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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툭툭 튀는 팝콘의 나라 툭툭 떨어지는 물방울의 나라 툭툭 열리는 꽃과 열매의 나라 툭하면 말썽, 특하면 꾸지람 툭툭 때리는 방망이의 나라 키가 한 뼘 더 쑤욱 |
신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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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꿈에 민이는 도 한 번 할아버지 도깨비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 도깨비는 이렇게 말했지요.
아이쿠 내 정신 좀 봐. 아까 이 말을 해 준다는 걸 깜빡했지 뭐냐. 혹시 집으로 돌아가서도 엄마 아빠가꾸지람을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거라. 에헴! 어른들은 말야, 눈에 보이는 세상에만 살고 있어서 가끔 너 같은 어린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든. 어린이는 눈에 보이는 세상이나 눈에 안보이는 세상이나, 아무 때든 맘대로 왔다 갔다 하면서 사는데 말야. 알았지? 에헴!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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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툭툭!
그것은 수많은 꽃봉오리들이 쉴 새 없이 툭툭 열리는 소리였습니다. 천장에서는 개암, 밤, 산수유, 석류와 온갖 색깔의 열매들이 툭툭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특특 소리를 내며 씨앗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와! 너무너무 멋지다 세상에, 어쩜! 민이와 석이와 별이 모두 놀라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사이에도, 툭툭거리는 소리는 쉴 새 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아니, 점점 더 빠르게 소리를 내면서, 꽃과 열매와 씨앗들이 자꾸자꾸 퍼져 나갔습니다. 이제는 작은방을 빠져나가 거실까지 뻗어 갔습니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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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범한 어린이 민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민이는 제 또래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학교 가기보다는 늦잠 자길 좋아하고 공부보다는 놀이가 즐거운 그런 남자 아이입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어른들은 민이가 툭하면 말썽에 툭하면 심술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민이에겐 툭하면 잔소리에, 툭하면 꾸지람을 하시죠. 그 날도 민이는 툭하면 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학교로 향합니다. 거리에는 툭하면 끼는 안개가 자욱했고요. 툭툭 던지는 어른들의 아침 인사를 뒤로하고 걸어가던 길에 툭 발에 상자 하나가 채입니다. ‘툭’이라고 쓰여 있는 상자를 툭툭 두드려 보니 “툭툭툭툭!” 팝콘이 불꽃놀이 하듯 마구 터져 나옵니다. 민이가 “툭”이라는 상자를 만나 처음으로 마주한 상상의 나라입니다. 시작부터 작가의 발랄한 아이디어가 재미있습니다. 작가는 권태로운 뉘앙스의 부사어 “툭”에 전혀 새로운 느낌을 담아냅니다. 민이에게서 ‘툭’은 일상을 깨고 축제의 세계로 들어가는 신호음입니다. 상상의 나라로 떠나는 기적 소리이기도 합니다. 팝콘의 나라, 물벼락의 나라, 열매의 나라…, 도개비의 나라. 그 때마다 난장이 벌어져 민이를 난처하게 하지만 민이는 마법의 상자 ‘툭’이 펼쳐내는 소동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습니다. 정말 난처한 건 상자 ‘툭’으로 하여 생긴 모든 말썽이 민이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어른들에게 도깨비 상자 ‘툭’을 설명할 수 없었거든요. 하긴 설명했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른들은 그 세계를 함께 경험했다고 해도 결코 그 환상의 체험을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요. 어린이들이 번번이 당하게 되는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 작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어린이들을 지지하고 위로합니다. 어른들의 배신에 대한 상상적 복수가 첫 번째입니다. 옛이야기에서 토끼가 호랑이를 이기고, 가난한 자가 부자를 이기고,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기는 것과 같이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유쾌한 카타르시스의 계기를 선사합니다. 민이를 다그치던 부모가 기어이 도깨비 상자 ‘툭’을 두드려 도깨비를 불러내 도깨비들에게 혼이 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민이는 속으로 뜨끔했습니다. 실은 아까 꾸중을 들으면서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에이. 이럴 때 내가 어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내가 반대로 엄마 아빠를 마구 혼내 줄 수 있을 텐데…….’ 민이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만 같았습니다. (80쪽) 매번 인정받지 못하는 공상과 상상, 번번이 좌절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은 어린이들 모두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일이니까요. 아이가 자라나면서 겪게 되는 어른들의 배신과 그에 대한 어린이들의 상상적 복수는 민이에게도 끊임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민이도 다른 모든 어린이들처럼 이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자라나게 될 테니까요. 작가는 다른 한 편으로 그런 거라고, 그렇게 어린이가 자라고 어른이 되는 거라고 다독이기도 합니다. “아이쿠, 내 정신 좀 봐. 아까 이 말을 해 준다는 걸 깜빡했지 뭐냐. 혹시 집으로 돌아가서도 엄마 아빠가 꾸지람을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거라. 에헴! 어른들은 말야. 눈에 보이는 세상에만 살고 있어서 가끔 너 같은 어린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든…….” (96쪽) 학교에, 학원에, T.V.에, 컴퓨터로 빼곡히 하루 일과를 채우는 우리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유쾌한 상상력과 건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우리가 도깨비감투와 도깨비방망이 이야기에 열광하고, 그것을 믿고 싶어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