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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를 건너 서로를 받쳐 준 부자(父子)의 단단한 마음
조선 후기의 명필가 이광사는 뛰어난 학자였지만, 집안이 정치 싸움에 휘말린 탓에 벼슬길이 막혀 버렸습니다. 이광사는 자식들이 세상의 거센 물살에 굴하지 않고 뜻을 펼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잉어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채 완성하기도 전에 또다시 세찬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지요. 역모 사건 주동자와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머나먼 곳으로 귀양을 가게 된 것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광사는 슬픔과 원망에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외딴 섬에 갇혀서도 ‘어디에 있든 마음만 곧게 세우고 살면 되지 않겠느냐’며 학문에 정진했습니다. 아들 영익은 한양과 먼 남쪽 섬을 수없이 오가며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살폈습니다. 아득한 거리가 무색할 만큼, 서로를 향한 걱정과 안부가 편지 속에 빼곡히 쌓여 갔지요. 세월이 흘러 칠순을 바라보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영익은 스무 해 전 아버지가 완성하지 못한 그림을 펼쳐 들었습니다. 아버지 이광사가 그린 머리 아래, 튼튼한 몸통과 꼬리를 채워 넣으며 잉어 그림을 완성하였지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긴 세월이 흘러도 자식을 걱정하고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 서로를 지켜 준 두 마음은 그렇게 하나의 화폭 위에 온전히 모였습니다. 달빛 아래 물살을 헤치고 날아오른 잉어 보름달이 빛나는 가을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그림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림 위로 환한 달빛이 스며들자 잔잔한 물결이 일렁입니다. 깨어난 잉어는 한껏 몸을 젖혀 물 위로 뛰어오릅니다. 이 신비로운 연출은 역사 서사에 판타지적 장치를 더해, 모진 세파 속에서도 자식들이 뜻을 펼치길 바란 아버지의 염원과 아들의 깊은 효심을 힘찬 기운으로 담아냅니다. 한 마리 용처럼 뛰어오른 잉어는 산과 바다를 건너 머나먼 유배지에 다다릅니다. 아들의 간절한 그리움이 비상하는 잉어에 실려 마침내 아버지에게 가닿습니다. 달빛을 건너온 잉어는 차가운 유배지의 밤을 환하게 밝히고, 긴 세월 서로를 지탱해 온 두 부자의 마음을 비춥니다. 어떤 시련도 끊을 수 없었던 이 단단한 마음은, 쉽게 옅어지는 오늘날의 가족 관계를 돌아보게 하며 깊은 울림을 전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