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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가 홍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라는 식으로 TV와 신문을 장식할 때 그보다 오래 홍대를 종횡해 온 밴드들은 조금 어이없어 했을지 모른다. 사실 기하는 정통 홍대 뮤지션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드럭(drug)' 출신이면 정통이란 말인가? 크라잉넛 형들은 본적이 홍대로 되어 있기라도 한가? 일찍 오고 늦게 온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모두가 굴러온 돌에 불과하지 않은가. 예전에 본 미드의 대사가 떠오른다. 양식장이 천연 어종을 말살시킨다고 환경 운동 단체의 변호사가 고발하자 반대편 변호사가 외친다. “양식장이 뭐 어쨌다고요. 솔직히 말해 우리 아메리카 자체가 거대한 양식 어장 아닙니까!” 홍대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이곳 전부가 한국에서는 키우기 힘든 종들을 재배하는 양식장인지도 모른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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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상상력 복원 프로젝트
-총 50명이 엮어낸 홍대의 하루에 관한 진한 기록 홍대와 홍익대와 홍대앞의 차이는 무엇일까? 답은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홍익대는 대학교를, 홍대 혹은 홍대앞은 그 일대의 문화지대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홍대와 홍대앞의 차이는? 홍대앞은 어떤 문화 지대라고 해야 할까? 『홍대의 하루』는 이 질문에 대해 좀 더 깊고 재미있는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홍대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상상마당에서 2008년과 2009년 하루씩을 정해 홍대앞의 24시간을 기록한 ‘원데이 샷’이 그 뿌리가 됐다.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맏형으로 꼽히는 성남훈을 비롯해 총 6명의 전문사진가와 36명의 상상마당 회원이 기록한 사진에, 시인 김경주, 기타리스트 성기완 등 홍대에 진을 치고 문화판을 확장해온 다양한 필진들이 글을 보탰다. 사진가들이 매해 24시간씩만 촬영했다고 해서 사진의 깊이가 없을 거라 지레짐작하면 안 된다. 인디밴드의 보컬리스트를 24시간 꼬박 좇아다닌다든지, 홍대 일대의 클럽, 밴드, 화실, 출판사 등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보이는 것 이면을 기록하고 있다. 비록 24간의 촬영이지만, 실제로는 1년 가까이 기획과 섭외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 『홍대의 하루』는 무조건 홍대가 좋다는 식의 나른한 자아도취적 책도, 급속히 상업화하고 있는 홍대를 일단 까발리고 보자는 식의 문화비평서도 아니다. 깜악귀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눈뜨고 코베인’의 기타리스트 김남훈은 『홍대의 하루』에서 ‘올 데가 이곳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에게 홍대는 획일화된 문화만을 생산하는 한국 안에서 문화적으로 숨을 쉴 수 있는 인큐베이터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덧보태 10년 동안 홍대에 뿌리를 내려왔던 성기완은 최근 홍대의 소란스러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주면 언젠가는 정제되는 자발적 문화해방구라 정의하고 있다. 『홍대의 하루』는 최근 홍대에 관한 책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전복적이면서도 성실한 기록이자 해석이다. 안 보면 후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