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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입맞춤을
태풍 속에서도 깔깔 웃는 '태평양의 웃음'의 미학 (작가와의 대화) 민속지적 가치가 돋보이는 인류학적 소설 (서평)_전경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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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레이는 다른 도토레들도 찾아다녀 보았지만 보람이 없었다. 오일레이의 똥구멍이 가장 고치기 어렵다는 소문이 티포타의 의료계에 쫙 퍼졌다. 기적 치료 도토레들은 전통의 지혜를 끊임없이 거부하는 구멍을 자기들이 지닌 기술과 권능을 시험할 도전 대상으로 여겼다. 도토레들은 차례차례 오일레이의 구멍과 씨름했다. --- p.93
“자신의 항문과 인류 동포의 항문에 사랑과 존경심을 가득 담아 입을 맞출 수 있을 때만 그대는 모든 외설과 편견에서 그대 자신을 정화하고, 가장 두려운 공포심을 극복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위대한 현자는 옷을 벗고 누워서 몸을 쭉 뻗은 뒤 아까처럼 몸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올렸다. 그리고 다리를 활짝 벌려 엉덩이를 양손으로 벌리고 코를 그 안에 파묻었다. 그는 지극히 품위 있고 우아한 동작으로 몇 번 그렇게 되풀이하다가 다시 도우티를 두르고 연꽃자세로 되돌아왔다. --- pp.193~197 “걸쭉하게 한판 하자니까!” “친애하는 리타.” 오일레이는 거리를 두고 말했다. “이제 그런 말은 쓰지 마세. 그러면 정신에 뿌연 안개가 끼고 영혼이 더러워진다네. 그대는 이렇게 말해야 했어. ‘우리의 신체 기관을 서서히 넣어 신성한 사랑의 관계를 맺읍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그 행위를 가장 정결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라네.” “신체 기관을…… 신성한…… 사랑의…… 관계를…… 어휴, 지랄! 개똥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 p.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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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날것’ 그대로의 풍자와 해학이 깃든 인류학적 소설!
『엉덩이의 입맞춤을』을 쓴 에펠리 하우오파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이자 학자이다. 통가인 선교사 부모 슬하에 파푸아뉴기니에서 태어나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교육을 받고, 피지의 사우스 퍼시픽 대학교에서 사회경제대학장으로 일했다. 인류학을 전공하고 통가와 피지의 농촌마을에서 지내며 민속지학자로서의 지식과 경험을 키웠다. 이 연구 기간은 남태평양 주민으로서 지적, 정서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엉덩이에 입맞춤을』은 이러한 작가의 내력, 인류학적 깊이와 폭넓은 사유가 담긴 특별한 소설이다. “널리 개방된 우리(태평양) 경제에서 개인 기업의 탐욕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정치계와 정부는 부패하고 점점 권위만 내세우고 있지요. 종교는 영성이 부족합니다. 서구화되고, 도시화된 엘리트 집단이 선전해대는 ‘태평양 고유의 길’과 같은 부류의 신전통주의는 지독히 편협하며 인종차별적입니다.”_「작가와의 대화」에서 애정이 깃든 고향의 현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다분히 비판적이다. 태평양이 안고 있는 복잡성-전통과 현대, 독립과 종속, 제국주의와 착취-에 관한 작가의 인식은 이 소설 속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 엉덩이의 극심한 고통을 느낀 주인공 ‘오일레이’가 병을 치유하는 과정 속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과의 관계와 사회상이 이를 암시한다. 작가는 묵직한 주제를 “고통의 와중에서 즐거움의 순간을 낚아채며 웃어대는” 태평양적인 풍자와 해학이 담긴 블랙코미디 속에 담았다. 웃음과 해학의 강도가 기존의 풍자소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작가는 ‘무난한 유머’를 지양하는 대신, 몇몇 독자에게 불경스럽고 외설스러워 보일지라도 싱싱하고 토속적인 ‘날것’ 그대로의 웃음을 선사한다. 태평양 섬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생활방식과 이야기방식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엉덩이에 입맞춤을』을 쓰면서 저는 태평양 문화, 또는 유사한 다른 문화들의 특정한 면을 반영하기 위해 음담패설에 일부러 호소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 행동은 대개 문화적으로 결정되므로, 이 소설이 저 자신의 복잡한 배경을 반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_「작가와의 대화」에서 하우오파는 ‘금기의 한가운데’서 태평양 고유의 춤, 이른바 방탕한 춤을 춘다. 태평양과 그곳의 언어, 서구식 인류학 연구, 국내 및 국제 문제에 대한 참여, 불합리에 대한 작가의 예리한 감각은 소설 속에 어우러진다. 독자는 부조리가 가득 넘치는 남태평양의 유쾌한 세계로 인도된다. 그곳은 바로 지식인이자 인류학자, 또한 익살꾼이자 코믹작가인 하우오파의 상상이 펼쳐진 요절복통할 인류학적 소설 속이다. 그의 엉덩이가 아플수록 인류의 문화는 더욱 풍성해진다 젊은 시절, 주먹 하나로 전 세계를 평정한 헤비급 챔피언 오일레이 봄베키. 이제는 나이를 먹고 고향 태평양의 섬나라에서 안락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남태평양의 영웅’이란 대접을 받으며 강력한 여당의 예비 상원의원으로 명예와 지위까지 보장받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엉덩이 깊숙한 곳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시작되면서 평화로운 삶도 절단 난다. “일주일에 두 개가량 굵직한 스캔들을 뽑아내기로 정평이 난 동네”에 사는 그의 증상은 순식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라 안 곳곳에 퍼진다. 오일레이는 병원을 찾아가지만 마땅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국가 발전정책의 붕괴에 연이은 물가폭등으로 의사는 서민들에게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렸을 뿐더러 병원에서는 필수 의약품도 찾아볼 수 없다. 때마침 ‘현대 의학과 전통 의학 간의 이해 증진과 협력에 관한 제1차 국제회의’가 열려 주술사나 민간 치료사들은 ‘닥터(doctor)’에 필적하는 ‘도토레(dottore)’라는 지위를 인정받는다. 고통스러워하는 영웅을 구해내고 명성을 얻으려는 신출내기 도토레들은 원대한 꿈을 품고 오일레이의 엉덩이로 달려든다.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오일레이 또한 그들을 찾아가 기꺼이 엉덩이를 내민다. 바다 신의 힘을 비는 전문 신앙치료사, 소라 껍데기의 부름을 받은 신진 도토레, 거북 신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가짜 도토레. 하지만 대부분은 그간 유지하고 있던 이름조차 잃고 ‘폐업’이란 직격탄을 맞는다. 오직 ‘믿음’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목사, 인삼을 독점 중개하는 한방 상인에 이어 오일레이는 막역한 친구의 소개로 요가 수행자를 만난다. 흰 머리에 흰 수염을 두른 이상한 풍모를 풍기는 그는 오일레이에게 기절초풍할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사랑과 존경을 담아 항문에 입을 맞추라는 것. 요가 수행자의 진단에 따라 오일레이는 자기의 항문에 입을 맞추기 위한 요가 훈련에 돌입한다. 그뿐 아니라 정신을 깨끗이 한다며 평소에 걸쭉한 욕을 입에 달고 살았던 말투도 정갈하게 고쳤다. 권투선수 은퇴 후 전혀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남편의 기묘한 체조 자세, 입만 열었다 하면 상소리만 내뱉었던 사람의 낯선 어투에서 아내는 충격을 받는다. 급기야 그녀는 자기가 이상한 것인지, 남편이 이상한 것인지 알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를 찾는다. 이야기를 들은 의사는 오일레이의 심각한 정신적인 내상을 의심하며 서둘러 치료받을 것을 권고한다. 끝까지 요가 치유법을 고집하는 오일레이. 그의 아내는 고집이 쇠심줄 같은 남편을 어떻게 해서든 의사에게 데려가기 위해 기회만 엿보고 있는데……. 남태평양의 신 ‘탄가로아’부터 ‘프로이트’까지 정치 · 사회 · 종교를 총 망라한 인류의 온갖 이론이 오일레이의 엉덩이 위에서 꽃을 피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