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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선옥 ㅣ 생의 한데에서 불안에 떨며
2. 정성일 ㅣ 영화,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입니까? 3. 박래군 ㅣ 인권운동, 나의 영원한 숙제 4. 이진숙 ㅣ 땅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 5. 이현우 ㅣ 게으른 저공비행 6. 서민 ㅣ 기생충들아 고마워 7. 남경태 ㅣ 편집-번역-집필의 트리클다운 8. 김창남 ㅣ 어느 얼치기 쾌락주의자의 대중문화 편력기 9. 안건모 ㅣ 내가 버스기사 직업을 버린 까닭 10. 강홍구 ㅣ 캔버스 / 카메라 / 도망자 11. 이영미 ㅣ 대중의 문화, 나와 당신의 취향 12. 이희수 ㅣ 공존과 상생의 종교 이슬람과 함께 13. 염형국 ㅣ 단 한 번뿐인 삶이므로 14. 박승숙 ㅣ 우울증의 나날들, 그 길에서 만난 미술치료 15. 양희규 ㅣ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16. 김신명숙 ㅣ 페미니즘, 내가 사랑하는 방식 17. 전진삼 ㅣ 나는 어떻게 건축을 배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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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아이를 ‘나 혼자’ 낳고 아무도 찾아주는 사람 없는 산동네 문간방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사람이 혼자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이 외롭거나 가난하거나 억울하거나 슬프거나 답답하거나 할 때 무엇이 그런 ‘슬픔’들을 덜 억울하게 할 수 있을까. ‘글’은 그런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 공선옥, 〈생의 한데에서 불안에 떨며〉 중에서
그때 내가 읽은 대부분의 책은 할리우드영화의 문법을 소개했고, 예술을 논할 때 유럽영화의 감독들을 예로 들었다. 나는 이 책들을 그냥 외웠다. 그것이 내가 배운 방식이다. 이해를 통해서 배움을 청한다는 고상한 방법도 있지만 그러나 일정한 수준까지는 결국 암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시를 느끼기 위해서 그냥 입에 붙을 만큼 외우는 것은 한 가지 방법이다. 그래서 대화를 하다 무심코 내 마음대로 인용할 만큼이 될 때 문득 그 시가 이해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 정성일, 〈영화,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입니까?〉 중에서 화상당한 열사들의 시신, 그 장렬한 죽음의 마지막 순간, 의문사한 이들의 사진으로 남은 주검의 끔찍함들 그리고 비통한 장례식과 장례투쟁……. 그때 생각했던 것이 죽은 자와의 약속이었다. 산 자들과는 이런저런 인연으로 살아가면서 약속을 바꿀 수도 있지만, 죽은 자와의 약속은 그럴 수가 없다. 다만 지켜야 할 뿐이다. 그 죽음 앞에서 맹세했던 일들, 그 순간의 뜨거운 눈물과 함께 다짐했던 일들, 목울대가 아프도록 울면서 마지막 이별 앞에서 했던 약속들, 그것은 지켜야 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의리다. --- 박래군, 〈인권운동, 나의 영원한 숙제〉 중에서 티그리스 강변에 있었던 호텔 창가에서 밤하늘을 불꽃으로 뒤덮은 대포들의 산화를 지켜보던 나는 신비로움과 적막감, 두려움에 뒤섞여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같은 시간에 바그다드에 살던 6백만 명의 시민들은 내가 느꼈던 공포의 몇 배를 더 느꼈을 것이다. 나는 여권 하나에 도장을 찍고 국경에서 짐 검사를 마치면 탈출할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 이라크는 고향이었고, 고국이었다. --- 이진숙, 〈땅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기생충에 걸리는 걸 홍역이나 마마 그리고 불법 비디오보다 더 끔찍하게 여긴다. 하지만 기생충은 그렇게 나쁜 애들이 아니다. 기생충은 살기 위해 숙주를 필요로 하고, 그렇기 때문에 숙주가 병들거나 죽는 걸 바라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를 감추며 주어진 생을 영위하고 자손을 낳아 대를 잇는 것, 기생충의 꿈은 그게 전부다. --- 서민, 〈기생충들아 고마워〉 중에서 이슬람 사람들은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그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않는 고통을 스스로 감내한다. 더운 날씨에 목이 타들어가도 침조차 삼키지 않는 모습이 집단광기처럼 보여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몇 해가 지나자 단식이 정화와 나눔의 의식임을 터득하게 되었다. 가진 자와 가난한 자, 강자와 약자가 모두 공동체의 울타리에서 하나로 귀결되는 성스런 과정이었다. 형이상학적인 관념이나 말과 구호가 아닌 스스로 굶어 고통을 체득함으로써 배고픈 사람들의 ‘먹고 싶다’는 소박하면서도 절절한 소망을 깨닫는 것이다. --- 이희수, 〈공존과 상생의 종교 이슬람과 함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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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정답이 있을까?
열정으로 인생의 절반을 달려온 사람들이 동병상련의 우리에게 보내는 조그만 응원의 메시지 흔히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인생에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삶은 결코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으며, 세상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니 말이다. 일상에서 만난 열일곱 가지 인생이야기 이 책은 대한민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어떤 의미로든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자전적 이야기다. 17인의 필자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생의 본보기라든가 특출한 재능, 대단한 출세요령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이른바 ‘헛된 꿈’을 포기하지 못해 자기다운 삶을 찾아온 이들의 솔직하고 담담한 고백이다. 여기에는 남모르는 성공비결도, 뻔한 젊은 날의 깨달음도 없다. 평범하지만 치열하게, ‘제자리’에 이르다 삶이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때로는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다. 인생은 정답과 그 개수, 푸는 방식까지 정해진 문제가 아니다. 우리 눈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길도 처음부터 길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힘껏 살아온 17인의 공통점은 자신과 꿈에 대해 진지하게 물으며 살아왔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것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들의 자화상이며, 우리 시대의 증언이다.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서 이 책은 기쁨도 슬픔도 아직은 시퍼런, 불황의 시대를 헤쳐나가야 할 청춘을 위한 친절한 인생 사용설명서가 아니다. 또 이미 세상에는 축복도 저주도 없음을 깨달은, 삶의 고비를 힘겹게 넘은 어른들을 위한 유쾌한 인생 위로기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살아가고 있을 동병상련의 우리들을 향한 소소한 응원이다. ‘인생의 정답’을 강요받고 있다면 여기 담긴 삶들이 특별하지 않고 유일한 정답도 아니듯, 세상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거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우리의 삶을 채점해보면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누구나 대답할 수 있고, 누구라도 틀리지 않는 인생의 해답이다. 갈팡질팡 길을 헤매고 있을 이들이나 지난 세월을 실패라고 자책하고 있을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