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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낡고 초라한 집에 도깨비 까무냐스가 살고 있었어요. 손톱을 자르지 않는 도깨비인 까무냐스는 희고 둥근 보름달이 뜬 어느 밤, 마법 재료로 쓸 아이들을 잡아가기 위해 마을로 향했어요. 그런데 블랑카의 방으로 몰래 들어간 까무냐스는 그만 방귀를 뿌우우웅 뀌는 바람에 자고 있던 블랑카를 깨우고 말았어요. 잠에서 깬 블랑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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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프레미오 줄 스페인 바스크 지방 어린이들이 직접 선정한 ‘올해의 그림책’
예로부터 말 안 듣는 아이들을 겁주기 위해 우리나라에 ‘망태 할아버지’가 있었다면 스페인에는 ‘띠오 까무냐스’, 즉 까무냐스 아저씨가 있었다. 글쓴이는 아이들을 데려가서 잡아먹는다는 구전 동화 속 무시무시한 괴물 띠오 까무냐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썼다. 나는 무시무시한 도깨비 까무냐스다. 뭐, 아니라고? 도깨비나 괴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블랑카는 도깨비를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도깨비 까무냐스더러 너는 나쁜 도깨비가 아니라고 우길 정도로 대담한 아이다. 더 재미있는 건, 조목조목 이유를 대는 블랑카의 말을 듣고 까무냐스가 점점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가 결국 자신이 정말 나쁜 도깨비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하고 잔인한 도깨비가 당돌한 아이의 꾀에 속아 자신의 먹잇감으로 점찍은 아이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게 된다는 발상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더군다나 블랑카가 못된 까무냐스를 순한 양으로 길들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직접 까무냐스네 집에 찾아가 친절하게 손톱을 잘라 주며 우정을 쌓는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깊디깊은 인상을 남긴다. 꾀죄죄한 도깨비와 새하얀 보름달 같은 소녀와 개성 넘치는 인형들!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그림 또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아마도 이보다 더 꾀죄죄한 도깨비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깨비 까무냐스의 푸르딩딩한 온몸에 난 굵고 삐죽삐죽한 털, 누더기 빨간 모자 속에 숨겨 놓은 네 가닥뿐인 머리카락, 손톱 끝에 잔뜩 낀 더러운 때를 보면 이 도깨비가 무서운 도깨비가 아니라 그냥 더러운 도깨비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여 애잔한 생각마저 든다. 이와 반대로 블랑카는 까무냐스와는 달리 새하얀 보름달 같은 얼굴과 동그란 눈과 빨간 볼과 아기 토끼 같은 치아를 지녔다. 보기만 해도 영리하고 당돌한 소녀임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게끔 말이다. 블랑카를 만나면 까무냐스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설득당하고 말 것이다. 블랑카의 방에 있는 인형들도 하나같이 개성이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인형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