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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혜숙 (ruru100@yes24.com)
『나보다 작은 형』은 개성 있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어린이 창작 동화집이다. 다섯 편 모두 소재와 느낌이 다른 작품들이지만 따뜻한 감동을 주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표제작이기도 한「나보다 작은 형」은 가슴 아픈 애잔함이 묻어나는 형제애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민기에게는 병에 걸려 키도 자라지 않고, 학교에도 갈 수 없는 형이 한 명 있다. 민기가 학교에서, 학원에서 고생하는 동안 매일 집에서 만화를 보는 형은 창 밖을 통해 지나가는 아이들을, 차들을, 하늘의 구름을 쳐다본다. 민기는 만들기도 잘 하고 의젓한 형을 매우 좋아하지만, 더 이상 키도 크지 않고 외출도 할 수 없는 형을 마음 속으로 안타까워한다. “동생 아냐? 무슨 형이 그렇게 작냐”고 놀리는 친구와 싸움을 하는 민기, 크레파스를 칠한 기운조차 없어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형, 중환자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엄마, 형의 병원비를 위해 더 작은 집으로 이사 가는 상황 등 환자를 둔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가슴 찡한 아픔을 전한다. 이 밖에 「빙빙 돌아라, 별 풍차」에는 아이들에게 소망을 선물하는 멋진 풍차 아저씨가 등장하여 상처 입은 아이들에게 그들 각자의 별로 안내해 준다. 세 번째 이야기「새 친구 왕만두」는 너무 바빠 놀 줄 모르는 삭막한 도시 아이들이 새로 이사 온 친구 왕만두를 통해 우정을 쌓아 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땡땡이, 줄줄이, 쌕쌕이」는 짝을 잃은 양말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장 풍부한 재담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양들의 패션쇼」는 다소 어수룩하지만 마음 착한 무스탕 박과 양들이 벌이는 화해의 과정을 발랄하고 경쾌하게 보여준다. 애잔함과 발랄함, 따뜻함과 뭉클함, 안타까움 등 다섯 편의 작품들은 각각 다른 소재를 통해 다양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지만 읽다 보면 전체적으로 한 가지 일관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모두가 부족함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빈 공간을 채워가는 과정이라는 것. 『나보다 작은 형』은 보듬어 안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빈 공간을 메꾸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것을 감성적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에이, 시시해. 난 놀이 동산에서 스피드 열차 타보았는데.” 라며 손수레 풍차를 무시하는 아이, 전화로 물어 보지도 않고 아침부터 찾아온 친구가 낯선 도시 아이들, 서랍 한 구석에 모여 있는 짝짝이 양말들의 처량한 신세,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옷은 무스탕이라고 믿는 무스탕 박 아저씨 등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반영한 것이 눈길을 끈다. 모든 만남의 관계에서 줄 줄도 받을 줄도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정을 나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나보다 작은 형』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위한 동화다. 너무 지루하지 않도록 군데군데 앙증맞은 그림이 흥미를 북돋아 주며, 요란한 표현과 직설적인 교훈 없이도 진한 감동을 마음속 깊이 안겨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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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양 열마리만 보내 줘'
무스탕 박은 뉴질랜드의 양 목장에서 일하는 친구, 만식이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양 목장에서 새끼 양의 입에 우유병을 물려 주고 있던 만식씨는 편지를 읽고 좋아했어요. '잘 됐네. 말 안 듣는 양을 보내야지.' 서울에 양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온 건 한 겨울이었어요. "양들이 헤엄쳐서 와도 두달 전에 왔을텐데." 무스탕 박은 투덜거리며 동물 검역소로 양들을 데리러 갔어요. 무스탕 박은 양들을 보자 입을 떡 벌렸어요. 벌거숭이 양들을 보자 기가 막혔던 거지요. 무스탕 박은 당장 친구에게 전화를 했어요. " 왜 털도 없는 양을 보낸거야?" "걱정마, 일부러 깎은 거야. 무거우면 운송요금이 더 비싸단 말야. 털은 또 자란다고." --- pp. 99 ~ 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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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아주 옛날은 아니고, 솔직히 말하자면
어저께 우리 동네에 이상한 애가 나타났어요. 새로 이사 온 아이가 오자 마자 온 동네를 누비고 돌아다녔어요. "놀자!" "얘들아, 놀자!" 그 애는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다녔어요. 요즘 세상에 누가 대문을 두드리고 다니면서 놀자고 하겠어요. 학원에서 만나 짬짬이 놀든지, 아니면 특별히 엄마 허락을 받은 다음에 전화로 물어보고 찾아가 놀든지 그러잖아요. 그래서 나랑 우리 동네 친구들은 어리벙벙했어요. --- pp. 54 ~ 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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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이가 가고 싶은 별이 있으면 말해봐. 새로 써서 달아 줄게.'
'정말요? 그럼 엄마별 만들어 주세요.' '엄마별? 왜?' 아저씨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엄마가 하늘나라에 계시는데 어느 별인지 모르겠어요.' 민철이 눈에는 금방 눈물이 고였습니다. 아저씨는 민철이를 번쩍 안아 올려 큰곰자리에 태웠습니다. '진작 말하지. 녀석도...... 큰곰자리는 원래 엄마였단다. 그래서 아들이었던 작은 곰자리를 늘 굽어보고 있지.' --- p.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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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민기네 형은 되게 작더라. 꼭 1학년 같아."
난 화가 나서 동식이 앞으로 달려갔다. "너, 치사하게." "내가 뭐 거짓말했냐?" "그래도 우리 형이야!" "누가 뭐래? 무슨 형이 그렇게 작냐? 웃기더라, 야." 난 동식이랑 싸웠다. 동식이는 코피가 났다. 내 셔츠 단추가 뜯어지고 바지도 찢어졌다. "민기야, 네가 깡패니? 왜 이래, 정말?" 선생님은 한숨을 쉬셨다. 난 눈물이 났다. 형이 작은 건 형 탓이 아니다. --- pp. 21 ~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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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민기네 형은 되게 작더라. 꼭 1학년 같아."
난 화가 나서 동식이 앞으로 달려갔다. "너, 치사하게." "내가 뭐 거짓말했냐?" "그래도 우리 형이야!" "누가 뭐래? 무슨 형이 그렇게 작냐? 웃기더라, 야." 난 동식이랑 싸웠다. 동식이는 코피가 났다. 내 셔츠 단추가 뜯어지고 바지도 찢어졌다. "민기야, 네가 깡패니? 왜 이래, 정말?" 선생님은 한숨을 쉬셨다. 난 눈물이 났다. 형이 작은 건 형 탓이 아니다. --- pp. 21 ~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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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있어 아름다운 이야기
이 책은 다섯 편의 창작동화로 짜여졌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담담하게 이야기 하여 읽는 이의 가슴을 애잔하게 만드는 "나보다 작은 형"에서 행복한 결말과 톡톡 튀는 재담이 돋보이는 "양들의 패션쇼"에 이르기까지, 다섯 편의 글은 서로 다른 무늬와 향기를 갖습니다. 하지만 이 다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따뜻한 감동을 줍니다. 하나로 어우를 수 없을 것 같은 이 다섯 편의 동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가 촘촘히 담아 놓은 이 책의 주제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아쉬움'에 관한 동화집입니다. 나의 삶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형'을 지켜보는 '나'의 아쉬움을 담담하게 그린 "나보다 작은 형", 아이들과 풍차 아저씨가 서로의 아쉬움을 보듬으며 만들어 가는 우정 이야기 "빙빙 돌아라, 별 풍차", 너무 바빠 놀 여유가 없는 요즘 아이들의 잃어버린 동심 찾기 "새 친구 왕만두", 한 짝을 잃은 양말 삼총사가 제 짝을 찾아 떠나는 모험담 "땡땡이, 줄줄이, 쌕쌕이", 어리석지만 착한 '무스탕 박'과 약하디 약한 양들의 대결과 그리고 그들의 행복한 화해 "양들의 패션쇼" 이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누구에게나 아쉬움이 있다'고, 그래서 '서로 쓸어안고 일으켜 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의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을 살아가기에 아쉬운 걸 모른다고들 합니다. 물질 뿐 아니라, 모든 만남과 관계, 정서적 충족이 기다림 없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에 살면서 아이들이 '정'을 줄 줄도 받을 줄도 못한다고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리움의 교육', '아쉬움의 교육' 이 필요하다는 교육계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나보다 작은 형"이 주는 감동을 통해 어린이의 정서적 결핍감이 충족되고, 어린이들 마음에 따스한 감성이 피어나는 기회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