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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재미없어 / 무지갯빛 풍선껌 / 붉은 장미와 주황 괴물
노란 자동차와 풀빛 그네 / 파랗고 거대한 날개 / 생일 선물의 비밀 기능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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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재미없어」
학원에 재미있고 새로운 물건을 잘 가져오는 은서 주변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바글댄다. 어제는 새로 나온 스마트폰이더니 뭐? 오늘은 아이돌 굿즈? 나 아린은 그 자랑을 매일같이 속이 탄다. 엄마가 요즘 예전처럼 새 물건을 사 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갖고 싶다.’ 책상 위에 엎드렸지만 벤 오빠와 같은 모자를 쓴 은서가 눈에 아른거렸다. 솔직히 전에는 그런 걸 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주위에 연예인 굿즈를 모으는 애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은서가 가지고 있는 걸 보자 욕심이 났다. “아린아, 괜찮아? 어디 아파?” 은서가 눈치 없이 내 자리로 와서 등을 어루만졌다. 괜찮지 않았다. 비참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처럼 느껴졌다. --- p.19~21 「다 좋아서 못 고르겠어」 전에는 우리 엄마도 외동딸인 내가 갖고 싶다는 물건은 무엇이든 사 주었다. 하지만 이번 생일 선물로는 딱 하나만 고르란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스마트폰과 아이돌 굿즈 둘 다 당장 갖고 싶은 걸 어쩌란 말인가?! 엄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서 뭐가 갖고 싶은 건데?” 내가 아이돌 굿즈가 무엇인지 설명한 직후였다. “음…… 벤 오빠 모자랑 가방?” 그러나 대답하자마자 시크릿A가 떠올랐다. “아니다. 스마트폰.” “한 가지만 정해. 어제는 최신 스마트폰이더니 오늘은 또 무슨 굿즈? 팬들은 다 가지고 다닌다는 모자 가방 세트?” 엄마가 엄한 얼굴을 했다. 솔직히 두 가지 다 가지고 싶었다. 스마트폰은 전부터 가지고 싶었지만 은서가 그 모자를 쓴 걸 보니 나도 같은 걸 사고 싶었다. 학원 가방으로 벤 오빠 에코백을 갖고 다닐 거라고 하니 더 배가 아팠다. “둘 다 좋아서 못 고르겠어.” “전부터 가지고 싶어 했으니까 스마트폰으로 해.” “하지만 벤 오빠 모자는 한정판이란 말이야.” “야!” 엄마가 갑자기 큰 소리로 화를 버럭 냈다. 나는 너무 놀라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엄마, 너무해…….” “아, 미안. 내가 요즘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엄마가 내 눈물을 보고 급히 사과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조각조각 금이 간 뒤였다. --- p.22~24 「풍선껌의 단맛을 잡아라!」 엄마와 다투고 집을 뛰쳐나온 뒤 무지갯빛 풍선껌을 산 아린. 껌을 씹자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 간다. 그것도 일곱 색깔 다른 환상 속으로! 껌의 단물이 빠지면 펑 사라지는 풍선껌의 세계, 분명 처음 보는 장면들인데 어딘가 익숙한 이유는 뭘까? 풍선껌의 정체는 무엇일까? 벤치 아래도 보고 양옆도 살폈지만 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꼭 놀이동산처럼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나는 영영 주황 괴물의 이름을 알 수 없다는 생각에 화가 다 났다. 발을 쿵쿵 구르며 아까 벗긴 껌 종이에 단물 빠진 껌을 뱉었다. 주황색이 싹 빠져 흰색으로 변해 있었다.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껌을 씹으면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다 씹어서 색이 빠지면, 즉 단맛이 끝나면 재미있는 일도 끝나는 거 아닐까? 첫 번째 두 번째 모두 껌을 뱉지 않고 계속 씹고 있었는데도 그랬으니 말이다. 확인해 보는 건 쉬웠다. 한 개 더 씹어 보면 된다. 나는 노란색 껌을 뽑아 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주 평범해 보였다. 이 껌을 씹는다고 해서 마법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방금 분명히 이상한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주문을 외듯이. “만화책을 돌려줘.” --- p.40~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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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물건이 주던 기쁨과 설렘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 넘치도록 가져도 늘 새것이 필요한 ‘요즘 아이’ 이야기 만약 우리 인생에서 새 물건을 사는 즐거움이 사라지면 어떨까? 《재미재미 풍선껌》의 주인공 3학년 아린이는 요즘 무지무지 따분하고 우울하다. 엄마가 집안 정리에 폭 빠져 예전처럼 뭔가를 잘 사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집도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다나? 그런 어느 날 수상쩍은 골목 가게 ‘재미재미’가 아린이 앞에 나타났다! 여기서 산 무지갯빛 풍선껌은 풍선을 불 때마다 초특급 환상이 펼쳐진다. 빨간색 껌을 불면 놀이동산으로 슉 순간 이동하고, 주황색 껌을 불면 배꼽 잡는 괴물 만화책이 손에 턱 쥐여지기도 하고……. 《예쁜 얼굴 팝니다》《게임왕》 처럼 어린이들이 매일 일상에서 피부로 겪는 문제를 판타지라는 달콤한 감미료에 버무려 온 선자은 작가가, 이번에는 소비 없이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현대 어린이의 삶을 그렸다. 《재미재미 풍선껌》은 ‘가지는 기쁨’에 중독된 어린이들에게 잠깐 멈추어 보라고, 한번 되돌아보자고 부추긴다. 질겅질겅 곱씹어도 질리지 않을 생활 밀착형 판타지 동화다. 더 많이 갖지 않아도 넉넉해질 수 있다고? -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소비 욕구를 다스리는 법’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행복의 비결은 더 많은 것을 찾는 게 아니라 더 적은 것으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더 많은 걸 갖고 싶어 한다. 《재미재미 풍선껌》 속에는 소비 욕구에 쫓기는 아이의 심리가 가슴이 뜨끔할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솔직히 전에는 그런 걸 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 그런데 은서가 가지고 있는 걸 보자 욕심이 났다. … 비참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처럼 느껴졌다.” (본문 20~21쪽) 텔레비전은 쉴 틈 없이 상품 광고를 보여 주고, 휴대폰은 다른 사람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클로즈업해서 띄워 준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도 남이 갖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사고 싶은 마음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렇게 넘치는 욕구를 달래기는 쉽지 않은 법. 학교에서도 왜 ‘우리는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게 필요해지는지’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요사이 ‘현명한 소비’를 하자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미니멀 라이프’나 소박한 소비 생활로도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소확행’ 같은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아린이 엄마는 그런 현실을 재미있게 비춘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힘겨운 절약을 실천하자고 주장하거나 과소비를 하면 벌을 받는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아니다. 대신 아린이는 풍선껌의 아기자기한 상상 놀이터를 모험한다. 풍선껌이 보여 준 환상은 사실 아린이가 가진 물건의 기억들로 이루어진 세계! 작가는 아린이가 기억의 퍼즐을 맞추어 가면서 물건의 가치는 그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상을 정말로 즐겁게 만드는 힘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진 것을 소중히 가꾸고 돌보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