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서문 - 김정란
봄 이야기 황매화 - 그 예쁜 발 다시 만져 보고 싶네 (고두현) 히아신스 - 엄마가 남긴 오이지 (김정란) 나팔수선화 - 맨발의 사랑 (문형모) 딸기 - 국수로 만들어진 사람 (김서령) 에델바이스 - 처음으로 매 맞은 날 (백휘정) 감꽃 - 흐르고 흘러간다 (박남준) 개나리 - 양하 장아찌 앞에서 (이지환) 물망초 - 어머니, 아무리 말해도 질리지 않는 (양귀자) 라일락 - 이상한 동거 (김은성) 당아욱 - 자장면 사건 (최춘희) 은방울꽃 - 낡은 밥보자기 한 장 (이병천) 찔레꽃 - 이 세상에서 가져가고 싶은 것 (임영봉) 황새냉이 - 엄마는 글을 모르셨다 (조정육) 자운영 - 수없는 거짓말 (정성갑) 매화 - 식탁 위의 빈대떡 (김현정) 여름 이야기 해오라기 난초 - 아직도 낙산사에 가지 못한다 (김정산) 제라늄 - 영원한 그리움 (김후란) 달맞이꽃 - 눈보라 속의 어머니 (한승원) 금잔화 - 닭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 (도종환) 생강꽃 - 닳고 낡은 동전 지갑 (윤태호) 산세베리아 - 엄마가 미안해 (양나연) 오미자 - 바늘 하나로 가는 천국 (이하영) 칼라 - 함께 김장하는 날 (조영아) 루드베키아 - 감을 익힌 편지 (문건영) 아도니스 - 어미가 되고 나서 (정두리) 아칸서스 - 우리가 살던 집 (이방헌) 초롱꽃 - 어머니의 값진 희생 (강구정) 스타티스 - 모국, 그리고 어머니 (김원해) 달리아 - 수첩이란 희망의 유산 (박찬순) 가을 이야기 과꽃 - 그날의 도시락 (정영주) 갈대 - 거짓말 십 원어치 (김홍식) 캐모마일 - 불란서 주택 (이기호) 천일홍 - 나를 길들인 음식 (이승하) 수레국화 - 엄마 냄새 (이기인) 거베라 - 거울 같은 우리 (이나미) 수세미외 - 엄니의 새 (이정록) 옥살리스 - 오늘 황홀했지 (손세실리아) 아게라툼 -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박미라) 칸나 - 엄마처럼 살래요 (이은경) 헬리오트로프 - 그리운 건 엄마뿐 (정형근) 목화 - 막내둥이만을 위한 밥상 (신미식) 겨울 이야기 겨울앵초 - 나에게 보내는 엽서 (천운영) 수선화 - 마지막 김치 (구광렬) 적색 동백 - 명약으로 변한 분가루 (전희식) 비파나무 - 나를 키운 8할 (장승수) 선인장 - 선인장 꽃 같은 인생 (박찬순) 팔레놉시스 - 아주 적당한 된장 (윤대녕) 분홍 동백 - 나를 이끈 사람 (김예진) 시네라리아 - 울 엄마 딸인데! (윤세영) 복수초 - 마지막 대화 (도종환) |
Lee Jeong lock
이정록의 다른 상품
梁貴子
양귀자의 다른 상품
LEE GI-HO
이기호의 다른 상품
김서령의 다른 상품
YOON DEA NYUNG,尹大寧
윤대녕의 다른 상품
|
어머니는 가끔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손을 잡고 그 위에 손자 손까지 포개 놓고는 흐뭇해하셨다. 그러다가 금세 뜨개질을 한다며 링거 줄을 이리 감고 저리 풀곤 하셨다. 당신의 일생을 필름처럼 되감아 보는 중이었을까. 일흔네 해의 생애가 한 편의 가족 비디오로 재생되는 동안, 병실에서는 몇 번의 웃음꽃이 피고 눈물바다가 이어지고 또 소꿉놀이가 계속됐다.
오후 들어 햇살이 따뜻해지자 어머니는 낮잠에 드셨다. 담요 위에 두 다리를 가지런하게 펴고 잠든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 정신 맑은 시절에는 한 번도 제대로 뻗어 보지 못한 두 다리.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어머니는 행여 ‘애비 없는 자식’ 소리 듣지 말라고 각별히 당부하셨다. 그러고는 발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길을 묵묵히 걸어오셨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객지 공부를 시키면서 어머니의 발톱은 얼마나 많이 닳았을까. 삶의 끝자락에 누우신 뒤 처음으로 편한 잠 주무시는 어머니를 내려다보며 나는 병실 창가에 오래 서 있었다. 무연히 콧등이 시큰해져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다보니 아, 무슨 꿈을 꾸시는지 어머니가 가만가만 웃으셨다. 나도 따라 웃다가 이불 밖으로 빠져 나온 발을 살며시 만져 드렸다. 햇살을 받아 눈부신 두 발이 옛집 마당가의 분꽃보다 더 희고 고왔다. 병실이 다 환해졌다. 2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오늘 그 예쁜 발을 다시 한 번 만져 보고 싶다. --- 고두현 〈그 예쁜 발 다시 만져 보고 싶네〉 중에서 엄마가 무슨 보물이라도 되듯이 비닐봉지에 꼬질꼬질 싸 둔 오이지 옆에는 당신이 몸소 기르신 청양 고추도 있었다. 나는 집에 와서 혼자 그 오이지랑 고추를 다 먹었다. 마지막 가시는 길에, 그 아픈 몸으로 딸에게 먹이겠다고 오이지를 무치신 내 엄마. 나는 그 오이지를 혼자 먹어야 했다. 그건 남편과도 아들과도 상관없는 나와 엄마의 배타적인 신성한 소통에 관한 문제였다. 고추는 정말 매웠다. 하지만 나는 엉엉 울면서 악착같이 다 먹었다. 대지에서 솟아올라 엄마의 손을 지나 내 몸속으로 들어가는 어떤 영기(靈氣) 같은 것이 느껴졌다. 신성한, 가장 단순한……. 그러나 그 오이지는 그 자체로 얼마나 절박한 사랑이기도 한가.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 김정란 〈엄마가 남긴 오이지〉 중에서 그러나, 역시 언제나 그랬듯이, 행사의 뒤풀이 자리에서 몰래 빠져 나오는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늦어도 밤 열 시쯤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어머니한테 장담을 했는데, 저녁식사 후 계속 기회만 엿보고 있었지만 내가 전주로 가는 자동차에 몸을 실은 것은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나는 급히 어머니가 머물고 계시는 여동생 집으로 전화를 했다. 지금 간다고, 걱정하지 말고 계시면 곧 도착할 것이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 어머니는 집안에 있지 않았다. 동생 말에 의하면 아까 아홉 시부터 집 앞 도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어머니는 늘 그랬으니까. 잘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였다. 남들 배려하다가 이 시간까지 빠져 나오지 못하고 대신 허리 굽고 기운 없어 깃털처럼 가볍기만 한 팔순 노모를 길가에서 기다리게 만든 내가 나쁜 딸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쯤 뒤, 마침내 나는 캄캄한 거리에 풀로 붙인 듯 앉아 하염없이 자식을 기다리고 있는 내 어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늙어 꼬부랑 할머니가 된 내 어머니는, 세상에, 자정이 넘어 텅 빈 거리의 인도 위에 종이상자 한 조각을 깔고 앉아 미친 듯이 달려가고 달려오는 도로의 차들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가게들은 다 철시했고, 건물마다 모두 불을 끈 어두운 거리에 동그마니 앉아 있던 내 어머니의 그 작고 가냘픈 모습…….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다. --- 양귀자 〈어머니, 아무리 말해도 질리지 않는〉 중에서 |
|
50개의 꽃말에 담긴
감동적인 엄마 이야기 우리 시대 유명 필자 50여 명이 자신의 진솔한 어머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풀어 놓았다. 그들의 뒤에는 지혜롭고 헌신적인 어머니가 있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는 그들은 진지하고 순수했다. 소설가 김정산의 말처럼 “어머니 앞에서 아이가 되지 않을 자식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89p.) 엄마, 우리 생의 첫 단어 시인이자 상지대 교수인 김정란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한 마리 짐승처럼 울었던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돌아가시기 전 아픈 몸으로 딸에게 먹이겠다고 무쳐 놓으신 오이지와 청양 고추를 엉엉 울며 홀로 다 먹었다고 고백하는 그녀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 한 어머니의 어린 딸일 뿐이다. 그 순수하고 뜨거운 고백 속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생의 토대가 될 터이다. 칼럼니스트 김서령 역시 국수로 상징되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면 실은 내가 국수로 만들어진 사람임을 알게 될 것이다.” (30p.) 소설가 이기호는 무엇이 여자를 어머니로 변하게 하는가, 하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창문으로 칼바람이 들어오던 어느 시린 동짓날, 어머니는 자식들을 밤새 끌어안고 계셨다. 꼭 10년 뒤 저자는 그 집을 떠나는 날 밤중에 홀로 일어나 창틀을 쓰다듬으며 숨죽여 울고 계신 어머니를 본다. 그리고 스스로 묻는다. 무엇이 여자를 어머니로 변하게 하는가. (169p.) 그 어머니의 품을 두고 시인 손세실리아는 이렇게 고백한다. “평생 장승처럼 눕지도 않고 피붙이 지켜 온 어머니 / 저렇듯 온전했던 한 생을 / 나 식빵 속처럼 파먹고 살아온 거였구나 / 뼛속까지 갉아 먹고도 모자라 /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 축이며 살아왔구나” (191p.) 엄.마.는.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엄마’를 진정 ‘꽃’이라 부른다. ‘자식’이라는 열매를 위해 한 생을 혼신의 힘으로 피었다 지는 한 송이 꽃. 맛난 것 모두 자식에게 나눠 주고 말없이 지는 꽃. 헌신, 자애, 사랑, 인내, 저마다 다른 꽃말을 지닌 꽃들. 저자 50인의 어머니는 그렇게 한 송이 한 송이 꽃으로 탄생했다. 아픈 몸으로 다 큰 딸을 위해 오이지를 무치신 김정란 시인의 어머니 이야기는 히아신스(당신의 사랑이 나의 마음에 머뭅니다)가 되었다. 그녀가 먹은 것은 오이지가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이었으리라. 아들이 걱정되어 맨발로 달려 왔던 문형모 감독의 어머니는 나팔수선화(짝사랑), 시린 동짓날 아이들을 안고 밤을 지새우던 소설가 이기호의 어머니는 캐모마일(강인함) 서울서 내려온 딸내미를 몇 시간이고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던 소설가 양귀자의 어머니는 물망초(진실한 사랑), 학생운동으로 도망 다니던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을 믿어 준 칼럼니스트 박미라의 어머니는 아게라툼(신뢰)이 되었다. 헌신, 자애, 사랑, 인내…… 그 모든 것의 대명사 ‘엄마’. 풍성한 꽃다발 같은 이 책은 퍽퍽한 삶에 치여 좀처럼 가족을 돌아보지 못하던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엄마에게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 한 마디를 건네지 못하는 앙상한 우리 마음을 한결 따뜻하게 만져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