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ile G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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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마음이 나쁜 마음일까요?”
마음이 흘러가는 길을 조용히 따라가는 그림책 『갖고 싶어요』가 흥미로운 것은 ‘갖고 싶다’는 마음을 욕심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을 막지도,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실망을 서둘러 달래지도 않습니다. 그저 감정이 생기고 커지며 또 다른 생각을 불러오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갈 뿐이지요. 갖고 싶은 마음은 어느새 행복과 사랑, 특별함에 대한 기대와 연결되고, 기대가 커진 만큼 좌절 역시 크게 다가와요. 작가 가오이러는 이 복잡한 마음을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대신 끝까지 바라보게 만듭니다. 그래서 독자는 아이의 감정을 판단하기보다 그 마음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까지 흘러가는지 함께 지켜보게 되지요. 이 책이 건네는 질문은 “무엇을 가져야 행복할까?”에 머물지 않아요. 오히려 “나는 왜 이렇게 크게 흔들렸을까?”, “지금 내 마음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라는 더 깊은 질문으로 이어지지요. 아이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마음 한편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천근아, 그림책 속 심리까지 깊이 있게 풀어내다 『갖고 싶어요』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원장이자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천근아 교수가 처음으로 그림책의 번역과 감수를 동시에 맡은 그림책이에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섬세한 번역과 함께 책 말미에 직접 쓴 감수의 글을 통해 이야기 속 아이에게 어떤 심리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원피스를 가지면 행복해지고 사랑받고 특별해질 것이라 믿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지, 작은 좌절이 왜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 “이제 모든 게 힘들어졌어.”라는 생각으로까지 번지는지 하나씩 짚어 줍니다. 천근아 교수는 외적 대상에 자아를 투사하는 현상과 ‘재앙화 혹은 파국화 사고’, ‘메타인지’ 등의 심리학 용어를 활용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감정에 휩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질문하는 힘이 정서적 성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알려 줍니다. 그림책으로 먼저 아이의 마음을 느끼고, 감수의 글을 통해 그 마음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그림책의 이야기와 전문가의 해설이 만나 한층 깊은 읽기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복잡한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그려 낸 가오이러의 일러스트 가오이러의 그림책은 간결한 문장보다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갖고 싶어요』에서도 아이의 감정은 장면마다 섬세하게 드러나요. 원피스를 입은 자신을 상상할 때 아이는 왕관을 쓰고 ‘행복의 여왕’이 되어 레드 카펫을 걷고, 포근한 들판에 누워 아무 걱정 없이 쉬어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던 화려하고 충만한 장면들이 아이가 원피스에 품은 기대를 고스란히 보여 주지요.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두 장의 군중 장면입니다. 앞 장면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푸른빛으로 흐려진 가운데 원피스를 입은 아이만 선명하게 채색되어 있습니다. “난 아주 특별해질 거예요.”라는 마음이 그대로 그림이 된 것이지요. 그런데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뒤의 장면은 정반대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또렷한 색을 입고 서 있는 반면, 아이는 그 속에 조용히 묻혀 있습니다. 가오이러는 이렇듯 색과 공간, 인물의 위치를 섬세하게 조절한 이미지를 통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읽어 내게 합니다. 감수의 글 이 그림책은 “욕심을 부리면 안 돼.”라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신 욕망을 느끼고, 좌절하고, 그 좌절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는 마음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 뒤, 그 흐름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결국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 냅니다.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아이의 정서는 발달합니다. - 천근아 (번역·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