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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끼에게 꼼짝 못한 호랑이
2. 왜 소를 몰 때 '이랴'라고 할까? 3. 호랑이 뱃속에서 고래 잡기 4. 내 방귀 꼬숩지요? 5. 여우 할멈 6.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린 중 |
金龍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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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밤이 깊어지고 달이 훤하게 떠올랐어. 일꾼들은 숨을 죽이고 방문 틈으로 마당을 내다보고 있었지.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거야.
아, 글쎄, 박 첨지네 며느리가 마당으로 살금살금 나오더니만 낟알 가마니를 작은 호박 덩어리 들 듯이 번쩍번쩍 들어 창고로 옮기는 거야. 마당 가득 쌓여 있던 나락 가마니들이 순식간에 창고에 차곡차곡 쌓였지. 일꾼들은 그만 입을 딱 벌렸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말이지, 박 첨지는 한 달 전에 마음씨 착한 새며느리를 보았어. 이 며느리가 힘이 장사인데 한 번씩 힘을 쓰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었던 거야. 게다가 며느리는 마음씨가 고왔거든. 며느리는 힘도 쓸 겸, 고단한 일꾼들도 도울 겸 해서 사람들이 다 자는 밤 아무도 몰래 낟알 가마니를 창고로 옮겨 놓은 거야. ---pp.2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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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배가 어찌나 두꺼운지 세사람은 번갈아 가며 칼질을 했어.
'나는 이제 더는 못 해. 이제는 정말 꼼짝 못 하겠어. 차라리 고래뱃속에서 살래.' 내기 대장이 제일 먼저 두 손 들었지. '나도 더는 못 하겠어.' 기름장수도 털썩 주저않아 버렸어. '나는 꼭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거야.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어.' 소금장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있는 힘을 다해 칼질을 계속했어. '어, 햇빛이 보인다! 이리좀 와 봐! 이 틈으로 환한 빛이 보여.' '저, 정말이네. 와! 살았다. 살았어.' --- p.5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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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은 바쁘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소가 꿈쩍도 하지 않으니 정말이지 걱정이었어. 마음이 급해진 며느리는 소를 쓰다듬으며 달래도 보고,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앞에서 고삐를 잡아끌어도 보고, '이놈의 소! 이놈의 소!'하며 때려도 보았어. 하지만 한번 멈춘 소는 도대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거야. 한참을 그렇게 소와 씨름하던 며느리는 너무 화가 났어. 씩씩대던 며느리는 소를 번쩍 들어 머리에 이어 버렸어.
'에이, 이 썩을 놈의 소! 왜 이리 속을 썩이는 거야!' 며느리 머리 위로 번쩍 들린 소는 자기를 내던지는 줄 알았나 봐. 네 발을 공중에 대고 마구 버둥거렸어. '음머, 음머, 음머! 소 살려! 소 살려! 소는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울며불며 몸부림쳤지. 하지만 며느리는 소를 머리에 인 채, 그 높은 산을 다 올라갔어. 그러고는 내리막길에 와서야 소를 땅에 내려놓았지. 며느리의 머리에서 내려온 소는 '휴우, 살았다!' 하고는 한참을 잘 걸었어. 땅을 딛고 걷는 것이 좋았던 게지. --- p.34-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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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용택이 섬진강변에서 캐어 올린 따끈한 옛이야기 여섯 점
전래되어 온 옛이야기들은 수백년 동안 계승되어 오는 과정에서 아동문학으로서의 재미와 교훈을 충분하게 검증받아 왔다. 그러니 어린이들이 옛이야기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어린이들은 옛이야기를 옛이야기답게 들을 기회를 잃어 가는 것 같다. 부모의 입장에서야 옛이야기를 해주기보다는 동네 비디오 가게에 가서 비디오 한 편 빌려다 주는 것이 더 쉬운 일이기는 하다. 아이들도 머릿속으로 장면을 상상하며 들어야하는 옛이야기보다는 화려하고 현란한 색채의 동영상과 "콰광 쾅"하는 입체 음향을 보고 듣는 편이 훨씬 신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옛이야기를 해주는 어른들을 주위에서 찾아보기도 어렵고, 어린이들은 옛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자란다. 이 책은 구비 전승된 옛이야기의 스토리만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입말로 전해온 옛이야기가 갖는 말의 재미와 넉넉한 멋, 훈훈한 정서까지 책 속에 담고자 하였다. 생경하게 교훈이 강조되는 이야기들보다는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선정하였다. 어린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겨레의 옛이야기를 한껏 즐기고, 또 사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좋은 옛이야기 책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러스트레이션 등의 시각적인 요소들이 적극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못하였다. 옛이야기를 한참 좋아할 저학년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학년 어린이들이 즐겨 읽을 수 있도록 옛이야기의 재미를 잘 살려내면서도 그림의 재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과 편집 디자인을 의도하였다. 향수와 그리움의 시인이자, 시골 오지 분교의 촌닭 선생님인 필자는 옛이야기를 가장 옛이야기답게 펼쳐준다. 옜이야기를 들려주다가도 어린이들이 모를 말들이 나오면, 하나하나 풀어 설명하며 빙 돌아간다. 그러다가는 '어디까지 했더라' 하면서 다시 이야기의 줄기를 잡는다. 이야기 틈틈이 어린이들에게 '그렇지?' 하며 동의를 구하기도 하고, 이야기의 맺음에서는 한 마디씩 물음을 던지기도 하는 품새가 영락없이 외할머니께 듣던 옛날 이야기 그대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