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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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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 때 술만 들어가면 <찔레꽃>을 부르는 작자가 있었다. 지금 그녀가 부르고 있는 찔레꽃이 아닌 백난아의 <찔레꽃>이었다. 아직도 나는 그 가사를 기억하고 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 고름 입에 물고 눈물 흘리며,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 잊을 사라아아암아.
아무튼 술만 들어갔다 하면 이 노래르 부르는 작자가 있었다. 스무 살 문턱을 겨우 넘어온 자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했던 노래를 부르곤 하는 것이었다. 그 시절 술자리에서는 화투 치는 방향으로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제 차례가 오면 그 작자는 빈 소주병을 들고 일어나 여지없이 백난아의 <찔레꽃>을 불렀다. 그러다 술에 취하면 차례가 오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다시 <찔레꽃>을 불렀다. 주위에서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옆에서 바지춤을 잡고 끌어내려도 마침내 바지춤이 흘러내리는 것도 모른 채 그 자는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처음엔 사람들이 감동하는 척했고 차츰 지겨워했고 급기야는 욕을 해대며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다고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도 술자리에서 쫓아내지는 않았다. 그게 그래도 그 시절 인심이었다.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그 자는 고장난 카세트처럼 <찔레꽃>만 되풀이하다 이윽고 술상에 코를 박고 잠이 들곤 했다. 그리고 모두들 돌아간 새벽에 빈 술병 같은 얼굴로 깨어나 자취방으로 비틀거리며 돌아갔다. 그 암울하던 시대에 그는 시인 지망생이었다. 시대와 자신이 추구하는 감성이 들어맞지 않아 늘 몸부림치며 혼자 괴로워했다. --- pp. 3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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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단다. 하지만 시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만두었다. 총칼 앞에서 시가 얼마나 무력한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 되기를 포기했다. 시는 또 밀가루처럼 사람을 먹여살리지도 못하지. 그것은 그저 어두운 처마 밑에 홀로 피어 있는 들꽃 같은 거야."
찔레꽃 냄새가 이발소 안으로 분분히 날려들어오고 있었다. 마당의 창창한 햇빛 속을 가로질러 들어오는 그 냄새는 아지랑잋럼 눈에 잡힐 듯했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이발사에게 물었다. "시인이 뭔데요?" 그가 잠깐 나를 흘겨보더니 거울 위에 붙어 있는 푸슈킨의 시를 가리켰다. "비록 이발소에 걸려 있지만 저건 아주 위대한 시란다. 아니, 그만큼 위대한 시라서 이발소에도 걸려 있는 거겠지. 시인이란 그러니까......"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음인지 나는 그의 말을 툭 가로채며 끼어들었다. "시인이란 그러니까 위대한 이발사 같은 거로군요." 그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더니 곧 단념한 투로 웃어버렸다. "여기 이렇게 숨어 책이나 뒤적이며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그래, 네 말대로 이발사가 곧 타락한 시인인지도 모르겠구나." 그해 가을 나는 부모를 따라 고향을 떠났다. 그러고 나서 몇 년인가 뒤에 우연히 이발사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내가 떠난 이듬해 봄, 뾰족 구두에 분홍색 양장을 차려입은 웬 여자가 이발소로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새벽에 둘이 함께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발사가 떠난 뒤에 기와집은 뜯겨지고 그 자리에 새마을회관이 들어섰다. 그후 나도 고향에 가본 일이 없어서 아직도 그 주위에 봄이 되면 찔레꽃이 피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 pp. 1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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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은 사단법인 ‘가산문학선양회’가 제정 시상하고 ‘효석문화제위원회’가 후원하는 문학상으로서, 우리 문학사에 길이 빛나는 소설을 창작함으로써 우리 문학사를 발전시키고 서정적인 작품으로 우리의 정서를 순화시킨 가산 이효석 선생의 업적을 기리며, 매년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젊은 작가들을 시상함으로써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책은 2000년 시작되어 이제 4회째를 맞는 이효석문학상의 첫 수상작품집이다.
수상작인 윤대녕의 〈찔레꽃 기념관〉은 지금껏 작가가 천착해 온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층 깊고 따스해진 슬픔의 문을 열어보이며 낮고 누추해진 우리의 삶을 위무한다. 자신만의 문학적 세계를 견지하면서 변화를 추구한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이효석 문학의 맥이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수상작 외에도 김영하, 김훈, 이승우, 천운영, 최시한, 한강 등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추천 우수작으로 실려 있으며, 기수상작가인 이순원, 성석제, 이혜경의 자선작을 함께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