이들이다. “별일 없어 보이는데 왜 힘들지?”라는 질문 때문에 자신의 고통마저 의심해온 독자에게, 네가 힘들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고 처음으로 이름을 붙여준다.

“백 번 중에 아흔아홉 번 져도 한 번 이기면 되는 거야”
‘요절 희망자’가 자기 인생에 ‘요절 금지’를 선언하기까지

지연이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장소로 선택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인터넷 블로그다. 잠이 오지 않던 어느 밤, 엉킨 생각을 문장으로 꺼내기만 해도 삶이 조금 가벼워진다는 말을 접한 지연은 ‘요절 희망자의 기록’이라는 블로그를 만든다. 첫 글의 주제는 자신의 장례식이다. “예고편만 보고 하차할 인생이라면 엔딩크레디트 정도는 내 마음대로 연출할 권리가 있잖아.”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앱, 유통기한, 시스템 오류 같은 말로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지는 지연의 글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독특한 화법을 만들어낸다.
블로그 형식이 중요한 까닭은 지연이 현실에서는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이 그곳에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무시당하면 자신이 재미없는 사람인지 검열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우울한 모습을 들키면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 밝은 얼굴을 연기한다. 속으로는 살려달라고 외치면서 입으로는 ‘오늘 너무 재밌었다’라고 말한다. 역설적으로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믿는 블로그에서만 지연은 가장 솔직하다. ‘요절 희망자의 기록’에 쌓이는 일흔 개의 기록은 사라지고 싶은 마음의 기록인 동시에,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는 구조 신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절 금지』는 누군가 그 신호를 발견하는 순간 지연을 단번에 구해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담을 받는다고 매일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가족의 사랑을 확인했다고 상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지연은 운동으로 몸의 감각을 되찾고,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법을 배우고, 가까운 사람들과 부딪히고 화해하면서 조금씩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익힌다. 좋아졌다가 다시 가라앉고, 넘어졌다가 또 일어나는 과정 끝에 지연은 마침내 블로그 제목에서 ‘희망자’를 지우고 그 자리에 ‘금지’를 적는다. ‘요절 희망자의 기록’에서 ‘요절 금지’로.

제목의 변화는 완벽하게 행복해졌다는 선언이 아니다. 백 번 중 아흔아홉 번 삶에 지더라도 한 번은 다시 일어나겠다는 선택이다. 그래서 『요절 금지』가 독자에게 건네는 위로 역시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오늘도 괜찮은 척 버텨냈다면, 이제는 적어도 자기 앞에서만큼은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 발견에서부터 살아가는 일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이 소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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