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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남원골에 돈 꽤나 가진 부자가 있었어요. 죽기 전에 벼슬을 한번 해 보고 싶은 부자는 천석지기 땅을 팔아 벼슬을 사고판다는 한양의 김 정승을 찾아갔어요. 부자는 묵직한 돈다발을 김 정승 앞에 내놓고 작은 고을을 다스리고 싶다고 했지요. 그러고는 벼슬을 기다리며 김 정승의 사랑방에서 먹고 놀고 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돈을 많이 갖다 바친 사람은 금방 벼슬을 받아 나가는데, 적게 갖다 바친 사람은 세월아 네월아 무작정 기다리는 거예요. 부자는 장기를 두며 일 년을 기다렸지만 김 정승은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었어요. 기다리다 못한 부자는 김 정승을 찾아갔어요.
김 정승은 부자에게 딱 맞는 자리가 나오기가 무섭게 다른 대감이 낚아채 간다며 은근하게 돈을 더 요구하는 거였어요. 부자는 벼슬을 하고 싶은 욕심에 김 정승에게 계속 돈을 갖다 바쳤어요. 결국 부자는 김 정승에게 몽땅 돈을 다 갖다 바쳤지만 벼슬도 못 얻고 쫒겨나고 말았어요. 괘씸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권세 높은 양반이 가라고 하면 가고, 쫒아내면 쫒겨날 수밖에 없었지요. 부자는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빈털터리가 된 부자는 거지꼴을 하고 털레털레 길을 나섰지요. 그러다 원두막에서 허연 수염을 쓸어내리며 참외를 먹고 있는 노인을 만났어요. 부자는 너무 배가 고파서 노인에게 꼬부라진 참외라도 좋으니 한 개만 달라고 애원했어요. 노인은 장기 내기를 해서 부자가 이기면 참외를 먹고 노인이 이기면 장기 망태기를 써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어요. 부자는 김 정승 집에서 4년 동안 장기만 두고 놀았으니 눈 감고도 이길 수 있다 생각하고 내기 장기를 두기로 했어요. 그런데 노인의 장기 두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어요. 결국은 부자가 지고 말았어요. 약속대로 부자는 장기 망태기를 뒤집어썼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부자가 장기 망태기를 쓰는 순간 황소가 되어버린 거예요. 부자는 노인에게 사람으로 돌려달라고 애걸복걸 빌었지만 음매음매 소리뿐이었어요. 소가 된 부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람으로 다시 되돌아왔을까요? 이제부터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와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