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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연구실 런던 파리 마드리드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동두천 피날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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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영문과 교수가 쓴 한국 최초의 서간체 소설
문서위조! 알 만한 사람이, 배울 만큼 배운 자가, 게다가 학생을 가르치며 먹고 사는 자가, 그것도 명문 사립대 교수가, 뭐 하는 짓거리야,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 이게 누구 얘기야? 당신 얘기? 아니면 주위 사람?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이거? - 머리말 중 이 장편소설은 현직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가 야수성이 설쳐대는 이 시대에 마냥 침묵할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으로 썼다. 이 소설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우리가 매일 쓰는 이메일을 형식을 빌려 쓴 서간체 형식이어서 읽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철인, 우정, 상희의 얼굴 위로 스쳐 지나간다. 아니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작가가 서양 미술사에 대해서도 논문을 쓸 수 있을 만큼 박학한 지식을 가지고 써서 이 소설은 일종의 미술사 연구서이기도 하다. 하여간, 동서고금을 탁탁 털어도, 이렇게 섹시한 눈빛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거야. 대개 누드화들이란 게, 화가의 눈앞에, 그러니까 관람자의 시선에 벗은 몸을 다 내주긴 해도, 시선은 돌려서 다른 데를 쳐다보는 게 이 판의 불문율인데, 유독 이 여자만은 그윽하면서도 도발적으로, 뭔가 말할 듯, 뭔가 비밀을 아는 듯, 관람자와 시선을 맞추고 있거든. 마치 상대방의 영혼을 빤히 꿰뚫어보는 듯.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비밀은 철저히 가리고 있는 듯. - 〈우르비노의 비너스〉본문 중 티치아노가〈우르비노의 비너스〉를 그렸던 16세기 르네상스와 50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닮아 있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에로티즘이 새롭게 등장하던 시기에 조건 없는 욕망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욕망도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을 연구하느라고 유럽을 돌아다니는 철인을 인터넷 사업으로 돈도 벌고 권력도 탐하는 우정과 대립시키면서 이 시대에서 누가 웃음거리가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그 웃음은 씁쓸하다. 철인과 우정은 우리 안의 이중성을 까발리는 듯해 어느 쪽이든 불편하다. 작가는 우리 시대 모든 이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 아니 동병상련이 이 책을 쓴 힘이라고 머리말에서 말한다. 야수성이 설쳐대는 이 시대에, 마냥 침묵할 수만은 없었다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감추어진 욕망이 은밀한 이메일을 통해 적나라하게 ‘나’는 대학교수로서,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대학동기이자 강사인 이철인 박사의 소식을 한 학생을 통해 접하게 된다. 계기는 학생이 유학추천서를 부탁하며 가져온 자료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이 자료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다름 아닌 이철인 박사와 그 아내 나상희, 그리고 친구인 김우정이 약 10개월간 주고받은 이메일이었던 것이다. 그 이메일들에는 이철인 박사와 나상희의 교수임용 문제와 돈 문제를 둘러싼 갈등, 그리고 김우정과 나상희의 불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메일도 섞여 있는데, 이들 또한 세 사람과 알게 모르게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로서, 이들로 인해 세 사람의 관계는 더욱 미궁으로 빠져든다. 과연 그 학생은 어떻게 이 이메일들을 입수한 것인가? 그 학생은 이들과 어떤 관계에 있단 말인가? 소설 중간중간 암시되던, 인물들을 둘러싼 숨겨진 사실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씩 베일을 벗게 되고, 그와 함께 세 사람의 관계 또한 파국을 향해 간다. 비너스를 두고 벌어지는 티치아노와 아레티노의 삼각관계! 16세기 베네치아를 대표하던 화가 티치아노와 그의 친구인 아레티노는 비너스 그림 중 가장 세속적이라는 ‘우르비노의 비너스’의 실제 모델을 두고 미묘한 관계를 형성했다고 한다. 왠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우르비노의 비너스’ 눈을 보면 자극적이지만 슬프다. 이 세 사람의 관계처럼. 서양미술사를 전공하고 좀처럼 시간강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유럽으로 연구하러 간 철인, 대학시절 어둡고 불만 가득했지만 지금은 성공한 사업가이자 정치도 욕심내는 우정, 자존심 강하고 계산적인 경제학자 상희. 그들이 주고받은 메일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욕망을 감추지 않고 적나라하게 쓴 글들이 서로를 할퀴고 있었다. 그 세 사람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관계 맺음으로 그들은 얽히고설켜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