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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김은이는 엄마랑 동생 정이와 함께 살아요. 은이랑 정이는 감나무 밑에서 "감" 놀이 하는 걸 좋아해요. 감꽃을 귀에 대고 가만히 있다가 웃으면서 빙그르르 돌지요. 정이는 아무 소리도 안 나는 감꽃을 종처럼 귀에 대고 춤을 추지요. 은이랑 정이 엄마는 ‘동네 미용실’ 원장님이에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곳에서 일하지요. 그래서 정이를 돌보는 건 언니인 은이 차지예요. 엄마는 은이랑 정이 머리를 한 달에 한 번씩 잘라 줘요. 은이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 정이는 신이 나서 거울 앞에 서서 춤을 춰요. 그러면 미용실 안은 온통 춤추는 정이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은이 기분도 최고지요. 은이 다음에 정이가 머리를 자를 차례예요. 정이는 늘 머리를 움직여 자르고 나서 보면 찌그러진 바가지 같아요. 엄마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요. 하지만 엄마도 은이도 정이에게 화를 내지 않아요. 늘 봐주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깬 은이는 엄마랑 외할머니의 전화 통화를 듣게 돼요. 엄마는 정이를 교육시키려고 다른 곳으로 보내려나 봐요. 은이는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않아요. 옆에서 웃으면서 자고 있을 정이를 생각해서요. 정이는 언제나 웃기만 해요. 엄마한테 혼날 때도, 언니 은이가 짜증을 내도, 누가 말을 시켜도, 잠잘 때도 웃지요. 뱃속에 커다란 풍선이 들어 있나 봐요. 너무 많이 웃어서 정이는 여섯 살인데도 말을 못 하나 봐요. 엄마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말을 못 할까 봐 걱정이에요. 숫자도 셀 줄 모르지요. 하지만 정이도 한 가지 정말 잘하는 게 있어요. 춤은 최고예요. 감꽃을 귀에 대고 춤을 출 때면 나비 같지요. 언니 은이는 정이가 너무 따라다녀서 귀찮기도 해요. 한 번은 학교까지 따라온 적도 있어요. 반 아이들이 "어버버 어버버" 하면서 놀리는데도 정이는 헤헤헤 웃기만 했지요. 때마침 선생님이 와서 "사람을 놀리면 안 된다"고 야단을 치지 않았으면 은이는 다시 집에 가 버렸을지도 몰라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쉬는 날, 머리에 하얀 천을 쓴 수녀님이 집에 왔어요. 엄마는 수녀님이랑 한참 얘기를 나누더니 은이랑 정이를 불러 인사를 시켰어요. 그러더니 다음날 엄마는 예쁜 옷을 사 와서는 은이에게 정이가 큰 성당으로 갈 거라고 얘기하네요. 은이는 정이랑 잘 놀아 주고 가끔 학교에도 데려가고 공부도 가르쳐 줄 테니 보내지 말라고 엄마에게 조르지요. 하지만 엄마는 슬프지만 정이를 위해서는 그곳에 보내는 것이 더 낫다고 은이를 설득해요. 은이는 숨을 참으려 애썼지만 눈물이 땀처럼 그냥 흘러 나왔어요. 학교에 가서도 신이 나지 않고, 백 점을 받아도 집에 달려오지 않았어요. 구구단 외우기 숙제를 할 때도 잘 되지 않았고요. 내일이면 정이는 수녀님을 따라가야 해서 은이네 가족은 외식을 했어요. 엄마는 맛난 걸 먹으라고 했지만 은이는 떡국을 먹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날마다 두 그릇씩 먹고 빨리 크고 싶었지요. 비가 오려는지 바람이 불어 감꽃이 많이 떨어졌어요. 은이는 감꽃을 주워 정이에게 줄 목걸이를 만들었어요. 그러고서 은이는 아침에 엄마가 부탁한 대로 정이를 데리고 미용실에 갔어요. 엄마는 은이와 정이의 머리를 예쁘게 잘라 줬어요. 이번에는 정이 머리도 아주 예쁘네요. 엄마도 혼자서 머리를 잘랐어요. 그러고서 엄마는 미용실 문을 닫고 은이와 정이를 데리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도 찍었어요. 수업이 끝나고 은이는 고무줄놀이를 하자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집으로 곧장 달려갔어요. 정이를 큰 소리로 불렀지요. 그런데 정이 대신 엄마가 나와서 정이가 수녀님이랑 갔다네요. 은이랑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 못 한 채 서 있었어요. 그러다 둘이서 세수를 했어요. 그랬더니 좀 시원해진 것 같았어요. 은이는 가족사진을 가슴에 안은 엄마를 따라 미용실에 갔어요. 거울 옆 액자를 떼고 가족사진을 걸었지요. 다음날 은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미용실에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미용실 이름이 "은정 미용실"로 바뀌었기 때문이지요. 은이랑 정이 이름을 따서 붙인 거죠. 이제 정이도 은이랑 엄마 미용실에 있는 셈이죠. 은이는 미용실로 들어가지 않고 집에 있는 감나무 밑으로 갔어요. 떨어진 감꽃을 하나 주워 귀에 대봤지요. 감꽃에서 정이 웃음소리가 들리는 같았어요. 은이는 감꽃을 귀에 대고 정이처럼 춤을 추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