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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에 빠지다
고집불통 노인 수다쟁이 여자들 연인, 자동차, 그리고 신문 읽는 사람 관광객들 좀도둑들 떠돌이 개 밤에 산책하는 부부 두 명의 경찰 친구가 된 개 새로운 친구들 시각 장애인과 자동차 대담한 기자 두 명의 경찰관이 돌아오다 신부님 군인 집 없는 사람 다시 밤이 되다 꿈 시장의 방문 구멍의 무게 세상아, 안녕! 작품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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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길을 가다 구멍에 빠져 버린 아이, 도대체 무슨 일일까?
황당하고 독특한 이야기 속에 담긴 삶의 철학과 날카로운 풍자! 한 아이가 힘없이 한적한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 멀쩡히 길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쑥! 하고 구멍에 빠져 버렸다. 너무 당황해하며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구멍이 좀 이상하다. 점점 몸을 조여 오더니 꽉 끼어 나올 수가 없다! 아이는 이제 어떻게 될까? 구멍에 빠진 아이는 열 살짜리 평범한 꼬마, 마르크.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엄마 아빠가 별거 중이라는 점이다. 그날도 주말을 맞아 아빠 집으로 가는 길에 구멍에 빠진 것이다. 너무나 당황스러워 화도 내보고 힘도 써보지만 구멍은 더 단단히 몸을 조일 뿐이다. 결국 마르크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데 어째 사람들도 이상하다. 경찰, 아이 엄마, 신부님, 군인, 기자까지……. 모두 마르크의 얘기는 들어줄 생각도 안 하고 잔뜩 자기 얘기만 늘어놓고 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도 외롭게 홀로 남은 마르크 앞에 말을 하는 떠돌이 개 라피도가 나타난다. 개가 말을 하는 상황이라니, 어쩔 수 없이 마르크는 라피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라피도는 마르크 이야기를 믿어 주며, 자신도 길에서 살면서 얻은 세상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의외로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라피도. 사려 깊고 다정한 라피도와 궁지에 몰린 마르크는 친구가 된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단 말이야. 서로가 상대방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다고. 그게 인간들의 문제야. 인간들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어. 길거리의 내 친구들, 특히 버려진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본문 중에서 밤이 저물어 갈 무렵, 지친 마르크 앞에 또 한 명의 친구가 나타난다. 집 없는 사람, 거지 아저씨다. 자신도 구멍에 빠진 적이 있다고 말하는 거지 아저씨! 마르크는 너무 기뻐 자신을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하지만 거지 아저씨는 난처해하며 이렇게 말한다. “구멍은 네가 지고 온 거야. 네 영혼에 붙어서. 생각을 해, 얘야. 생각을.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도움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을 이기는 거야.” - 본문 중에서 거지 아저씨 말에 머리만 더 복잡해진 마르크. 점점 목마름과 배고픔에 지쳐 가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지는데……. 과연 마르크는 구멍을 이기고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이없는 설정을 능청스럽게 풀어내면서 차디찬 세상을 이야기한다. 유일하게 마르크의 상황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떠돌이 개 라피도와 거지 아저씨는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건조하고 삭막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꼬집는다. 마르크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도 실소를 자아낼 만큼 황당하다. 그 속에는 개인주의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의 처지를 살펴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이기심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가의 눈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차가운 세상 안에 숨겨진 보물 같은 따뜻함 또한 작가는 놓치지 않았다. 북돋워 주고 따뜻하게 감싸 주는 두 친구, 마르크는 이런 친구들의 위로와 격려에 힘입어 어려운 처지를 딛고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마음속 구멍을 돌아보면서 비로소 한 뼘 더 성장하게 된 마르크. 마르크의 힘찬 발걸음은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먹먹한 고민을 지니고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