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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ugi wa Thio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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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여, 심은 씨는 죽지 않고서는 살아날 수 없느니라. 네가 심는 것은 장차 이루어질 그 몸이 아니라 밀이든 다른 곡식이든 다만 그 씨앗을 심는 일일 뿐이라.
-고린도전서 15장 36절 와이야키와 전사들이 무기를 들었다. 쇠뱀이 오지를 철저하게 착취하기 위해 나이로비를 향해 빠른 속도로 구불구불 움직였다. 뱀은 자기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코웃음을 치며 땅에 착 달라붙었다. 백인은 불과 연기를 토해내는 대나무 막대로 응수했다. 와이야키가 체포되어 손발이 묶인 채 끌려간 후에도 백인의 위협적인 웃음소리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았다. 와이야키는 키부웨치에서 산 채로 묻혔다고 했다. 바다와 땅에 그림자를 드리울 정도로 막강한 기독교 여인에게 덤벼들려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였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지만, 돌이켜보건대 와이야키의 피는 토양과의 결합에서 주된 힘을 얻는 조직을 태어나게 만든 한 알의 씨를 그 안에 담고 있었다. ---p.27 ‘당신은 당신 어머니의 치마를 입고 앞치마나 두르는 게 어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싸우러 갔는데, 당신은 백인의 발을 핥으려고 뒤에 남았어.’ 저는 이렇게 분명히 말했어요. 그 사람이 저를 때릴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제 말이 그를 괴롭혔나 봐요. 입술을 움직여 뭔가를 말하려고 했어요. 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또렷한 목소리로 천천히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은 이해 못해. 당신은 우리 모두가 숲이나 수용소에서 죽고, 백인들만 이 땅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거야? 백인은 강해. 결코 그걸 잊지 마. 나는 그 힘을 맛봤기 때문에 그걸 알아. 조모 케냐타가 로드와르에서 풀려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 영국은 일본과 말레이 반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숲에 폭탄을 퍼부을 거야. 그리고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뭄비, 그들은 돌아오지 않아. 용감한 사람이 전쟁터에서 죽을 때 비겁한 사람은 살아서 어머니를 모시는 거지. 재난을 피하는 것은 비겁한 게 아냐. ---pp.259,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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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작가,
응구기의 최고작품이자 20세기 영어권의 대표작품 응구기 와 시옹오는 윌레 소잉카, 치누아 아체베, 나딘 고디머, 존 쿳시 등과 더불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그는 고국 케냐의 부조리한 현대사와 그 속에서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민중의 삶을 천착하고 있다. 응구기는 밀도 높은 서사구조와 빼어난 문학적 성취도를 인정받아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며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한 톨의 밀알 A Grain of Wheat』은 응구기가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작품이자 그의 작품세계에 전환기를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초창기 그는 멜로드라마적인 서술구조 속에서 식민지 국민으로 강등되어 압박받는 민족의 울분과 애환, 정신적인 공황상태를 서정적으로 그려냈지만, 점차 리얼리즘을 토대로 현실의 모순과 개개인들의 욕망, 갈등을 그리며 정치적인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톨의 밀알』은 바로 작가가 현실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이념적인 변화를 보인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은 형식, 내용, 문체 등 모든 면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나아가 20세기 영어권 소설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뇌하는 인간과 민중에 대한 한없는 이해와 애정, 숲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케냐인들의 정서가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지고 있다.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케냐의 독립투쟁,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사건들, 또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의 심리를 감각적인 문체와 세밀한 묘사로 그려내고 있다. 케냐인들의 축제, 독립기념일에 밝혀지는 진실 어느 날 밤 무고는 케냐의 독립을 위해 백인 정권에 대항해 투쟁하던 키히카가 집 안으로 뛰어들자 어쩔 줄 몰라 한다. 키히카는 자신을 숨겨준 무고에게 함께 행동할 것을 권유하며 만날 약속을 하고 무고의 집에서 나간다. 하지만 무고는 키히카의 목에 엄청난 현상금이 걸린 것을 알고 고민에 빠진다. 얼마 후 무고는 수용소에 갇히고, 키히카는 룽가이 시장에서 공개 교수형에 처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키히카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는 한편, 무고가 마지막까지 키히카를 숨겨준 영웅이라 믿는다. 숲의 전사들(조직)은 독립기념일을 맞아 키히카의 희생정신과 순국을 기억하기 위해 무고에게 독립기념연설을 부탁한다. 마을 사람들과 조직의 간곡한 부탁에 무고는 마음이 흔들렸지만, 끝내 거절하고 만다. 한편, 조직은 키히카를 죽게 한 배반자로 카란자를 지목해 처벌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마침내 독립기념일이 되자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무고의 연설을 듣기 위해 기다리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조직이 카란자를 배반자로 지목하려는 순간 무고가 단상으로 걸어 나와 진실을 고백하는데……. 『한 톨의 밀알』로 되새기는 우리의 과거 '한 톨의 밀알' 속 인물들은 단순히 피식민지민의 비극과 서러움만을 나타내기 위해 존재하는 소재가 아니다.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살아 움직인다. 비극적 상황에서도 인물들 저마다의 살아가는 방식이, 응구기의 손끝에서 생생하게 펼쳐져 나온다. 독립 쟁취를 위한 거친 삶 속에서도 사랑과 애증, 우정과 배신 사이를 오가는 한 인간의 심리가 바늘처럼 예리하게 묘사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모여 함께 어울리는 장면은 배경이나 인물이 케냐, 흑인이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인간이란, 그리고 삶이란 얼마나 보편적일 수 있는가를 우리는 이 소설을 보며 확인할 수 있다. '한 톨의 밀알'에서 우리의 모습이 뚜렷이 투영되어 있는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